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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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택배 송장 번호를 받고 오늘 아침에 택배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심리학개론 수업에 간 사이 배달된 모니터.

책상 주변 물건들의 위치도 바꾸고 청소기도 돌리면서 끙끙대며 설치해놓고 보니 완전 후덜덜이다. ;;;;;
원래 20인치 정도로 얌전하게(?) 가려고 했는데 TNF 교주님의 뽐뿌질에 넘어가 질러버린 DELL 2407WFP. -_-;; 막상 그래놓고서 그분은 내가 정말로(..) 사버린 걸 보고 역으로 뽐뿌질 받아 돈모으려고 열심히 알바 중이시라고 한다.;

현재 디카가 없어서 아쉽게도 설치 상태를 찍어서 올리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다행히(?) 기숙사 책상 위에 놓을 만한 크기라는 것.; 스피커 두 개를 옆에 끼워넣자니 살짝 모자라다. 대신에 좋은 건 USB 단자가 모니터에 내장되어 있고 무려 SD/CF 리더기까지 달려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리더기가 필요 없을 듯?)

일단 화면을 보면 아직까지는 불량화소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것 같고, 굳이 찾으려고 해도 쉽지 않을 듯(...)하다. 현재 노트북 LCD가 실수로 두어번 충격 준 데다 키보드 바꿔끼우면서 가운데가 불룩해져 LCD를 압박하는 등의 이유로 상태가 별로 안 좋은데, 새로 산 모니터의 LCD를 보니 아주 환상적이다. 일단 검정과 흰색의 구분이 명확하고 밝기도 당연히 훨씬 밝다. 또한 1920x1200 해상도임에도 노트북보다 픽셀이 커서 의자에 앉아 등을 똑바로 펴고 앉아도 작은 글자를 보는 게 더 편해졌다. (다만 흰색/검정인 경우 대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약간 회색을 쓰는 게 나을 듯하다)

어쨌든 비싼(...) 물건이니만큼 품질이나 성능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 확실하게 잘 써야지.

ps. 모니터를 큰 걸 사서 책상이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주변에서 했지만, 오히려 노트북 본체가 차지하는 공간이 없어져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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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월요일에 베타를 설치한 후, 내 노트북에서 실행해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계속 실패하여 좌절하고 있던 터에, 다행히 IRC에서 어느 분의 도움으로 베타 키를 얻어 gpg 포럼을 뒤질 수 있었다. black screen에 관한 이슈가 상당히 많았는데, 그 중에 전체화면 모드에서 화면이 깜빡거리면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해보라는 얘기가 있었다. 내가 딱 그렇길래 바로 업데이트 ㄱㄱ 했는데, 노트북이니 그래픽카드는 Radeon 9600 Mobility였고, 최신 드라이버를 찾는 데 한참이나 헤매야 했다. 다행히 설치 후 실행은 잘 되었다.

베타키를 얻은 사람들과 2v2 멀티를 했는데, 처음엔 그럭저럭 할 만 했으나 옵션 조절하는 법을 몰라 기본 옵션으로 그대로 했더니 테크3 타고나서부터는 fps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거의 컴퓨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클릭을 하면 한 4초쯤 후에 반응이 온다) -_- 그렇다고 중간에 나가자니 다른 사람들이 게임 중이어서 좀 그렇고.. 마침 졸리기까지 해서 그냥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게임이 끝나서 disconnect가 떠 있었다. (승패는 확인 못함) 어쨌든 돌아간다는 것 자체는 확인이 된 셈이다. (그러고나서 리플레이 모드에서 최저 옵션으로 맞추니 어제보다 2배쯤? 빨리 돌아가더라...라고는 해도 8fps 정도. orz)

그러던 와중, 드디어 새 컴퓨터가 도착했다! (...) 조립 + WinXP Pro 설치까지 해주었는데, 아주 환상적이다. (XP 라이센스는 학교 공용 라이센스로 살짜쿵 변경을..-_-) 아직 모니터가 배송이 안 되어, 잠시 룸메 모니터를 빌려 세팅을 했는데, 완전 반응속도가 다르다; 3년 가까이 노트북만 써오다가 콘로 E6600 + RAM 2G (DDR2 800MHz) 데스크탑으로 갈아타니 거의 속도가..-_-;;; 이제 월요일에 모니터가 도착하면 수프림커맨더를 돌려보는 일만 남았다;; 그러면 그래픽카드 성능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흐흐.. (지금은 원격데스크탑으로 접속해서 쓰고 있는데, 역시 내 노트북에 접속해서 쓸 때보다 빠르다)

어쨌든, 이제 좀 즐거운(?) 컴퓨터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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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도 끝났고 하니(...) 간만에 말림성 포스팅을 좀 해봐야겠다;

일단 내가 있는 과는 전산과. 보통 다른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과라고 해서 전자공학이랑 전산학이랑 같이 섞어서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학교는 둘이 엄연히 다르다. 2학년 전공 과목 중에 디지털 시스템 및 실험이나, 3학년 전공인 전산기구조(일명 architecture) 과목은 내용이 비슷하게 겹치지만, 그 외는 상당히 다르다.

※ 내가 비교적 잘 아는 과목 위주로 적었음.

[1학년(무학과) 과목]
CS101 기초프로그래밍 -_-
과목의 존재 이유를 잘 알 수 없는 과목. 프로그래밍을 좀 해본 사람들한테는 귀찮을 정도로 쉽고, 프로그래밍을 전혀 안 해본 사람들한테는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이다. 이 과목을 듣는다고 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거나 하는 것 같진 않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CS101 듣느니(어차피 기초필수라 다 듣지만-_-) 2학년 전공인 데이터구조를 들으라고 권한다.

