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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작년 11월—그러고 보니 1주년이 거의 다 됐다—무렵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점점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증가해왔다. 악성 답글 등으로 상처를 받고 일정 기간 블로깅을 중단한다거나 블로그를 떠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올블로그에서 이렇게 터져나온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를 굳이 정의하려드는 것이 불필요하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싸이월드와 블로그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생각은?
글쎄.. 가장 많은 예를 드는 싸이월드와 비교해보면 싸이월드는 우선 실명 기반의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 시작하는 커뮤니티이고, 블로그는 익명성을 띠고 있으며 온라인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기술적으로는 RSS와 Trackback에 의해서 일반 게시판 등과 차별화된다. (물론 요즘은 웬만한 곳에서도 RSS를 지원하고 있어서 차별성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내 블로그의 내용으로 보자면, 한 마디로 "잡탕"이다. -_- 주로 Web, IT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나의 최근 일상 생활이나 감정·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쓰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것도 다룬다. 블로그가 반드시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져야 한다면 이들을 모두 다른 블로그로 분리해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그냥 단순하게 정의하고 싶다. 웹을 기반으로 온라인 상의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쓰고 공유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한 게시판, 포탈 등의 다양한 방법 중에서 가장 개인화되어 있으며 또한 가장 익명성을 띤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복잡하게 정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 블로그가 그래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들을 포괄하려면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블로그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외국 블로거들을 거의 알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보다는 좀더 formal한 주제를 많이 다루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블로그의 특징 자체가 "공개 일기"로서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점점 개인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다보면, 괜히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가 나오면서, 경우에 따라선, 누구라고 딱히 지칭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블로그가 그 점을 아주 정확하게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예의만 지킨다면,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말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웹 기술을 통해 그것이 실체화되는 것이다.
블로그의 정의라. 내 생각엔 내가 위처럼 정의한다고 해도 아마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의는 계속 바뀔 것이라고 본다. 바람직한 블로그라면 그러한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자기가 자기 자신이게 하는 고유함을 가지고 있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