- 합법적인 mp3? 10
- 첫눈! 10
- 다음학기 시간표 6
- 양자역학 고고~ 5
Daybreakin Things
이런 걸 두고 흔히 지름신이 강림하셨다고 하는데... -_- 어쨌든 민규 형과 ㅤㅇㅛㅎ수 형의 축복으로 지른 1 GB 램을 드디어 달았습니다. -_-;;; 컴퓨터 쌩쌩 잘 돌아가는군요.
사실 512 MB로도 잘 쓰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 컴퓨터 작업량이 늘어나자 메모리의 압박을 심하게 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제 프로젝트 듀를 한 시간 남기고 xp 블루스크린이 뜨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겁니다. 안 그래도 바탕화면조차 끄고 살 정도였는데 말이죠. (그때 돌리던 프로그램이 대략, IE 3개, Firefox Tab 10개, gVim, PuTTy터미널 하나, cygwin, Java VM, Python, 포토샵 CS2, 한글2004, 엑셀, 쥬크온플레이어, Acrobat Professional로 논문 2개 정도 띄우고, Konfabulator 위젯 3개, Google Talk, MSN Messanger 창 2개, mIRC 정도였으니.... 사실 밑에 포스트에 쓴 대로 쥬크온이 에러난 것도 이 영향이 없지는 않을 듯. 물론 스샷을 찍었을 땐 최대로 돌린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가상 메모리 사용도 줄이고 작업할 때도 훨씬 여유가 생길 것 같군요. (물론 토탈을 할 때도.. =3=3=3)
그럼 이제 슬슬 그 돈은 어디서 났느냐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_- 사실 놋북용 램이 데스크탑용보다 비싸다는 건 다 아실 테고, 더군다나 PC2700 규격은 이미 한물 간 거라 조금 더 비쌉니다.;; 그동안 모아둔 식비에서 살짝 보태어-_- 지른 거지요. 물론 이미 달려있던 256 MB짜리는 팔려고 내놨구요.
어쨌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라고 쓰고 핑계라고 읽는다)로 달았는데 특별히 메모리 에러만 없으면 앞으로 훨씬 편해질 것 같습니다. :) - 도합 1.25 GB가 되었군요.
덧/ 포토샵을 한 번 실행했다가, 그 다음 번에 다시 실행할 때 로딩이 5초밖에 안 걸리는 감동스런(...)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처음 로딩은 노트북 하드의 속도 한계로 데탑보다 못하다.
요즘 저작권이다 뭐다 말도 많던 차에, 최근에 내가 듣는 mp3 파일들은 대부분 집에 있던 cd나 새로 산 cd를 변환하여 듣고 있는 것들이다. (예전에 불법으로 받은 것들도 있긴 한데 음질이 별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하여 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한 음반에 모두 내가 마음에 드는 곡만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찾게 된 게 인터넷에서 유료로 mp3를 다운 받는 것이다. 보통 한 곡에 500원인데, 이걸 하려고 알아보니 네오위즈에서 운영하던 쥬크온이 가장 나아보이길래 가입을 했다. 그래서 유료 mp3를 다운 받아서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알아보았더니, 전용 플레이어에서만 된다는 것이다. -_- (이건 쥬크온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른 유료 mp3 서비스들이 다 그렇다)
보통 유료 mp3들은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Microsoft의 DRM이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NetSync 같은 lock을 걸어두는데, 이게 굉장히 제한적이라서 mp3 player에 복사할 때도 옛날에 나온 것들을 아예 들을 수도 없고, pc에서 듣기는 더더욱 불편하다. 전용 쥬크온 플레이어를 통해 들어야 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Winamp에서 듣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Markany라는 회사에서 DRM 라이센스를 받아주는 ContentSafer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나 윈엠프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돈 주고 사서 듣겠다는데 이게 무슨 불편이란 말인가. 나야 그나마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아니까 저런 거 찾아서 깔기라도 하겠지만,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용 플레이어를 받아서 듣고, DRM이나 넷싱크 등을 지원하는 mp3p를 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건 좋지만 내가 사서 듣겠다는 데도 저렇게 불편하면 누가 mp3를 사서 들을까 싶다. 전부터 인터넷에서 이런 글은 많이 보아왔지만 직접 시도해보니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일단 당분간 유료 mp3 구입은 보류하기로 했다. (거의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니 그냥 홈페이지 들어가서 들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ActiveX를 이용한 IE 전용인데다, 중간에 IE가 에러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하며, 설치할 때도 매우 버벅거리고 귀찮았다. Linux나 Mac에서는 그나마 합법적인 스트리밍도 못 듣는다는 뜻인가?)