[2학년 과목]
CS204 이산구조
전산학에서 다루는 다양한 이론들을 맛보기 형식으로 배우는 과목이다. 전산과 전공이 아니더라도 들어두면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수학과의 이산수학과 학점교환이 되는데, 이산수학은 훨씬 빡쎄다;; 주로 다루는 내용은 집합, Logic, Graph, 재귀수열, Bool 대수, 알고리즘 기초, Relation, Tree 등의 수학과 관련된 것들이다.

CS206 데이터구조(Data Structure; DS)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 있어서 뼈와 살이 되는 것들을 배우는 과목으로, 본격적인 전산과 코딩을 시작하게 된다. (코딩 스킬을 어느 정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에 타과생들도 많이 듣는 편이다) Stack, Queue, Tree, Recursion 등과 함께 Java의 object와 reference에 관한 개념도 같이 배운다. 내가 수강한 Otfried 교수님 수업 프로젝트는 변수와 함수 선언이 가능한 계산기 짜기나 간단한 게임 만들기, 한자 패턴 인식 알고리즘 개발이 있었다. (....) 다른 교수님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프로젝트가 널럴하다.

CS202 문제해결기법(Problem Solving; PS)
전공선택 과목으로, 말 그대로 정보경시에 나오는 문제들만 죽어라 숙제로 푸는 과목이다. 정보경시를 했던 아이들이나 수학적 머리가 뛰어난 사람들이 가장 기를 펼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데, 물리과에서 온 분이 거의 관광하다시피 하고 있는 듯? -_-) 자연히 숙제 로드가 상당히 세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다. 5번 숙제를 제출하기도 전에 7번 숙제까지 나오는 압박스러움이 좀 있지만;

CS230 시스템 프로그래밍(System Programming; SP)
누가 말했던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교수님에 따른 편차가 심한 과목. K모 교수님과 S모 교수님 두 분이 번갈아 가며 강의하시는데 그 난이도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_-;;; S모 교수님은 우선 '당구는 이론으로 치지 않는다'라는 사상과 함께 철학적인 토론 수업 + 스스로 학습하는 실전 삽질 코딩(체감로드 9학점 이상)을 가르치시는 반면 K모 교수님은 성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 정리된 수업 자료와 물 흐르듯 흘러가는 명강의로 유명하다. 배우는 내용은 Linux에서 system call이라 불리는 API를 사용해 프로그래밍하는 것이고 주로 shell을 기본적으로 짜게 된다.
나는 지난 학기에 S모 교수님 강의를 들었는데 역대 최고의 로드를 자랑했다. 이제 리눅스에서 프로그램 짜는 거 두렵지 않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 전공선택임에도 사실상 전공필수로서 전산과의 문턱이 되는 과목으로, 잘만 통과하면 확실히 전산과에 적응할 자격이 주어진다고들 말한다.

[3학년 과목]
CS300 알고리즘
2학년 때 PS로 삽질했던 것을 체계적인 이론과 함께 배우는 수업이다. Introduction to Algorithms를 교재로 쓴다. 로드가 좀 있는 편이지만 확실히 익혀두면 두고두고 써먹는 과목인만큼 전공 필수. 배우는 내용은 Divide & Conquer, Recursion, Search & Matching, Dynamic Programming, Backtracking 등의 알고리즘 설계 기법과 알고리즘의 시간복잡도나 공간복잡도를 분석하는 방법들이다.

CS311 전산기조직(Architecture of Computer;아키)
CPU에 들어가는 명령어 set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든지, 기초적인 전자회로를 이용하여 원하는 operation을 구현하는 방법, 연산/제어/입출력 장치 등을 배운다. 전자과적인 면이 짙지만 잘 알아두면 프로그래밍을 할 때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임베디드 관련 계통을 할 생각이 있다면 정말로 중요한 과목. 전산과 과목 중에 유일하게 코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다.;

CS320 프로그래밍 언어(Programming Language; PL)
Prolog, Lisp, ML 등 함수형 언어 등 평상시 잘 접하지 않게 되는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 또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개념이나 자료 구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 패러다임(functional인지 object-oriented인지 등)에 따라 어떤 issue들이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배운다. 전산과 과목 중 가장 코딩이 적은 과목 중 하나. 컴파일러의 선수과목이라고 볼 수 있다.

CS322 형식 언어 및 오토마타
프로그래밍 언어의 구성을 좀더 이론적으로(집합이라든가) 배우고, 이산구조 때 맛보기로 했던 오토마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오토마타는 쉽게 설명하자면 입력에 따라 자동으로 자신의 상태를 바꾸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자동 기계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글입력기를 들 수 있겠다)

CS330 운영체제 및 실험(OS)
전산과 전공필수 중 가장 고비가 되는 과목이다. 실습용 프레임워크 위에서 SP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system call들, thread manager, virtual memory manager, filesystem 등을 직접 구현한다. 이 과목을 들을 때는 15학점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다만 조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학점이 반드시 실력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CS360 데이터베이스 개론(Introduction to Database Systems; DB)
이건 H모 교수님과 K모 교수님(위와 다른 분)이 번갈아 강의하시는데 역시 어느 분이냐에 따라 수업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일명 황DB라고 불리는 H모 교수님 수업은 SQL Parser부터 시작하여 직접 DBMS를 구현하는 것이 한 학기의 목표고, K모 교수님은 SQL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에 관한 수업이다. -_-; (이로부터 전자는 프로젝트가 빡세고, 후자는 숙제와 시험이 귀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학년 과목]
CS420 컴파일러 설계
전산과 과목 중 가장 빡센 과목이다. 말 그대로 소스코드를 컴파일해 실행파일을 만드는 컴파일러를 만든다. Lexical analysis부터 시작해서 optimization에 이르기까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C/Java를 변형한 스타일의 고유한 언어를 컴파일하게 된다고 한다.

