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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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원래 인간과 기계 수업 앞부분을 조금 듣다가 산업디자인과와 바이오시스템학과 과설명회를 들으러 가려고 했는데 둘이 겹쳐버렸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SPARCS 메일에서 장병규 선배가 '기업가 정신과 벤처'라는 수업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간과 기계 수업은 선배한테 숙제만 내달라고 부탁한 후 가볍게 째고 세미나에 갔다. -_-

세미나 내용은 어떻게 해서 네오위즈를 창업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또한 첫눈을 창업하게 된 과정 등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첫눈 블로그 등에서도 이미 사진을 봤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은 저번 홈커밍데이 때 오셨다고 하는데 그때 MR 총회랑 겹쳐서 못갔었다 ㅠㅠ)

카이스트에 다니던 학창 시절 수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고급해석학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오길래 결국 전산과를 택하여 CS101-_-만 들은 상태로 개발자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2학년 2학기 때 SPARCS에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선배들한테 '이것도 모르냐'라고 꾸사리만 먹었지만 4학년이 되었을 때 이미 수강신청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수퍼프로그래머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각종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처음엔 2달 일해서 10만원 받았고, 나중에는 조금 과장하여 하루 일해서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석사에 진학한 후에도, 원하는 연구실에 못 들어가 공부할 맛이 안 났고-_- 결국 벤처 창업 쪽으로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 김길창 교수님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네오위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뛰어난 팀웍을 이루는 8명의 창업 멤버(경영자 3명, 개발자 5명), 그리고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엄청난 열정과 노력, 마지막으로 당시 상황에서 매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원클릭'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원클릭의 경우 정말 자그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거였다. 인터넷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나성규 씨 아버지에게 드렸다가, 인터넷 접속을 너무 어려워 하시자(98년 당시만 해도 모뎀 접속이 일반적이었음) 그걸 자동화하기로 결심했고, 무려 20종류에 이르는 윈도우 버전 호환성을 모두 고려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원클릭이었던 것이다. 가장 잘 나갈 때 원클릭 만으로 한 달에 34억원을 벌었다고 하니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서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때 벌어들인 돈으로 세이클럽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것 또한 성공하여 그 이익을 다시 피망에 투자하고.. 이런 식으로 네오위즈가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면 첫눈은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일까?

장병규 선배의 말로는, 1. 닷컴인들의 로망이 바로 검색 엔진이었기 때문에, 2. 나이가 30대 초반이 되었는데 지금 이런 도전을 안 해 보면 언제 해보겠느냐, 3. 실패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지는 않지 않은가 였다고 한다. 세이클럽 때부터 다른 서비스와 연동되는 검색 엔진 개발팀이 있었으나 계속 실패하고 있었고, 2004년 7월부터 새로운 팀을 만들어 2005년 3월에 분사 결정을 했고 5월에 떨어져나와 지금의 첫눈이 되었다. 검색 엔진이라는 게 워낙 위험성이 큰 분야인데다 자본도 많이 들어서 초기 창업 아이템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분의 설명이었다. (올해와 2006년에 1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특히, 항상 매순간 노력하는 사람은 그것에 의해 next step이 결정되며, 자기가 next step을 선택하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이건 내가 그동안 듣고 느껴온 '항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미나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고, 무엇보다 그분의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지막 슬라이드 진인사 대천명를 끝으로 세미나를 마쳤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나서 스팍스 회원분들과 함께 인사도 했다. (나중에 시간 되면 와서 밥사주시겠다고 하는데.. 과연..-_-)

덕분에 과설명회도 못 가고 인간과 기계 수업도 째버렸지만 그만큼 충분히 들을 만한 세미나였다. 아, 나는 10년 후에 어디에서 저렇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까? 세미나를 듣고 용기도 얻었지만 그만큼 걱정되기도 한다. 위에서 나온대로 next step은 자기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지만 전공 선택은 그 이전에 기반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