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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하는 얘기지만, 사실 그동안 진혁이 형과 실내악 앙상블 연습을 하면서 제대로 박자가 맞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결국 둘이서 고민하다가 교수님한테 면담하러 가기도 했었고, 서로 괴로워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맞아들어갔다.
교수님이 하셨던 얘기는, 아무리 최고의 연주자들이라고 해도 앙상블을 맞출 때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이기 때문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뿐이지 근본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어긋남'에 대한 고민은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due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꼭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어떻게든 맞춰질 거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반드시 이 곡 해라'하고 못박으셨다. -_-
어쨌든 교수님의 말에 위로도 되고, 또 이번 주 들면서 진혁이 형과 나 모두 기분 전환이 좀 되기도 해서 그런지(둘다 지난주를 힘들게 보냈다) 드디어 맞아들어갔다. 진혁이 형이 생각했던 문제점은, 서로 연습을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결정적으로 그 곡에 어울리는 박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메트로놈으로 4분음표 박자를 일의 자릿수까지 맞춰서 가장 부드럽게 연주되는 속도를 골랐다. 그렇게 해서 몇 번 쳐보니까 한 시간만에 둘이 맞아들어갔던 것이다. (기념으로 야식도 먹었다 -_-)
물론 오늘 맞아들어갔던 것도 원래 목표치에 비하면 모자란 수준이지만, 진혁이 형과 나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 워낙 달라서 서로 그 정도는 이해하기로 했고, 일단 박자가 맞기 시작했으니 그 다음 단계는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전에 교수님 지도를 따로 받아볼 예정이기는 하다)
정말이지, 나 혼자 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둘이서 같이 연습을 하다보니 생각 외로 어려운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곡 자체는 매우 쉬운 편인데도 말이다. (이건 단순히 연주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의 성격까지도 포함하는 복잡한 문제다) 경곽 때 FORTE에서 연주회 준비할 때는 그 누구의 지도도 없이 어떻게 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는 사실상 연습을 2주 밖에 못했다. 가능하다면 그 아이들이 실내악 앙상블 교수님 지도를 받게 하고 싶을 정도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앙상블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나 실내악 앙상블처럼 소규모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와 달리 지휘자가 따로 없어서 연주자끼리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한데, 그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잘 알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시간만 허락해준다면 3년 내내 이 수업을 듣고 싶을 정도로 얻는 것이 많다. (실제로 그러는 사람도 있다고 함)
하여간 큰 문제를 하나 해결해서 기쁘다. :D
추가/ 전에는 진혁이 형의 소리를 들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박자가 맞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완벽하게 들린다. 메트로놈과는 박자가 약간 안 맞을 때가 있어도 형과 나는 박자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