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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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람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가? 인간이 왜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지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기사 보기(BBC)

기사 내용을 보면, [#I_aphasia|(실어증)| 여기서는 단어의 뜻은 알되 문장 구성을 이해할 수 없는 걸 말한다. _I#]에 걸린 사람들이 수학에서 연산 순서를 바꾸는 것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기존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언어철학자 중 한 명인 촘스키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언어습득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는데 (그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어의 습득과 사용이 인간 사고의 체계성을 부여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가설이었다.

나도 한편으로는 그에 동의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로 인해 또다시 지능 논쟁에 불이 붙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연 지능은 언어에 대해 독립적인가? 난 사고 방식은 언어에 비독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능에 대해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추천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발견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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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를 읽고 -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경곽 생활의 마지막 룸메이트였던 민균이를 통해서다. 지난 여름방학 때 친구 준호와 함께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원서를 열심히 독파했었는데(중간에 번역본이 나와 버리는 바람에 끝을 못 보긴 했지만) 다른 물리 교재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방법으로 증명·유도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서술하는 것이 독특했다. 그러다가 민균이를 통해서 파인만이 쓴 다른 책들도 접할 수 있었고,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파인만은 이 책에서, 성공한 물리학자로서의 삶, 그리고 그의 학문적 업적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정리해 두고 있다. 각 에피소드들을 읽어보면 그의 천재성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파인만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의 삼바 축제에 즉흥 북 연주로 대회까지 나간다든지, 로스 알라모스의 맨해튼 계획 당시 금고털이 기술을 전문화시켰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그가 머리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과연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모두 그 발단이 되었다.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근원은 무엇일까 - What lies beneath? 이 질문에 접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물리학은 그 중에서도 수학을 서술 방법으로 택한 학문이다. 수학을 택하지 않았다면 철학이다. 며칠 전 인터넷의 한 블로그를 보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Terra Incognita의 범위는 기준이 무엇인가? ‘인식 가능한 세상’이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이는 매우 가변적이었고, 물리학은 그런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하였다.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의 도전으로 인하여 인식 가능한 세계가 넓어지기도 하였다. 이 인식 가능한 세계는 우리에게 존재하는 세계와 완전히 같은 의미다. 그러나 이 인식 가능한 세계는 실제 존재하는 어떤 세계의 그림자일 뿐, 우리는 겉으로 알 수 있는 정보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아마 환원론적 세계관의 정점인 쿼크와 그 아래의 초끈마저도 어떤 다른 현상의 그림자일 것이다. 그 그림자 너머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은 수많은 방법을 동원했고, 물리학은 이성과 논리를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철학은 수학을 사용하지 않으며, 음악과 예슬 등 어떠한 길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가 극에 달하면 그림자로의 표상일 뿐인 세계의 벽을 보게 된다. 나와 내 친구들은 길을 걸으며 모든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그러한 답을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손안에 그러잡기를 바랬다. 물고기가 바라보는 수면 바깥에는 어떤 세상이 존재할까. 누가 어항에 먹이를 주고 공기펌프를 작동시키는 걸까.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http://inureyes.bluemime.com/forest/index.php?pl=738

  아인슈타인이 여생을 통일장 이론의 완성을 향해 바쳤던 것도, 파인만이 물리학을 시작하게 된 호기심도 모두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이 궁극적 호기심이라 할 만한 것은 결국 궁극적 동기부여가 된다. 얼마 전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한 친구 녀석이 이른바 ‘슬럼프’ 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하던 때가 자주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결국 막판에 가서 싸움이 붙었다. 치고받는 그런 싸움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답답해했던 것을 풀어내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러한 슬럼프 상태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궁극적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당시 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만 궁극적 동기부여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단순히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거기에 호기심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지적 유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실제적인 효용 가치는 별로 없지만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을 풀며 느끼는 재미’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 재미의 근원은 바로 호기심의 충족에서 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에게 자기의 포트폴리오를 보인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앎을 얻었다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 현실에서의 삶이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되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내게 있어 최고의 삶은 지적 유희를 즐기는 것일 것이다.

  파인만이 그랬던 것처럼, 한편으로는 나도 내 주류가 아닌 것들을 상당 수준까지 계발시켰다. 내 그림 그리기는 세밀화 풍을 띠면서도 몇 가지 종류의 수성 사인펜으로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내 작곡 스타일은 뉴에이지 장르에 속한다. 피아노 연주는 완벽하게 틀리지 않고 치진 못하지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각 곡들만의 분위기와 특징을 파악하며 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호기심, 지적 유희에서 비롯한 것이다. 나는 그림 그리기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무렵까지 매일매일 내 일과로 삼았다. 그 당시엔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린 것이 아니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설령 부모님이 억지로 시키셨다고 해도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그리진 않았을 것이다. 피아노의 경우는 처음엔 부모님의 권유로, 중간엔 강제력으로 배웠지만, 내가 피아노를 친 약 11년의 세월에서 마지막 5년은 누군가한테 배우지 않았고, 순전히 내 호기심에 의한 것이다. 나는 그 호기심으로 작곡과 편곡에도 손을 대었고 어느 정도 나로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파인만이 말하길 자기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 거라고 한다. 나 또한 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과학고 생활을 해 보면 나보다 머리가 뛰어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수없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했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내가 경험한 공동체들 내에서)이 갖지 못한 예술 분야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선천적인 재능이든 아니든 간에. 호기심의 힘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What lies beneath? 이제는 그 질문을 향해 내 호기심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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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의 중요성을 한층 높여 주는 신문 기사다. 한편으로는 인지과학이 아직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고 그 뿌리는 철학, 즉 인문학에 두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내가 KAIST 인성면접을 볼 무렵에 인지과학에 깊이 관심을 가졌었는데, 로봇공학 쪽에 막연한 관심이 있는 나로선 잘 접근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언젠가 날 잘 아는 어떤 분이 내가 과학고에 진학한 것을 아셨을 때, 나더러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문과학의 발전이 미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많다며 그 방향으로 나가도 좋았을걸 하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이공계 분야로 대학까지 가게 되었으면서, 최첨단을 달리는 로봇공학에서 인문학이 기초인 인지과학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랄 수 있는 걸까?