이런 알흠다운 광경이 발생했다. 쥬크온 플레이어 기능이 얼마나 좋은가 보려고 설치해봤는데, 20분도 지나지 않아 저런 버그가 나오다니.. (로컬 음악 파일의 플레이리스트 부분에서 드래그앤드롭하자 바로 뻑남)
스샷 : Full Size
드디어 어제 공연을 끝으로 실내악 앙상블 수업이 끝났다. 정말 이번 실내악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또한 그걸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음악을 시작할 때 어떻게 박자를 딱 맞추어 시작할 것인지 등)을 배웠다. 또한 진혁이 형을 통해서도 피아노에 관해서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원래 진혁이 형과 내가 하려고 했던 드보르작의 슬라비 댄스 곡은, 그 당시에는 교수님도 만류하셨고 우리가 치기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었다. 한 페이지 반만 연습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공연 당일, 낮에 잠시 짬을 이용하여 진혁이 형과 연주해본 결과 음이 틀리든 맞든 끝까지 박자를 맞춰서 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디아벨리가 쉬운 곡에 속하지만, 그 곡을 통해 더 어려운 4-hands나 앙상블을 할 수 있는 기반—즉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을 다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실내악 수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놀랐으며, 조금만 연습하면 이 곡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래는 최종 리허설 때 찍은 사진이다. 전체를 다 찍은 게 아니고 2부 후반부만 찍어서 앞쪽은 사진이 없다. 물론 내가 공연할 때는 사진을 못 찍으므로 그 사진도 없다. -_- (나온 사람들은 형·선배들이나 캡션에서 이름 존칭은 '씨'로 통일)
멘델스존 트리오 - 송원태, 위대현, 장홍제 씨
la comparsita / mayo - 송원태 씨와 국내 최초의 반도네온 연주자인 고상지 씨
무제 - 스스로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김은우 씨 (반 정도는 즉흥 연주)
공연 분위기는 대충 저랬다고 보면 된다. 진혁이 형과 내가 4-hands를 할 때는 세 번째 사진과 같은 배치에서 연주했다. 리허설 때까지는 잘 됐으나 본 공연에서 1악장 부분을 좀 망했다. (꿍꽝거리다가 조용한 멜로디로 넘어갈 때 내가 박자가 빨라지기도 했고, 진혁이 형은 평소 안 하던 실수를 하기도 했다) -_-;; 아카펠라는 최종 리허설 때까지만 해도 음정이 안 맞았는데, 다행히 본 공연에서는 성공적으로 삑살 없이-_- 잘 되었다.
위의 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더 하자면, 첫 번째 사진인 멘델스존 트리오는 정말 대단했다. 음대생들도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하는 레퍼토리를 아주 멋지게 연주해냈다. 원태 선배가 평소 안 하던 삑살을 한 두 개 내기는 했으나 거의 못 듣고 넘어갈 정도였고(리허설 때 발목을 접질러서 공연 후 입원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만하면 투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위대현 씨도 정말 도취되어서 연주했다. (피아니스트들처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어렵고 빠른 부분들을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레 흘러갔다) 마지막 coda를 마치면서 온몸으로 피아노를 내리찍으며 팔을 벌리고 마무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또한 홍제 형도 고질적인 볼륨 문제를 탈피하여 첼로도 잘 소화해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반도네온 연주자인 고상지 씨도 멋있었다. 실내악 앙상블의 패션 리더(?)라고 불릴 만큼 화장과 옷차림이 특이하신 분인데, 국내 최초로 반도네온이란 악기를 들여와서 독학으로 공부하여 이번 공연을 하였다.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2월 쯤에 일본으로 건너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될 거라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은우 형의 연주로, 스스로 창작한 재즈 스타일의 곡을 연주했다. 칠 때마다 매번 곡 구성이 달라지는데-_- 교수님의 성화(?)로 악보를 만들기는 했으니 역시 1차 리허설, 최종 리허설, 공연 때의 곡이 다 달랐다. -_- 어쨌든 그 음악적 감각은 정말 뛰어난 분이다. 본인 말로는 초등학교 때까지밖에 피아노를 안 배웠다는데,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악기들도 여럿 다뤄보았다고 한다. 즉흥 연주로 저런 곡을 만들어서 칠 수 있고 그걸 기억해내서 악보화시킬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못 하는 것이다. (악보를 보았는데 상당히 복잡했고, 실제 연주도 난이도가 꽤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이건 2부 중반부 이후에나 나오는 것이고, 1부에서는 Rock Classic 곡(바이올린, 전자기타, 피아노, 드럼 등으로 구성)으로 Steve Barakatt의 Flying 등이 들어갔으며, 국악 삼중주와 해금과 피아노 협주, 아카펠라, 4-hdans, 비올라 트리오, 플룻 듀엣, 클라리넷 퀸텟 등등이 있었다. 리허설 때보다 실제 공연에서 다들 한 두개 씩 더 실수하기는 했지만 정말 다들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끝나고 뒤풀이가 있었다. 이번 만큼은 기분이 좋은 술자리가 될 것 같아 나갔는데, 그동안 공연 준비한 게 힘들어서 그랬는지 끝까지 있지는 못하고 중간에 졸려서 먼저 들어왔다. 