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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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동아리가 2개 있는데, 그 중 하나인 SPARCS는 동아리 자체가 원래 컴퓨터를 다루는 목적인데다 전산 전공자들이 많고 이미 몇 가지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버에 대한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서버 장비도 굉장히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고 특히 ftp.kaist.ac.kr 덕분에 정보통신팀으로부터 여러 지원도 받고 있어서 특별히 실수해서 날려먹거나 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문제가 없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인 MR의 경우, 로봇 동아리라서 기계과·전자과 사람들은 꽤 많지만 전산과 사람들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있다. (매 학년마다 한 사람 정도 있을까 말까 한 수준.) 그래서 서버 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인원이 되지 않고, 서버 관리자가 바쁘다거나 할 경우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바로바로 조치하기가 힘들다. (스팍스의 경우는 서버 관리를 전담하는 관리자 그룹이 있고 이 그룹이 대대로 이어져내려오면서 선후배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바빠도 큰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사실 MR의 경우 동아리 홈페이지를 많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홈페이지는 며칠 죽어도 동아리 활동에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메일링 리스트는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편이고, 특히 8x 학번대부터 수많은 선배들이 동아리 내에 결혼식 초청장을 돌린다거나 구인 광고를 올리는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서버 관리 인력이 적더라도 서버 자체가 안정적으로 돌고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서버를 운영하기 힘든 환경인 경우다. MR 동아리 서버의 경우 전에 쓰던 것이 서서히 맛이 가기 시작해 지난 여름 새로 서버를 조립했다. (말이 서버지 실제로는 20만원대 초저가형-_- 데스크탑이다.) 처음에는 AMD 계열로 맞췄는데 메인보드가 불량이었는지 여러 배포판의 리눅스는 물론 윈도우조차 설치가 안 되었다. -_- 그래서 쥐쥐치고 하드와 램, 파워, 케이스만 그대로 쓰고 다시 인텔 계열로 맞췄는데(Conroe-L 420 + Gigabyte 945GM S2) 처음 몇 주는 잘 돌아가나 싶더니 여름 방학 동안 동방이 있는 태울관 건물이 수십 차례 정전이 이어지며 결국 이것도 맛이 간 것 같다. orz

태울관의 정전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학교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몇몇 동아리들이 컴퓨터 장비들을 태울관으로 많이 옮겼다는 점과 태울관 자체가 원래 전력 용량이 작게 지어져서 여름철 냉방을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합쳐진 것 같다. 내가 동아리방에 자주 가보지는 않았지만 동아리원들 말에 의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이 됐었다고 하고, 실제로 그 때문에 맛이 간 컴퓨터도 있었다. (결국 서버도 맛 간 거겠지..)

스팍스의 경우는 교양분관 자체가 학부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라우터를 동아리 서버와 함께 두고 있어서 전원 등 여러 면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큰 공사를 벌인다거나 1년에 한 번 있는 정도의 전체 전원 점검이 아니면 정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서버들도 꽤 안정적으로 돌리는 편이다.

그래서 MR 서버는 결국 랜덤한 커널 패닉과 함께 죽는 상황이 되었다. -_- 하드디스크가 맛간 것인지 메인보드가 맛간 것인지 메모리가 맛간 것인지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동아리가 돈이나 많으면 그냥 서버호스팅이라도 쓰면 좋겠지만 동아리비에서 매달 5~10만원 가량 하는 호스팅 비용을 내는 것도 부담스럽고(특히나 올해 재정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새 서버를 사더라도 정전 등으로 인해 또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꺼졌을 때 다시 켜서 잘 돌면 괜찮지만 하드웨어 자체가 맛가면...) 계속 동아리방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다. 스팍스처럼 안정적인 서버용 하드웨어를 사용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동아리에 돈이 없다..ㅠㅠ;

일단 메일링 리스트라도 어떻게 외부 서비스로 옮겨볼까 했지만, 230여명 분량의 개인 메일 주소를 다룰 수 있는 메일링 리스트를 다루는 국내 서비스는 사실상 전무하다. 대체로 그 서비스에 가입을 해서 쓰게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많은 선배들한테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하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 그나마 구글 그룹스가 개방적인 편이나 이것도 메일 주소를 그렇게 대량으로 넣으려고 하니 관리자 허가가 따로 필요해지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리눅스 머신 하나만 있으면 그냥 /etc/aliases로 해결되는데... (또 mr.kaist.ac.kr 도메인을 학교 내 IP 주소가 아닌 외부 주소를 쓰게 하려면 동아리 지도교수님과 정보통신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안정적인 작동을 보장하면서 /etc/aliases 수준의 자유도를 가지는 수백명 분량의 메일링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홈페이지만 있으면 그냥 대충 웹호스팅 하나 사서 쓰면 되겠지만 메일링 리스트와 동아리 내부 자료 FTP가 같이 있다보니 독립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다. (사실 내가 쓰는 Django 같은 걸 지원하는 웹호스팅도 없고..-_- 꼭 홈페이지를 Django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돈만 있으면 되긴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