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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제 공연을 끝으로 실내악 앙상블 수업이 끝났다. 정말 이번 실내악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또한 그걸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음악을 시작할 때 어떻게 박자를 딱 맞추어 시작할 것인지 등)을 배웠다. 또한 진혁이 형을 통해서도 피아노에 관해서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원래 진혁이 형과 내가 하려고 했던 드보르작의 슬라비 댄스 곡은, 그 당시에는 교수님도 만류하셨고 우리가 치기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었다. 한 페이지 반만 연습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공연 당일, 낮에 잠시 짬을 이용하여 진혁이 형과 연주해본 결과 음이 틀리든 맞든 끝까지 박자를 맞춰서 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디아벨리가 쉬운 곡에 속하지만, 그 곡을 통해 더 어려운 4-hands나 앙상블을 할 수 있는 기반—즉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을 다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실내악 수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놀랐으며, 조금만 연습하면 이 곡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래는 최종 리허설 때 찍은 사진이다. 전체를 다 찍은 게 아니고 2부 후반부만 찍어서 앞쪽은 사진이 없다. 물론 내가 공연할 때는 사진을 못 찍으므로 그 사진도 없다. -_- (나온 사람들은 형·선배들이나 캡션에서 이름 존칭은 '씨'로 통일)
멘델스존 트리오 - 송원태, 위대현, 장홍제 씨
la comparsita / mayo - 송원태 씨와 국내 최초의 반도네온 연주자인 고상지 씨
무제 - 스스로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김은우 씨 (반 정도는 즉흥 연주)
공연 분위기는 대충 저랬다고 보면 된다. 진혁이 형과 내가 4-hands를 할 때는 세 번째 사진과 같은 배치에서 연주했다. 리허설 때까지는 잘 됐으나 본 공연에서 1악장 부분을 좀 망했다. (꿍꽝거리다가 조용한 멜로디로 넘어갈 때 내가 박자가 빨라지기도 했고, 진혁이 형은 평소 안 하던 실수를 하기도 했다) -_-;; 아카펠라는 최종 리허설 때까지만 해도 음정이 안 맞았는데, 다행히 본 공연에서는 성공적으로 삑살 없이-_- 잘 되었다.
위의 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더 하자면, 첫 번째 사진인 멘델스존 트리오는 정말 대단했다. 음대생들도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하는 레퍼토리를 아주 멋지게 연주해냈다. 원태 선배가 평소 안 하던 삑살을 한 두 개 내기는 했으나 거의 못 듣고 넘어갈 정도였고(리허설 때 발목을 접질러서 공연 후 입원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만하면 투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위대현 씨도 정말 도취되어서 연주했다. (피아니스트들처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어렵고 빠른 부분들을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레 흘러갔다) 마지막 coda를 마치면서 온몸으로 피아노를 내리찍으며 팔을 벌리고 마무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또한 홍제 형도 고질적인 볼륨 문제를 탈피하여 첼로도 잘 소화해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반도네온 연주자인 고상지 씨도 멋있었다. 실내악 앙상블의 패션 리더(?)라고 불릴 만큼 화장과 옷차림이 특이하신 분인데, 국내 최초로 반도네온이란 악기를 들여와서 독학으로 공부하여 이번 공연을 하였다.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2월 쯤에 일본으로 건너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될 거라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은우 형의 연주로, 스스로 창작한 재즈 스타일의 곡을 연주했다. 칠 때마다 매번 곡 구성이 달라지는데-_- 교수님의 성화(?)로 악보를 만들기는 했으니 역시 1차 리허설, 최종 리허설, 공연 때의 곡이 다 달랐다. -_- 어쨌든 그 음악적 감각은 정말 뛰어난 분이다. 본인 말로는 초등학교 때까지밖에 피아노를 안 배웠다는데,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악기들도 여럿 다뤄보았다고 한다. 즉흥 연주로 저런 곡을 만들어서 칠 수 있고 그걸 기억해내서 악보화시킬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못 하는 것이다. (악보를 보았는데 상당히 복잡했고, 실제 연주도 난이도가 꽤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이건 2부 중반부 이후에나 나오는 것이고, 1부에서는 Rock Classic 곡(바이올린, 전자기타, 피아노, 드럼 등으로 구성)으로 Steve Barakatt의 Flying 등이 들어갔으며, 국악 삼중주와 해금과 피아노 협주, 아카펠라, 4-hdans, 비올라 트리오, 플룻 듀엣, 클라리넷 퀸텟 등등이 있었다. 리허설 때보다 실제 공연에서 다들 한 두개 씩 더 실수하기는 했지만 정말 다들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끝나고 뒤풀이가 있었다. 이번 만큼은 기분이 좋은 술자리가 될 것 같아 나갔는데, 그동안 공연 준비한 게 힘들어서 그랬는지 끝까지 있지는 못하고 중간에 졸려서 먼저 들어왔다. 그래도 나가면서 항공과 4학년인 원대연 씨나, 바이오시스템학과 다니는 04학번 김범준 선배, 김재민 선배(교수님이 싫어하는 사람 중에 동명이인이 있어 수업 시간마다 지적당해서 모든 사람이 이름을 기억한다. -_-), 같은 05학번이면서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맡고 있고 이번에 피아노 연주를 했던 최동영(나이는 모름-_-), 2006년도 학부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은 성림이 형 등을 새로 알게 되거나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이지, 카이스트에 이런 수업이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할 만한 일이다. 인간 관계가 좁아지기 쉬운 환경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물론 미리 팀을 짜서 들어온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음악을 연주해내고, 앙상블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수업이다. 공연 끝나면서 교수님과 실내악 수업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또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습들.. 이 순간만큼은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