그래도 나가면서 항공과 4학년인 원대연 씨나, 바이오시스템학과 다니는 04학번 김범준 선배, 김재민 선배(교수님이 싫어하는 사람 중에 동명이인이 있어 수업 시간마다 지적당해서 모든 사람이 이름을 기억한다. -_-), 같은 05학번이면서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맡고 있고 이번에 피아노 연주를 했던 최동영(나이는 모름-_-), 2006년도 학부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은 성림이 형 등을 새로 알게 되거나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이지, 카이스트에 이런 수업이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할 만한 일이다. 인간 관계가 좁아지기 쉬운 환경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물론 미리 팀을 짜서 들어온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음악을 연주해내고, 앙상블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수업이다. 공연 끝나면서 교수님과 실내악 수업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또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습들.. 이 순간만큼은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올해 들어서 유난히 겨울이 따뜻했고(아주 추운 날이 있긴 했지만 날수가 적었다), 따라서 보통 11월 중후반이면 벌써 한 번은 왔어야 할 첫눈이 이제서야 왔다. 초등학교·중학교 때만 해도 11월 말이면 눈이 쌓일 만큼 와서 눈싸움하며 놀았던 것 같은데, 요새는 영 아니다.
어쨌든 반가운 첫눈이 왔으니 포스팅을 안 할 수는 없겠지.
위는 Konfabulator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날씨 위젯의 스크린샷이고, 아래는 기숙사 현관에서 기계공학동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두 번째 사진은 포토샵의 Match Color를 이용해 색상을 neutralize시켜 보았다. (원래 저 불빛은 노란색이다-_-) 위젯은 수원을 가리키고 있어서 어제부터 눈이 온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곳 카이스트에는 조금 전인 12시 20분 정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위젯의 온도가 영하 1도인 것으로 보아 역시 눈은 아주 춥지도, 그렇다고 영도는 넘지 않는 온도일 때 가장 잘 뭉쳐 내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맞는 첫눈은 첫눈의 오픈 이후 처음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동아리의 대선배들께서 성공한 창업 벤처를 떠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감이 넘쳐흐르는 그런 회사로 계속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벌써 기숙사 앞쪽 도로에는 CC들과 사람들이 나와서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도 찍고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_-;
아아아, 정말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역시 거장은 다르다. 분명히, 학교 강당에 있던 그다지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닌 피아노인데도, 당타이손이 치면 소리가 완전 달랐다. (옆에 있던 진혁이 형과 주변 친구들은 피아노를 바꿔치기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Mozart Sonata KV330부터 시작하여, Faure, Debussy 등을 거쳐 Chopin의 Andante Spianato and Grande Polonaise Brilliante in E flat major op.22, Nocutrn in c# minor (유작, 흔히 20번이라고 부르는 것), 즉흥환상곡, Ballade No.3, 마지막으로 Scherzo No.2.
연주한 곡들만 봐도 이미 그 제목만으로 감동인데, 쇼팽 콩쿨 우승하고 올해부터 심사위원까지 맡은 당타이손의 연주를 직접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2층 첫 줄에서 보았는데, 손의 움직임이 아주 잘 보였고 소리도 가장 잘 들렸다)
먼저, Mozart 곡은,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비교적 쉬운 소나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Mozart답게, 아이처럼 예쁘고 투명한 소리로 연주했다. 저음부의 스타카토 처리나, 고음부의 스케일 등 정말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진혁이 형은 저거 자기가 쳤던 곡인데 앞으로 이런 소리 못 낼 것 같아서 다시는 못 칠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Faure라는 사람과 유명한 Debussy의 곡들인데, 포레의 경우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나 곡들은 난이도도 꽤 있는 것들이었다. 여기서 특히 볼 만 했던 것은 소리를 스윽 버리듯 치는 터치였다. 손가락 끝으로 툭 내뱉듯이 건반 끝을 건드리고 미끄러지는데, 그 음이 내는 소리 또한 분명하게 땅 소리났다가 저 멀리 스러져가는 느낌을 주었다. 똑같은 건반인데 어떻게 그렇게 누를 수 있는 것인가! 또, 어떤 빠르고 짧은 프레이징이 끝났을 때 음을 덥석 잡아매는 듯한 느낌으로 연주하면서 손을 건반 위로 잡아올리며 꽉 쥔다든가 하는 동작이 실제 피아노 소리에 그대로 나타났다. 오른손으로 스케일을 쫘악 올라간 다음 슥 갖다버리듯 처리하는 것도 소리에 똑같이 반영되었다.