CS441 전산망 개론(Network)
TCP/IP를 구성하는 각 네트워크 레이어에 대해서 차례로 배운다. 전산과 과목이 언제나 그렇듯 프로젝트의 압박이 좀 있는 과목.

CS480 컴퓨터 그래픽스
3D 그래픽을 DirectX 등을 쓰지 않고 직접 구현해보기도 하고, 간단한 지형 표현 엔진이나 미니 게임 등을 만들기도 한다. 꼭 들어보고 싶은 과목이나 로드가 만만치 않다. 기계과의 CAD/CAM과 학점교환이 된다고 알고 있다.

...

자, 이 정도면 대충 내가 아는 과목들은 소개한 것 같다. 물론 이 외에도 유명한 과목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전산과에서 대충 이러한 내용을 배운다는 것을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근데,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울학교가 제일 빡신 것 같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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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번 시험 기간의 총평 : 시험기간엔 IRC 켜지 말자. ㅠ_ㅠ

그러니까, 주말에는 뭐 이것저것 밀린 일거리도 좀 처리하고 말려준 다음(...) 월요일부터 착실하게 공부를 할 생각이었는데, IRC창에 뜬 Supreme Commander Beta Client가 돌돌 말아버렸던 것이다. 무려 룸메 컴퓨터에까지 설치해가며(아쉽게도 내 노트북에서는 그래픽 카드 호환 문제로 실행조차 되지 않음.. orz) 말려준 덕분에, 오늘 아침 8시까지 확률통계 공부하느라 밤새고(중간에 2시간 정도 자주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밤잠을 많이 못 잤음에도 시험 볼 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긴장하면 역시 잠재력(?)이 발휘되는 것 같다.;;

확률통계 및 응용
이번 확률통계 시험은 시험지 앞장은 쉽고, 뒷장이 어려웠는데 책이나 숙제에 나오지 않았던 형태의 증명 문제가 있어서 곤혹스러웠다. 그 문제를 못 푼 사람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고, 나머지 유도 2문제는 살짝 공부 부족. 그나마 Central Limit Theorem을 이용한 30점짜리 증명문제는 풀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3문제는 40점씩이라는 거-_- 참고로 만점은 300점) 결국 반타작인 셈이다.;

영어II
아침에 봤던 영어2는 완전..-_- 실력으로 푸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닥치고 본문을 외워야 풀 수 있는 유형이었다. 문제는 '다음 중 문법 상 맞지 않는 것을 골라 바르게 고치시오'라지만 빈칸 뻥뻥은..... 매너염.

데이터베이스개론
마지막으로 봤던 김 교수님의 데이터베이스 개론은 완전 노가다였다. 프로그램 짤 때 레퍼런스 보면서 짜지 누가 그걸 다 외워서 짜나? 근데 그걸 100% 손코딩. -_-;;; 문제가 어렵진 않은데 일일이 쓰느라 시간 맞추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나 copy&paste가 가능할 정도면서 미묘하게 다른 Java JDBC와 C#.NET OLEDB 코드를 둘 다 쓰라는 건... 헷갈려서 꽤나 고생했다) 게다가 확률통계 공부하느라 며칠 전에 ppt 한 번 훑은 거 외에는 별도로 암기를 하지 않았으니... PL-SQL쪽의 stored procedure에서 예외 처리 부분은 완전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심리학개론
어제 봤던 심리학개론은... 어찌된 게 인지과학입문의 주관식 서술형 문제보다 더 어려운 객관식 + 단답식 암기문제들 위주였다. 게다가 문제 수도 많아서 원래 같으면 1시간 반이면 여유있게 끝날 만한 시험이 아슬아슬하게 꽉 채워야 할 정도였다. 족보를 보진 않았지만 기존에 문제를 내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고 하셨던 게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_-

결국, 이번 시험에서 제대로 건진 과목은 선형대수학개론 하나 뿐인 것 같다. 나머지는 혼전이라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과목 특성에 따른 공부 방법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실패(라고 아직 단정지을 순 없지만) 요인인 것 같다. 기말고사 때는 닥치고 다 외워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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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한 2주 동안 숙제에 치여 살던 관계로 시험기간임을 알리는 포스팅조차 생략해린 상태. ㄱ-

일단 아까 오후 7시~10시까지 선형대수학개론 중간고사를 치고 왔다.;; 어제서야 겨우 숙제가 끝났던지라 시험공부는 말 그대로 벼락치기.. 했는데 그래도 재수강빨이 있는지(-_-) 일단 모르는 문제는 없이 다 풀었다. 역시 변수는 계산 실수를 얼마나 덜 했느냐 하는 것.