이 기사에서는 미 상무부와 과학재단이 향후 20년간 추진되어야 할 핵심 과학분야로 나노과학, 생명과학, 정보과학, 그리고 인지과학을 꼽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새로운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전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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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전후에 카시니 호에서 분리된 호이겐스 호가 1월 14일 13:34분 경(15분 오차) CET(Central European Time)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착륙했다. (이는 지구 시간 기준이며 실제는 약 67분 정도 빠름) 드디어 달과 금성, 화성에 이어 타이탄에도 인간이 만든 탐사선이 착륙한 것이다. 인류의 흔적이 또 하나의 천체에 남게 되는 셈이다.

예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정작 오늘 9시 뉴스 끝날 때 TV를 틀었다가 앵커가 인삿말로 말하는 바람에 '아차'하고 알게 되었다. 카시니 호가 처음 발사될 때(97년)는 무척이나 흥분하고 기다렸었는데 요즘은 일상이 바빠서인지 별로 감흥이 없는 것 같다.. -_-;;

일단 인터넷으로 NASA와 ESA를 뒤져 보니 타이탄의 표면 사진과 착륙 과정 시 녹음한 소리(mp3) 등을 공개하고 있었다. 호이겐스는 액체가 아닌 고체(땅)에 착륙했는데, 공개된 사진을 보니 타이탄의 표면은 화성과 유사했는데 돌들이 좀더 둥글게 다듬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과 온도가 매우 낮다는 것(예전 측정치로는 섭씨 영하 180도 정도라고 한다)이다.

과연 호이겐스 호가 태양계 초기 지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까? 앞으로도 기대해 봐야겠다.

*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의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esa.int/SPECIALS/Cassini-Huygens/index.html
http://saturn.jpl.nasa.gov/news/events/huygensDescent/index.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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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과학(Cognitive Science)라고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인지 과학에 대해 안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렸을 적 TV에서 방영된 미국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산업 디자인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막연하게 산업 디자인이라는 것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KAIST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어떤 분야를 할까 생각하다가 구체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알게 된 것이다. (KAIST 인성면접 당시 교수님이 자기네 과에 인지과학 전공한 사람이 있다고 소개시켜주시기도 했다.. -_-)

인지 과학은 인간 활동의 근본을 탐구하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지 과학을 잘 연구해서 적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지 과학은 인간이 주변의 사물을 감지하고 이를 인식하여 판단하는 과정, 그리고 인간 의식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 분야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인공지능,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인지과학이 연구하는 주제와 동일한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인지과학은 매우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는데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도로의 교통 표지판 기호나 신호등의 색깔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또,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디자인하는 로고 또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알면 어떻게 해야 더 사물을 분명하고 인상깊게 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각종 안전 장치를 설계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산업 디자인에 관한 것을 알아보다가 인지과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배경은 이렇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주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는데 그때마다 GUI에 큰 관심을 두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싸이월드에 UI 디자인 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들어가 살펴보니 GUI는 제품 디자인이나 실제 물리적 사물을 설계하는 개념인 UI의 한 부분이며 그 UI가 바로 인지과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Windows나 MacOS의 '창' 기반 인터페이스, 그리고 컴퓨터의 필수품이 돼 버린 마우스도 사실은 1970년대 인지과학과 UI 연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 디자인은 인지과학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중세 이전까지는 수학의 발달이 매우 더뎠는데(고대의 피라미드 제작자들이나 마야 문명과 같은 경우는 일단 논외로 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수식을 표현하는 기호의 발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을 표현하려고 해도 일일이 말로 풀어 써야 했던 것이다. 기본적인 수식에 대한 기호(+, -, = 등)가 발명된 때는 수학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때와 비슷하다. 추상적인 개념들이 우리가 실체로서 다룰 수 있는 기호로 표현되고 그 기호를 다루는 적절한 방법만 정의된다면 우리의 사고는 추상적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인지과학이라는 개념이 없었겠지만, 앞으로의 학문 발전 과정은 이런 상징적 기호 체계라는 측면에서 인지과학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나도 아직 앞으로 인지과학을 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으나 상당히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