드뷔시의 경우는 조금 우울한 듯 하면서 서정적이나, 가끔씩 격정적으로 흐르는 느낌으로 좀 클래식한 느낌이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드뷔시의 분위기를 살려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대했던 쇼팽을 곡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Andante Spianato and Grande Polonaise, 이 곡은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마지막에 자막 올라갈 때 배경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는 바로 그 곡이다. 이걸 독주곡으로 편곡한 것을 연주했는데, 이 연주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바로 다음에 이어진 곡은 Nocturn 20번. 이것은 그 영화(피아니스트)를 봤던 사람이라면 절대 잊지 않을, 바로 라디오 방송국에서 연주되던 곡이다. 이 곡은 나도 쳐봤었고, 진혁이 형은 현재 레슨을 받고 있는 곡이다. -_- 역시, 더 할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꾸밈음 성격의 스케일도 하나하나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피아노 좀 친다는 사람들이 항상 학예회 등에서 연주하는-_- 즉흥환상곡. 나도 건드려 본 적은 있는 곡인데, 여기서 특히 놀라웠던 것은 손목과 손등은 거의 가만히 있으면서 그 복잡한 손가락 번호를 다 소화해내더라는 점이다. 특히 빠르게 진행되는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1번 손가락으로 멜로디를 이어가다가 같은 음들을 치되 5번 손가락으로 치는 음으로 멜로디를 바꾸어 이어가는 곳이 있는데, 5번 손가락이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그 아래의 빠른 분산 화음들을 처리해내는 기술이 일품이었다.
여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다음, 임동민이 이번 쇼팽 콩쿨 스테이지 1에서 첫번째로 연주했던 발라드 3번이 이어졌다. 일부러 조금 감정을 자제한 듯 가볍게 시작했고 조금씩 흥을 돋우어갔다. 역시나 흠잡을 데 없는 최상의 연주였다. (쇼팽 콩쿨 우승자이며 또한 심사위원이기까지 하니 당연하다)
마지막, 대망의 스케르초 2번. 기대했던 것만큼 소리 스케일이 크지는 않았지만, 눈물을 머금게 할 만큼 훌륭한 연주였다. 내가 얼마 전에 혼자서 이 곡을 쳐 본 적이 있는데(그냥 음들 하나하나 눌러보는 수준으로 1시간 걸렸다), 전체적으로 악보 reading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세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끝나고나서도 박수가 계속 이어졌고, 진혁이 형과 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쳤다. (정말 이만한 피아니스트가 여기까지 와서 연주를 해주는데 예의상, 또 정말 그만큼 공연이 뛰어났기 때문에) 당타이손은 답례로 무슨 소나타 한 곡인가를 더 쳐주었다.
공연 후에 싸인을 받든지 아니면 사진이라도 좀 찍어볼까 해서 무대 뒤쪽으로 찾아갔으나, 베트남 유학생들 20여 명 정도만 싸인을 받게 허락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만날 수 없었다. 하긴, 이런 연주를 그렇게 하고 나면 힘들긴 할 것이다. (테크닉적으로 봐서 손이나 팔에 힘이 빠져서 힘들지는 않을 것이고,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클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보여주는 테크닉적인 부분까지, 너무나 멋진 연주였다. 확실히 실내악 앙상블 수업을 듣고 나서 이런 공연을 보니까, 대가들은 오히려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감정 이입을 극대화시킨다는 등의 수업 시간에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연주를 또 볼 수 있을까.
음... 일단 전산과 산디, 바이오시스템을 고루 신청했다. -_- 아직 과를 정한 것이 아니므로 최대한 다양한 과목을 들어볼 참이다. 선대개를 재수강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초과목이 없으니 수강 신청하기는 훨씬 편하다. 서양문화사는 다행히 건질 수 있었고.. (정말 교양과목 수강신청은 전쟁이다)
학점 수는 일단 최대한 줄여서 15학점이고, 저기에 아마도 실내악 앙상블 청강(월요일 오후 1:00 ~ 4:00인데 SP와 겹쳐서 뒷부분만 들게 될 듯.)이 들어갈 예정이라 실제는 18학점짜리 시간표가 되겠다.
원래는 확률과 통계(화목 수업과 월수 수업이 있음)를 더 들을까 했는데, 바이오정보전자개론이 좀 빡세다는 소문도 있고(다행히 다음 학기에 옛날의 3 교수님 체계로 되돌아가면서 로드가 조금 적어질 거라는 예상이 있다), 그럴 경우 수요일에 걸리는 로드가 너무 심해질 것 같아서 일단 보류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서양문화사나 실내악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만약 실내악을 포기하게 되면 들을지도.)