확실히 평상시에 빡세긴 해도 숙제가 꼬박꼬박 나오는 게 공부는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3x3 rotation transformation 주고 회전축과 회전각 구하는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봐뒀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저번 선대개와는 달리 교수님이 증명 위주로 문제를 내고 노가다를 많이 줄여서 상당히 좋았다. 초수강생들한테는 오히려 그게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게 훨 낫다. 행렬 계산은 최대 4x4를 넘지 않았고, 중간중간에 개념 증명이나 theorem들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풀리는 것들이 꽤 있었다. (계산에서 가장 지저분(?)했던 게 분모가 11이 나오는 경우였는데, 초수강 당시 시험에서 6x6 determinant 구하다가 수백 단위까지 갔던 거 생각하면...-_-)

마지막 문제가 10점짜리 증명 2개였는데, 처음엔 바로 생각이 안 났다가 종료 15분전에 극적(...)으로 생각이 나서 후다닥 써서 낼 수 있었다. 다만 그 중 한 문제는 수식으로 유도하지 않고 기하학적 설명만 해놔서 살짝 깎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험은 잘 본 편인듯 싶은데, 대강당에서 보는 시험은 그 후유증이 왜이리 심한지.. 좁은 좌석에서 쭈구린 채 시험지를 3시간 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니 왼쪽 목 뒤도 아프고 허리도 쑤신다. 중간중간에 스트레칭을 해줘도 긴장 상태라서 그런지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수강생이 워낙 많은 대형강의라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서도 시험보는 환경은 최악이라고 해야 될까.

이제 남은 건 화요일 오후에 보는 심리학개론(원래 수요일인데 다른 시험이랑 겹쳐서 옮김), 그리고 수요일 하루 종일 보는 영어II, 확률과 통계, DB 개론이다. 확률 통계 족보를 사왔는데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exponential distribution과 조건부 확률 개념을 확실히 정립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고등학교 때 배운 것들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moment generating function 등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서 공부가 좀 필요하다. DB개론은 SQL+Relational algebra 만들기 노가다 + 개념 암기라서 ppt와 교과서를 꼼꼼히 봐야겠고, 영어II는 본문만 잘 정리하면 별 문제 없을 것 갈다. 심리학개론은 은근슬쩍 양이 방대한데다 이 교수님이 교양수업 중에서는 시험을 어렵게 내시는 편이라 좀 로드가 있겠다. (결론은 다 열심히...-_-)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드디어 새 컴퓨터가 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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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쓴 글인데 거기에만 두기에는 아까워서 링크.

"프로그래밍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

ps. 확실히 긴 글을 쓴다는 건 상당한 정력을 요하는 일이다. 한 2시간 반에 걸쳐서 쓰고 되짚어보고 고치고를 계속 반복했더니 금새 피곤해졌다. (사실 시간도 새벽 3시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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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영어2의 Writing을 담당하시는 외국인 교수님한테 물어볼 것이 생겼다. 그래서 급히 교수님이 계시다는 곳으로 뛰어가서 벌컥 하고 문을 열었더니 뭔가 수업 중이었다. 갑자기 뻘쭘해진 나는 그 수업에 늦게 온 학생인 척(?)을 하면서 어떤 사람 옆에 앉았는데, 자꾸 조별(....)로 뭔가를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수업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수업 내용이 매우매우 어려웠고, 교수의 말이 정말 말 그대로 외계어로 들리는 것이다. 교과서를 보면 쉬운 것 같은데 교수의 말을 단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더라. -_-;; 그렇게 정신없는 수업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는데, 막상 원래 하려고 했던 질문이 생각나지 않았다.

....

그리고 깼다. ㄱ-;;;

PS 숙제 생각하다가 잠시 잠들었을 때 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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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학교의 가톨릭 동아리인 사나래에서 생활성가 발표회가 있었다. 선형대수학개론 연습반 가다가 무대 장식을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아는 누나를 만나서 알게 되었는데―사실 지난 주말에 궁동 성당으로 미사 갔을 때 주보에 써 있어서 알긴 알고 있었다―마침 장소가 희망관과 다솜관 사이에 있는 마실영화관(정식 명칭은 모르겠으나 어느새 이름이 이렇게 붙어버렸음)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선대개 연습반을 기점으로 이번 주가 듀였던 숙제들이 모두 끝난 상태라 저녁 시간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볼 수 있었다. 지난 학기였던가, 사나래 동방에서 했던 개강 미사도 가봤었고. 또 MR나 SPARCS를 통해 아는 선배들도 있어서 은근히 사람들 얼굴을 익히기도 했던 터였다. 겸사겸사 해서 공연이니 또 사람들이 많이 와줘야 할 텐데 하면서 보러 가게 된 것이다.

음악적으로 아주 professional하게 잘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느님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분위기 자체는 매우 좋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나 율동 등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하게 했다. '배우자를 위한 기도'에 직접 곡을 만들어 붙인 노래도 맘에 들었고, 마지막에 했던 '축제'와 '딜레마'라는 곡도 멋있었다. 태환이 형이나 슬기 누나, 현진이 누나, 진실이, 성준이 등도 모두 평상시엔 잘 나타나지 않았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내악 앙상블을 이미 1년 동안 들어왔던 터라, 공연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나름 잘 알고 있지만, 역시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또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요령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생활성가 발표회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알고보니 매년 동아리 정기행사로 하는 모양이다. 슬기 누나도 정식으로 동아리에는 안 들고 가끔 개강미사 같은 데만 갔다가 3학년 초에 들었다고 하면서 나도 슬쩍(...) 들어오라고 했다. 흠..; 평상 시 주로 가족들하고 미사를 가는 편이긴 하지만, 또래의 사람들하고 신앙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공연을 본 소감은 대만족. 중간중간 사회자와 주변 도우미(?)들이 했던 나름대로 개그(?)도 재밌었고,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유머러스하게 진행된 공연이었다. 다음 번에도 잘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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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듣게 된 과목들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를 해보겠다.
작년 가을학기의 실내악 앙상블, 오트프리트 DS의 프로젝트, 스튜어트 일반물리2 포함 21학점의 압박과, 지난 봄학기의 송모 교수님 SP 포함 18학점 + 실내악 앙상블 청강 4곡 공연(...)의 압박으로 두 학기 내내 체감 로드가 27학점에 육박했었기에 이번엔 조금 널럴(?)한 컨셉으로 짰다. (뭐 어떤 사람들은 PS 들으면서 널럴하다고 하냐는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로서는 훨씬 널럴하게 느껴지고 있다-_-)

