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꼭 실내악 앙상블 때문은 아니었지만, 저번 실내악 앙상블 공연에서 나름대로(-.-) 아카펠라를 해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 또 일본인 여성 5인조 그룹이라는 특이한 구성 때문에 궁금하기도 해서 KAIST 문화행사로 하는 앙상블 플라네타의 공연을 보러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멋있었다. 심지어 당타이손이 왔을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앵콜로 캐논변주곡이 끝나고나자 전원 기립 박수를 쳤다. (당타이손 때는 온 사람 자체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박수 소리가 작은 건 아니었다)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는 음정과 박자는 내 스스로 그들과 동조하게끔 만들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내가 들어본 적은 있으나 이름이나 연주자는 전혀 몰랐던 곡들을 불러주어서, 그 곡들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민요("traditional"이라고 표기된 것들)인 Greensleeves, Scarborough Fair, Amazing Grace도 불렀고 O mio babbino caro, Smetana의 Vltava -Ma vlast- 등의 이름은 생소하나 들어보면 모두 아는 것임직한 곡들도 있었다. 맨 마지막에는 앵콜로 그 유명한 캐논 변주곡을 불렀는데, 박자도 거의 정확했고(교수님 얘기로는 이게 가장 사고가 많은 곡이라고 한다. 2박자-4박자-8박자-16박자로 이어지는 돌림 형식이라 사람마다 다르게 길이를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곡의 구성 또한 조지윈스턴의 캐논변주곡과 비슷하게 구성하여 익숙하게 다가왔다.
신기했던 건, 그 그룹이 일본인들이라서 중간중간 한국어로 멘트를 할 때는 발음이 매우 어색했으나, 한국곡인 '고향의 봄'을 불렀을 때는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말하는 것과 성악으로 부르는 것과 발음하는 영역이 뇌에서 분리되어 있기라도 한 건가? -_-;
외국 공연이 처음이라는 멘트에 많은 사람들이 격려의 갈채를 보냈고, 이것이 그들의 대강당 안을 꽉 채우는 천상의 목소리와 맞물려 전원 기립 박수를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간만에 멋진 공연을 보니 그동안 숙제에 찌들었던(?) 정신을 다시 잡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