흐음... 바정전개론은 일단 바이오시스템 학과에서 무엇을 하는지 전반적으로 다 다루므로 바시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고, 디자인 문화와 기술은 원래 1학년때 들어놨어야 하는데 결국 이제서야 듣게 됐다. 또한 이번 학기에 9시 수업 4일 연속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9시 수어을 최대한 빼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사실 민균이의 제안으로 산디과 전필 과목이 평면 디자인을 같이 들어보려고 했으니 SP와 30분이 겹치고, 확통하고도 겹치고 해서 일단 보류다. (실내악 포기하고 확통 포기하면 학적팀에 어떻게든 사정해서 SP와 겹치더라도 들을지 모른다)
어쨌든 다음 학기가 과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스튜어트 교수님이 양자역학을 나가기 시작했군요. -_- 이전까지는 벡터미적분학을 마스터했다고 가정하고 수업을 하더니 이제는 선형대수학을 마스터했다고 가정하는 분위깁니다. (....)
스튜어트 : (칠판에 Quantum Mechanics 라고 쓴다)
우리 : (덜덜)
스튜어트 : Before getting in, I have to know your mathematical knowledges. Did you learn Linear Algebra?
몇몇 : No, I didn't.
나 : I'm taking the introductory course now.
스튜어트 : OK. Linear Algebra is ...(선형대수학개론에서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10분만에 요약한다)
스튜어트 : OK? So, Quantum Mechanics.
우리 : (후덜덜덜)
대략 이렇게 수업이 전개되었습니다. -_-; 일단 오늘 다룬 내용은 아직 그렇게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생소한 수학적 notation들 때문에.. orz
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양자역학은 이해하려들지 말고 그저 "믿어야" 한다는데,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군요. 앞으로 (선형대수학을 마스터했다고 가정하고) 2주 동안 양자역학의 basic principle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는데, 이거 기말고사는 도대체 어떻게 보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재수강만 면하기를... ㅠㅠ
예정대로 코러스 동방에서 오후에 교수님의 팀별 보충 레슨이 있었다. 통기타 노래 팀과 진혁이 형과 나의 4-hands, 그리고 아카펠라 팀이었는데, 원래는 태울관 미래홀 등에서 손을 푸려고 했으나 다용도실까지 누군가 사용 중인 관계로 통기타 팀부터 레슨을 다 보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 4-hands가 지적받은 부분은 piano를 더 여리게 치라는 것이었는데—작아서 객석 끝까지 안 들릴 것 같아도 다 들리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과연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실내악 교수님이므로 믿는 수밖에. -_-; 그것과 둘이서 곡을 시작할 때 서로 양보하지 말고 어느 한 사람(보통은 primo)이 시작 박자를 주어야 딱 맞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대충 됐는데, 진혁이 형과 저녁이나 같이 먹을 심산으로 아카펠라 팀 레슨도 옆에서 구경-_-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목소리를 좀더 볼륨을 키워야 하는데 어쩌구 하시더니 전에 인원수 두 배로 늘리기로 한 거 어떻게 됐냐고 하시면서 옆에 있던 나보고 같이 하라는 것이다. -_-;
어찌어찌해서 간단한 발성 테스트(?)를 하고 베이스에 끼기로 했는데..;; 생전 노래라고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부르는 것과 성당 가서 성가 부르는 것밖에 안 해본 나로서는..-_-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 오전부터 찬호와 발성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 (사실 전에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나마 베이스 파트가 계속 반복되면서 박자를 잡아주는 역할이라 그리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물론 발성이 된다는 전제 하에.)
아무튼 이렇게 해서 공연 일주일 전에 새로운 팀에 합류했다. -_-;; (그래도 4-hands는 대충 틀이 잡혀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덧/ 그나저나, 교수님은 정말 철인이 따로 없다. 지난 금요일 새벽에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서 파란만장한 과정 끝에 오늘 오후 3시에 서울에서 대전까지 직접 운전하여 달려왔다는데.... 레슨 끝나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완전.. -_-;; 자타가 공인하는 007 영화를 보는 듯했다. ;;
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래 전에 꽁쳐둔-_- 8만원 어치(!)의 문화상품권이 생각나서, 교보문고에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을 지르기로 했다. 그런데 왠걸, 문화상품권 인터넷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게 아닌가. OTL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전 5권 세트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5권 세트와 '링크'라는 책 - 이것저것 할인받아서 7만 7천원 어치를 사려고 했는데... ㅠㅠ 현장 방문 시에만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가보니 시스템 구축이 안 되어 아직 이용할 수 없다는데, 도대체 언제 되는 것인지..? 이러다간 카드로 지르는 수도... orz (그나마 스크래치를 긁어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_-)
조금 전인 저녁 7시 30분부터 합창 동아리인 카이스트 코러스의 정기 공연을 보았다. 실내악 앙상블 교수님이 같은 동료가 하는 공연을 안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면서, 곡 보고 감상문도 써내라시길래-_- 겸사겸사해서 갔는데 공연 자체는 꽤 볼만했다.