1. Problem Solving
이른바 정보경시 문제들만 죽어라(?) 푸는 과목이다. 담당 교수님이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준비반을 지도하시기도 했고, 얼마 전에 포항에서 IOI가 열릴 땐 출제위원도 하셨던 분이다. 시험도 없으며, 오로지 수많은 숙제와 수업 시간의 토론이 있다. 수업은 다행히 매우 재미있어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다만 숙제는 알고리즘 차수가 안 줄어들면 초조해지는 문제가 좀 있다. 매년 숙제의 문제 set이 별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또 한번 알고리즘을 생각하고 토론하고 나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과목이기에 재수강이 완전 금지된다. -_-;
어느 선배가 이 과목 들으면서 ACM ICPC 나가면 추가 점수(....)가 꽤 있다고 하길래 한 번 해볼까 했다가 정말로 신청해버렸다. (...)

2. Database 개론
DBMS와 B+ Tree까지 직접 구현한다는 저 유명한 황DB(-_-) 대신 이건 널럴하게 듣기로 했다. Relational Data Model 이론 살짝 맛보기 한 후 이어지고 있는 내용은 SQL. 이미 웹프로그래밍 하면서 SQL은 좀 다뤄봤던지라 별로 어렵진 않다. 다만 subquery, join 등과 같은 평상시 거의 써보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들을 익힐 수 있어서 좋다. DB 설계 부분까지 커버해준다면 금상첨화겠는데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것보다도, 무려 숙제의 문제 하나하나까지 개념 설명을 해주는 걸 보고 지난 학기 SP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이번 교수님의 DS 수업을 들은 룸메 말로는 시험이 매우 노가다라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어쩐지 엄청난 양의 SQL 문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실습은 oracle을 사용한다)

3. 확률과 통계 및 응용
원래 3학년 전공인 알고리즘을 들으려고 했다가 예상치 못한 영어강의 + 이번 학기의 널럴 컨셉(?)으로 바꿔듣게 된 과목이다. 내용도 무난하고 교수님도 무난한데, 정확히 수업 시간 땡하면 출석부른다는 것이 조금 단점이라면 단점. 그리고 교수님이 설명을 너무 구구절절 하시는 면이 있다. (덕분에 수업 중간에 배 아파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책 반 페이지 읽는 걸로 따라갈 수 있었음-_-) 연습 시간이 있는데 출석과 퀴즈가 없어 사실 상 의미가 없는 연습반이다.;; (숙제 찾아가기 및 숙제 문제 해설을 한다고 하는데, 숙제 문제가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거의 노가다 뿐이다. 연습반이라기보단 help desk라고 보면 될 듯.)

4. 선형대수학 개론
작년 가을학기 때 들었다가 오트프리트 교수님의 DS, 스튜어트 일반물리2, 실내악 앙상블, 그리고 계산 노가다-_-의 압박으로 결국 재수강을 하게 됐다.; 재수강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수님의 강의가 너무나 맘에 든다. 개념 팍팍 박히게 설명 잘 해주시고, 대형 강의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끄신다. 덕분에 신축기숙사에서 대학1호관까지 화목 아침(9시 수업이다 -_-)마다 학교를 가로지르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한 번도 졸지 않았고 수업도 즐겁게 듣고 있다. (시험도 노가다성 계산보다는 개념이나 증명 위주라고 하니 차라리 나을 듯) 그런데 연습반 조교님이 수업을 너무 성실히(?) 해서 수업 시간 복습(.....)을 시간 꽉 채워서 한다는 게 문제다. 대신 퀴즈를 4번인가밖에 안 보고, 숙제가 있다. 재밌는 건 연습반에서 Kaistizen님을 만났다는 것.;;;

5. 심리학 개론
인지과학입문의 후속편으로 듣고 있는 과목. 초반에는 바이오정보전자개론의 정재승 교수님 뇌 관련 수업과 인지과학입문의 수업 내용 일부와 겹치지만 후반에는 좀더 폭넓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절학기 때 들었던 인지과학입문에 비해서 난이도나 로드는 무난하다. 다만 교수님의 썰렁한 개그 덕에 수업 분위기가..;

6. 영어II
원래는 1학년 가을학기 때 듣는 과목이지만 그때 DS를 먼저 듣느라 시간표 때문에 이번에 듣게 되었다. (실제로 초수강하는 선배들도 많았다) 기초과목답게 귀찮은 면이 좀 있고 특히 일주일 동안 3번에 걸쳐 분산된 시간표가 맘에 안 들지만(덕분에 주4일제 실패 orz), 한동안 등한시했던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듯싶다. 매주 영어단어 100개를 공부해서 손으로 정리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외국인 교수님이 진행하는 writing 수업은 아직 분위기가 서먹서먹 썰렁하다.;
이번학기부터 생긴 제도로, 영어 수업과 별개로 진행되는 EFL이라는 게 있다. 1인당 최대 일주일 2회 15분 정도씩 외국인 교수님께 speaking/writing 개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학부/대학원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업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자료(자기가 쓴 writing이라든지 이야기 topic이라든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참에 영어 블로깅이나 시작해볼까. (....)