전체를 3개의 스테이지로 나누었고, 첫 스테이지는 뮤지컬 'Le Miserables'의 명곡들을 메들리로 엮은 것이었다. 두번째 스테이지는 외국·한국 가곡들을 엮은 것이었고 마지막 스테이지는 모차르트의 작품 '대관식 미사' K.317의 Kyrie, Gloria, Credo, Sanctus, Benedictus, Agnus Dei를 죽 부르는 것이었다.
공연 전에 진혁이 형한테 전에 물어봤을 때는 자기는 오른쪽 귀퉁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 거라고 했는데 오늘 보니 맨 뒷줄 가운데에서 떡하니 자리잡고-_- 있어서 아주 잘 보였다. 어차피 워낙 많은 인원수가 부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찬호는 한 사람 건너 옆에 있었는데 가장 몸집이 거대했다;; 그리고 스튜어트 물리를 같이 듣는 항석이 형도 볼 수 있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노래·반주 모두 훌륭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각 대표 주자(?)가 한 명씩 따로 나와 있었던 것인데, 각각 그 한 사람의 목소리가 대강당을 홀로 채울 수 있을 만큼 풍부하고 큰 소리가 나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솔로나 듀엣, 콰르텟을 할 때 각각의 음높이에서 고유의 영역을 차지하며 한 공간에서 다차원적으로 울려퍼지는 그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그 네 명 중에서도, 내 눈에 띄었던 사람은 테너 솔로를 맡은 류한승 선배였다.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찾아보니 스팍스 99학번 선배였다 -_-) 남자 목소리이면서도 상당히 가느다랗고, 가느다라면서도 널리 퍼지는 침투력이 있는 목소리였다. 테너 솔로와 베이스 솔로가 같이 부를 때면 마치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 것 같았다. 만약 그 두 분만 따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른다면 매우 잘 어울릴 것이다.
반면 소프라노 솔로는 매우 음량이 컸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알토 솔로를 했던 사람의 목소리가 거의 안 들렸다. (내 생각엔 소프라노가 커서라기보단 알토가 작은 것 같다. 아니면 그게 단체 합창과 비슷한 높낮이여서 묻혀버린 것일지도.) 분명히 소프라노 혼자 할 때와 알토가 붙어 있을 때의 소리가 뭔가 다르긴 한데 알토만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단체 파트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개개인의 목소리 특성을 들을 수는 없지만 대신 여러 명의 목소리가 합쳐진 또다른 느낌으로 멋있었다. 파트별로 서로 번갈아가며 부르거나, 같은 멜로디 선상에서 약간씩 어긋나게(echo) 부른다거나 할 때 솔로들과는 다른 웅장한 느낌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역시 내가 피아노를 치는지라 반주도 유심히 보았는데, 전에 코러스 동방에서 4-hands 연습할 때 진혁이 형이 잠시 보여주었던 대관식 악보(맞나?)의 그 극악의 부분-_-.. 역시 원준이 형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반주 전체적으로 중간중간에 살짝 안 맞는 것 같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뭐 내가 원래 곡을 잘 모르다보니 정확히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판단을 못하겠다.
어쨌든 간만에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쯤이면 한창 뒷풀이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 다음 번 문화행사인 당 타이손의 공연도 매우 기대된다. (그렇다. 쇼팽이 축복한 피아니스트, 동양 최초의 쇼팽 콩쿨 우승자가 여기에 와서 공연하는 것이다. 모두 많이 보러 오길.)
덧/ 며칠 후에 스팍스에서 우연히 류한승 선배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 쓴 것을 그대로 이야기했더니 실제로 자기가 그레고리안 성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악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못 부르고 있다고 하였다. 역시, 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가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인터넷 뉴스를 자세히 보는 편도 아니고, 학교에서 TV를 자주 볼 만한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블로그 세상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황우석 교수에 관한 논란을 봐왔고, 따라서 구체적인 전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그동안 포스팅을 꺼려하고 있었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일단 '황우석'이라는 한 개인의 이름을 떠나서, 어떤 과학자가 굉장히 국가 경제·명예에 도움이 될만한 연구를 한다고 해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일단 황우석 교수가 이번에 발생한 윤리적 문제에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사항에 대해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취재를 통해 어느 정도의 문제점(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을 발견했고 이를 기사화한다는 건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설령 그로 인해 그 과학자의 명예가 떨어질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런데 하는 꼴들을 보고 있자니, 문제의 핵심에는 접근을 하지 않고 황우석 교수의 사퇴에 대한 '동정'에 연연해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블로거들 중에는 비교적 올바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이미 많은 글들을 통해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따로 적지는 않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황우석 교수가 이번 사태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이 실제로는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아닌 거다. 오히려 그렇게 감싸고 도는 분위기가 더 위험한 것이며, 그것이 언론에게 좋은 화젯거리 기사를 주어 더 들끓게 만드는 원인이다.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제대로 알고나 떠들었으면 좋겠다. 냄비근성이라는 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논리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들끓는 건 정말 꼴보기 싫다.
추가로, 황우석 교수님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 문제, 그리고 연구와 사태 조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본의든 아니든 이런 엄청난 냄비성 논란에 휩싸이면, 더군다나 국제적으로도 각종 불이익 압력을 받으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겠는가. 정직하게 파헤치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허걱, 블로그 1주년이 지났군요. -_-;; 작년 11월 20일 '경기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시안'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포스팅한 이래 벌써 1년하고도 4일이 지났습니다. 총 방문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네요. (물론 상당 수가 봇일 것 같지만..-_-)
결국 그때의 홈페이지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덕분에 Firefox와 웹표준, 접근성, User Interface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일깨워주었고, 그 영향으로 블로깅을 시작했으며, 블로깅을 통해 제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로부터 Q-Basic과 NoteWorthy Composer를 얻어 프로그래밍과 작곡을 시작한 것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듯이, 블로깅을 시작한 것도 훗날 되돌아보면 그에 필적할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제 시야가 넓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거기다 글을 논리 정연하게 쓰는 연습도 많이 되고 말이죠)
그 친구 이름이 류태룡이라는 아이였는데, 외국으로 유학(이민이었나) 간다면서 떠나간 게 그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한동안은 이메일로 연락이 됐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군요. 그때 Q-Basic을 시작한 것이 결국 저를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게 해 준 기회를 제공했고, 그에 따라 지금 카이스트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어제 수능을 치고 있었겠지요. -_-
마찬가지로, 블로깅을 통해 Web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된 것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잠재적으로 큰 가치와 기회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회사에 들어가든, 연구소에 있게 되든, 교수가 되든, 아니면 창업을 하게 되든, 이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딘가 도움이 되는 곳이 있겠죠.
어쨌든 블로그 첫 돌을 맞았습니다. (물론 이벤트 같은 건 없습니다. 퍽퍽) 다음 한 해 동안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떻게 살게 될 지 정말 궁금하고 또한 희망이 가득 차오르는군요.
그동안 연습 부족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오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공연이 얼마 안 남았으니 꼭 해야 된다면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연주를 시키셨다. -_-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연주하게 되어 긴장해서인지 중간에 좀 틀리기도 했으나 어쨌든 끝까지 맞아들어갔고,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하고 dynamic의 대비를 크게 했더니 아주 듣기 좋다고 하셨다.
물론 아직 진혁이 형이나 내가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고 교수님도 속으로는 더 많은 걸 바라고 계시겠지만, 어쨌든 실내악 앙상블 수업을 들은 이래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봤다. ㅠㅠ
지적받은 부분은 전체적으로 박자를 좀 더 빠르게 하고, forte는 훨씬 더 강하고 남자답게, 그리고 2악장 Romanza 도입부는 무겁지 않게 서정적으로, 3악장 Rondo는 그냥 가지는 대로 정신없이 달리되 dynamic 표현을 잘 해 줄 것, 전체적으로 스타카토의 bouncing을 조금 줄일 것 등등이었다.
다른 4-hands 팀들도 보니 꽤 완성이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특히 드뷔시는 교수님이 흠잡을 데 없다면서 조금 더 자기 감정 이입을 시켜주면 공연해도 되겠다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첫 오프닝 곡으로 선정되었다.
어쨌거나 이제 어려운 건, forte로 큰 소리를 내되 aggressive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연주할 Diabelli의 4-hands Sonata는 시대적으로 볼 때 모차르트 바로 직후의 고전으로, 소리가 예쁘게 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강약 대비를 크게 주려면 forte를 칠 때 위에서 내리찍지 않고 손가락에 몸의 무게를 실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빠르게 연주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_- (그래서 결론은 매일매일 하농 연습 orz)
어쨌든 하나하나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고, 덕분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또 공연 때까지도 그럴 것이다. 내년 봄학기 때도 청강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려놨고, System Programming 때문에 수업의 절반을 잘라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셨다.
아, 간만에 기분 좋은 날이다.