어쨌든 이번 학기는 이렇다. 아무래도 다른 학기에 비해 시간이 좀더 여유로울 듯하니 태터툴즈 및 MetaBBS 쪽에 좀더 신경을 쓸 생각이다. 내년은 지금 생각하는 수강 계획으로 미루어봤을 때 전공으로 상당히 빡세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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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지난 봄학기의 송 모 교수님의 System Programming 수업은 일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 정상적인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는 전산과 학생이라면, C언어를 처음 다루게 되는 수업이었는데, 첫 시간에 '우리학교는 원래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 게 전통'이라면서 '이번학기 C언어 쓸 것이니 알아서 공부해두세요~'라는 조교장의 말이 있은 후 1주일 만에 나온 듀 2주짜리 프로젝트가 Linux Shell 짜기였다. -_-;;

아니, 초수강생 중에 linux를 안 써본 사람이 70%는 되었는데 닥치고(?) shell을 짜라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스펙으로 나온 ppt에는, 첫 페이지에 shell이 무엇을 하는지 1문장으로 써 있고, 아무런 말도 없이 redirection과 pipe/fifo를 쓰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러 갔던 연습 시간에는 조교들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몰라 그냥 그렇다-_-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나마 첫 번째 프로젝트 ppt에는 fork가 무엇인지 4줄(각 줄은 4단어 -_-)로 설명이라도(...)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프로젝트에 나왔던 pthread 관련 함수들은 목록만 주어졌다. 해당 함수가 뭘 하는지는 알아서 찾으시오(...)랄까..;

덕분에 학생들도 고역이었지만 조교들한테도 굉장한 고역이었을 것이다. 뭐 수업 때 한 것이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할 텐데, 수업 시간엔 '컴퓨터는 어떻게 만들까?'에 대해서만 토론하고 있고 막상 실제 사용하는 fork니 exec니 하는 함수들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수님의 교육 철학―"당구는 이론으로 치지 않는다"―이랄까, 그런 건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_-;;

이번 학기는 김 모 교수님이 SP를 강의하신다. 이미 마지막 프로젝트가 우리가 기말 코딩 시험으로 봤었던 거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첫 실습 자료를 보니, 이럴 수가-_-... 무려 vi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 아니, 언제부터 이런 걸 가르쳤지? 게다가 첫 3주 동안은 기초 C언어 실습...?! 다음 시간 내용 : 변수와 상수. (........)
거의 입에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우린 첫 3주 동안 백지에서 linux shell을 완성했는데?! ;; (사실 그게 정상이지만... 이미 송 모 교수님의 SP를 통과한 나로선...-_-)

룸메인 승범이와 나는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SP Spirit을 기를 수 있겠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_-; 정말이지 송 모 교수님의 SP를 들을 때 가졌던 정신(?)으로 덤비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으랴라면서.

-_-;
얼떨결에 신청해버린 ACM ICPC도 확 SP Spirit으로 밀어붙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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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로운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부임한 뒤로 영어 강의 비중을 점차 늘려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고려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어설프게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하게 하지 말고, 외국인 교수 비율을 늘려서 영어강의를 늘리든지, 아니면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회화 교육 등을 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전공필수 과목인 알고리즘을 들으려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젋은 여교수님인데 정말이지 너무나 답답할 정도였다. 물론, 학문적인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영어는 충분히 잘 하시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휘어잡고 알아듣기 쉽게 개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 교수님들이 우리말로 수업을 해도 그런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정도인데 하물며 영어로 강의하게 한다면.... -_-;

딱 한 번밖에 안 들었지만 바로 drop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내가 작년에 영국인인 Stewart 교수님의 일반물리학2와, 독일인인 Otfried 교수님의 데이터 구조 수업을 들어봤지만, 영어 강의라고 해서 못 알아듣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강의 자체는 지금껏 들어본 강의들 중에 상당히 명강의에 속했고(스튜어트 교수님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는 사실은 빼더라도.. 그건 양자행렬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기초과목에서 토론식 수업을 했기 때문이지 영어 때문은 아니었다. -_-), 영어 회화 연습도 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또하나, 영어강의만 늘리지 말고, 1학년 때 듣는 교양필수 과목인 영어I, 영어II 수업을 좀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능한 한 토플 성적 등으로 학점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주변에서 수업을 들은 사람들도 영어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이건 영어강의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제발 식당밥 좀 맛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_- inureyes님도 인정하셨다(...). 우리학교 식당밥이 가장 맛없더라고. 학교 쪽문 밖으로 나가면 식당들이 있긴 하지만 매번 외식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인만큼 밥은 맛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심지어는, 매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식사비 13만원을 없애고 그 금액을 식당에 투자했으면 할 정도다. 식사값이 조금 올라도 좋으니 차라리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것이다. 급식업체에게 맡기지 않고 학교에서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초기라 잘 모르겠지만 새 서남표 총장이 여러 상황을 잘 고려해서 발전 계획을 잘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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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100층이 넘는 고층빌딩도 손가락에 꼽을 만치의 햇수만 지나면 금방 지어진다. 그만큼 건축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기술도 없던 그 시절에 높이가 100m가 넘는 바티칸 성당의 돔이라든가, 생미셸 대성당, 노트르담 성당 같은 웅장한 건축물들을 어떻게 지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만큼 신에 대한 열망과 영생에 대한 의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였음을 반증하는 것일 테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세계 3대 성당이라고 하는 곳을 다 가봤다.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 물론 종교개혁을 유발했을 만큼 많은 돈을 들여 지은 베드로 성당이지만, 분명히 그 자체는 훌륭한 문화재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마침 미사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덕분에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고딕 양식의 대성당에서 미사 드려보기―을 할 수 있었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가장 처음 방문했던 성당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첫인상으로 강하게 다가왔다.