원래 인간과 기계 수업 앞부분을 조금 듣다가 산업디자인과와 바이오시스템학과 과설명회를 들으러 가려고 했는데 둘이 겹쳐버렸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SPARCS 메일에서 장병규 선배가 '기업가 정신과 벤처'라는 수업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간과 기계 수업은 선배한테 숙제만 내달라고 부탁한 후 가볍게 째고 세미나에 갔다. -_-
세미나 내용은 어떻게 해서 네오위즈를 창업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또한 첫눈을 창업하게 된 과정 등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첫눈 블로그 등에서도 이미 사진을 봤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은 저번 홈커밍데이 때 오셨다고 하는데 그때 MR 총회랑 겹쳐서 못갔었다 ㅠㅠ)
카이스트에 다니던 학창 시절 수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고급해석학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오길래 결국 전산과를 택하여 CS101-_-만 들은 상태로 개발자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2학년 2학기 때 SPARCS에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선배들한테 '이것도 모르냐'라고 꾸사리만 먹었지만 4학년이 되었을 때 이미 수강신청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수퍼프로그래머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각종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처음엔 2달 일해서 10만원 받았고, 나중에는 조금 과장하여 하루 일해서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석사에 진학한 후에도, 원하는 연구실에 못 들어가 공부할 맛이 안 났고-_- 결국 벤처 창업 쪽으로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 김길창 교수님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네오위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뛰어난 팀웍을 이루는 8명의 창업 멤버(경영자 3명, 개발자 5명), 그리고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엄청난 열정과 노력, 마지막으로 당시 상황에서 매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원클릭'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원클릭의 경우 정말 자그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거였다. 인터넷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나성규 씨 아버지에게 드렸다가, 인터넷 접속을 너무 어려워 하시자(98년 당시만 해도 모뎀 접속이 일반적이었음) 그걸 자동화하기로 결심했고, 무려 20종류에 이르는 윈도우 버전 호환성을 모두 고려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원클릭이었던 것이다. 가장 잘 나갈 때 원클릭 만으로 한 달에 34억원을 벌었다고 하니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서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때 벌어들인 돈으로 세이클럽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것 또한 성공하여 그 이익을 다시 피망에 투자하고.. 이런 식으로 네오위즈가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면 첫눈은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일까?
장병규 선배의 말로는, 1. 닷컴인들의 로망이 바로 검색 엔진이었기 때문에, 2. 나이가 30대 초반이 되었는데 지금 이런 도전을 안 해 보면 언제 해보겠느냐, 3. 실패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지는 않지 않은가 였다고 한다. 세이클럽 때부터 다른 서비스와 연동되는 검색 엔진 개발팀이 있었으나 계속 실패하고 있었고, 2004년 7월부터 새로운 팀을 만들어 2005년 3월에 분사 결정을 했고 5월에 떨어져나와 지금의 첫눈이 되었다. 검색 엔진이라는 게 워낙 위험성이 큰 분야인데다 자본도 많이 들어서 초기 창업 아이템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분의 설명이었다. (올해와 2006년에 1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특히, 항상 매순간 노력하는 사람은 그것에 의해 next step이 결정되며, 자기가 next step을 선택하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이건 내가 그동안 듣고 느껴온 '항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미나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고, 무엇보다 그분의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지막 슬라이드 진인사 대천명를 끝으로 세미나를 마쳤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나서 스팍스 회원분들과 함께 인사도 했다. (나중에 시간 되면 와서 밥사주시겠다고 하는데.. 과연..-_-)
덕분에 과설명회도 못 가고 인간과 기계 수업도 째버렸지만 그만큼 충분히 들을 만한 세미나였다. 아, 나는 10년 후에 어디에서 저렇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까? 세미나를 듣고 용기도 얻었지만 그만큼 걱정되기도 한다. 위에서 나온대로 next step은 자기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지만 전공 선택은 그 이전에 기반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푸하하하하하! 메친 스튜어트. 랄라랄라~
-_-; 오늘 여섯 번째로 나온 스튜어트 물리숙제를 조교가 풀어줬는데, 풀면서 하는 왈, "이거 대학원생들이 보는 전자기학 책에도 나오기는 나오는데, 계산이 너무 복잡해서....." 어쩌구 저쩌구. "지금부터 설명하는 것은 이해 못하시더라도 여러분 책임이 아닙니다." -_-
이번 학기에 21학점 신청한 건 분명히 평균적인 수준의 일반 물리 2를 원했던 것인데, 어찌하여 이리 됐을꼬. -_- 이러다가 기말고사에는 박사과정 정도는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오는 거 아닌가 싶다. 벡터 함수를 벡터 변수로 적분해서 curl을 취한 후 테일러 전개를 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공간 적분의 의미를 알고 전류 밀도와 자기장을 해석해서 어떤 물체(전하?)에 주어지는 힘과 토크를 계산하고.. 뭐 이런 내용의 숙제였다.
어쨌든 드롭 안 하고 끝까지 듣기로 했으니 듣기는 들어야 하겠으되 점점 막막하다. 이번 숙제를 제대로 푼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나마 몇몇이 물리학과 석사생의 도움을 받아 풀었는데 cross product를 일반적인 방법(우리가 배우는 수준에서는 3차원까지만 다룬다)으로 정의해서 잘 싸바싸바-_-해서 풀어놨는데 아무도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_-
벡터미적분학과 기초전자기학과 상대론과... 대략 이 정도를 마스터하면 기말고사의 80% 정도 풀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