다음은 베드로 대성당을 구경하고 있을 때 진행되던 미사 장면이다. (가져간 카메라의 제한으로 30초밖에 안 된 것이 아쉽다 ㅠ_ㅠ)



같이 갔던 내 형도 했던 얘기지만, 어렸을 때는 예수님이나 성서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신화처럼 들렸는데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음을 대중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한 증거물들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얼마 전만 해도 이성적 논리로는 하느님의 존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서가 진실을 담고 있는 책임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 무엇보다도 논리적으로 하느님의 존재가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유럽여행을 통해 체험한 바도 있을 것이다. (예전엔 '말로만' 믿었다면 이젠 '진짜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달까. 몰론 아직은 좀더 성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특히 여행 마지막날에 갔던 파리의 노틀담 대성당에서 드렸던 미사는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프랑스어로 미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명히 전례의 모든 형식과 말귀가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주기도문을 낭송할 때는(이때는 신부님이 양팔을 드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심지어 프랑스어임에도, 내가 한국어로 낭송하는 것과 운율이 맞는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전 세계 도처에 퍼져 있는 모든 성당들에서, 같은 전례로 미사를 드린다는 것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었고, 그만큼 바티칸과 교황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도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런 지금의 교회가 있게 한 하느님과 예수님 또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은 직접 디카로 찍었던 당시의 미사 장면이다)



다만 좀 특이했던 것은, 여자 신도들이 미사보(머리에 쓰는 흰 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종교 개혁, 양성 평등 등의 주장이 나타나면서 유럽 쪽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사보를 철폐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성물방들도 주요 교회에만 두고 거의 없앴다고 한다. (성물에 대한 미신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좀 달랐던 점은, 우리나라 성당에서는 성가를 신자들이 직접 부르는 것이 대부분인데 비해, (거기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노틀담 성당에서는 신자들이 부르지 않고 성가대만 부른다는 점이다. 주로 바흐 등 고전 음악가들의 미사곡을 직접 노래했다. 그것이 더 장엄할 수는 있겠지만, 성가를 직접 부르면서 느끼는 감동이랄까, 그런 것이 없다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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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할 말 없으면(정말?) 쓰는 근황 포스트. 사실 유럽여행 에피소드 시리즈 쓰다 만 것들이 있는데 완성을 못하고 있습니다.;

1. 태터툴즈 오픈하우스
자세한 건 티스토리 분점에서 보세요. =3

2. 치과
옛날,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때 치아교정이 끝난 후로 작년에 학교에서 했던 정기검진 외에는 치과에 간 적이 거의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 스케일링하러 가보자고 하셔서 끌려갔(..)는데 충치 n개(....)에 사랑니가 30도로 누워서 난 것까지...-_-; 사실 사랑니가 누운 건 알고는 있었는데 뽑기가 두려워서 말이죠..;; (사랑니 4개가 모두 났는데 딱 1개만 누워서 났음..orz) 충치는 심한 게 아니라 살짝 생긴 거라서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한데 문제는 사랑니 뽑기. 대략 일주일 동안은 후유증으로 고생한다는 소릴 이미 오랫동안 들어와서..;; 덜덜덜..; 결국 사랑니는 28일 월요일 오전에 뽑기로 했습니다. 리눅스 커널 세미나 해야 되는데 설마 말 못하게 되지는 않겠죠..?; (사실 그것보다도 온갖 자극적인 양념을 하는 학교 식당 음식이 걱정. -_-)
ps. 앞으로는 6개월마다 스케일링 및 정기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3. 여름 휴가
다음 주 수요일부터 여름 휴가 갑니다. 장소는 강원도 휘닉스 파크와 그 근방으로, 산악자전거 및 루어 낚시를 할 예정입니다. 작년에 갔을 때 아주 죽이는 다운힐 코스가 있었는데, 올해 그쪽 수해가 심했더래서 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내려가다가 중간에 계곡물에 발도 담글 수 있고, 라벤더 밭도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아버지가 산악자전거에 취미를 붙이시기 전에 잠시 취미로 하셨던 루어낚시는 뭐 특별히 고기 잡는 걸 기대하지는 않고―예전에 형이 팔뚝보다 조금 작은 송어 한 마리 잡아서 매운탕 끓여먹어본 적은 있음―재미삼아 할 계획입니다.

4. 태터툴즈와 MetaBBS
태터툴즈 메인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위해 MetaBBS 기반으로 갈아엎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테스트 계정(tattersite.com)에서 진행하고 있고, 기본적인 틀은 완성된 상태이나 zb4 to MetaBBS 컨버터 및 디자인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말 그대로 XHTML 뼈대(...)만 있는 앙상한 상탭니다.; 한편 MetaBBS는 다소 느리긴 하지만 꾸준하게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고 0.9beta2까지 릴리즈되었습니다. (직후 RSS 피드 파싱 에러 등의 치명적 버그가 있어 패치를 발표하긴 했습니다만..-_-)

5. 리눅스 커널 세미나
광복절이 끼었던 이번 주는 대학원 형들의 휴가로, 또 다음 주는 제 휴가로 인해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일정. -_- 하지만 커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이라도 감을 잡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프로그래밍할 때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세미나하자고 하셨던 형 말로는 memory management만 이해해도 본전 뽑는 거라는데 확실히 그쪽이 복잡합니다.;

..
음..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군요. 오늘은 별로 코딩할 마음이 없으니 유럽여행 에피소드3나 쓰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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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에피소드 2. 유럽에 가서 살인적인 물가와 뒤집어씌우기를 하나씩 경험하고 온 사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밥을 먹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당한 일이다.

베니스에 오전 중에 도착해서 바포레또(수상 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이동했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고, 엄청난 폭염이라던 유럽답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나마 유럽은 고온건조해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했는데, 베니스는 수상 도시라서 그런지 완전...-_-;;; 습도가 최악에 가까웠다. (마치 한국에서 무더위 속에 소나기가 내린 직후 땅에서 습기가 올라올 때의 느낌이랄까.)

어쨌든 밥먹을 때가 됐으니 대충 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산마르코 성당 뒤편 골목으로 들어섰다. 눈길을 끄는 다양한 유리 세공품 상점들을 지나 길쪽 모퉁이에 있던 제법 큰 음식점을 발견했다. 식당이 2층까지 있었고, 사람들도 적당히 앉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 듯싶어 거기서 먹기로 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_-;

이때 같이 있던 사람은 나와 형, 그리고 같은 일행 중 한 명이던 다른 형 하나. 형과 나는 가장 싼 2인용 오징어 먹물 리조또(쌀밥을 살짝 덜 익혀서 적당한 양념에 스프처럼 떠먹는 요리)를 시키고 그 형은 스파게티를 시켰다. 원래 베니스가 물가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라 그렇게 시켰을 때 대략 45€ 정도 나오는 거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나온 음식들은 그저 평범한 식당 수준. 특별히 맛이 있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리조또는 오징어 먹물에 밥알만 담근 것이었고 밑반찬 따위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웬걸, 300ml 짜리 캔 음료수 하나가 5€(한국돈으로 6천원-_-)란다.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은 했으나 어쨌든 목은 마르니 그렇게 3개 더 시켰다.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당히 깨끗했다. 그러나 그것도 다 이유가 있었으니, 한 사람 당 자리값(.....) 3.4유로가 붙고, 게다가 위 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에 10%의 팁까지 붙어서.... 무려 80€라는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orz



80€가 한국돈으로 거의 10만원 가까이 되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10만원으로 3명이서 식사를 할 경우 VIPS에서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이다. -_-;; (전에 한 친구가 사은품으로 10만원짜리 VIPS 상품권에 당첨돼 토끼군과 함께 간 적이 있다) 계산하고 나서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조그마한 글씨의 이탈리아어(...)로 뭐라뭐라 써 있고 3.4€라는 글자와 10%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_- 나름대로 영문 메뉴판이라고 갔다준 거였는데 완전히 낚인 셈. ㅠㅠ

그래놓고는 프랑스 파리에서 이보다 더 심하게 뜯긴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몽마르뜨 언덕에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우리 말고도 계속해서 낚이는 외국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몽마르뜨 언덕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언덕 공원/계단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웬 흑인들이 잔뜩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팔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손가락을 하나 내밀게 하고 거기에 색실을 걸어서 순식간에 꼬아주는 거였다.

그냥 가려다가, 그 사람들이 하도 귀찮게 매달리는 바람에 손가락을 내밀고 말았다. 자기네들 소매치기 아니니까 걱정 말라면서(유럽 여행 준비해본 사람들은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얘길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자기네가 아프리카 세네갈 쪽에서 왔는데 이게 전통 부적이라나 뭐라나 막 떠들면서 순식간에 꼬아주었다.;

낚이고 있는 사람들



내가 한 번 그사람들을 떠보려고 Ubuntu―유명한 Linux 배포판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의 고대 언어에서 나온 'humanity to others'라는 뜻의 단어다―의 뜻을 물어봤더니 전사(warrior)라는 뜻이라고 지어낼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다 꼬아주고 손목에 달아준 다음 대뜸 하는 말 왈, 형과 나 두 사람치로 무려 40€(한국돈 5만원 상당)를 달라는 것이다. -_-;;;;;

아니, 실값을 아무리 비싸게 쳐도 300원은 나올까 싶은데, 거기에 관광지니까 인심 좋게 봐준다고 쳐도 고작 3천원 정도도 비쌀까 싶은 걸 무려 5만원이라니! (......) 우리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만한 돈 없다고 박박 우기니까 자기들끼리 뭐라 떠들더니 20€만 달란다. -_- 계속 더 깎자니 실랑이 벌일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결국 그냥 20€를 주고 빠져나왔는데, 비록 만들어준 실팔찌 자체는 예쁘긴 했지만 뒤통수 맞은 듯한 느낌은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ㅠ_ㅠ

올라가면서 낚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며, 저 사람들도 한철 장사니까 저걸로 먹고 살겠지라고 나름대로 정당화를 시켰지만... 그래도.... 내 돈 돌리도... orz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forty를 forteen으로 잘못 들은 척하면서 계속 우겼다면 7€로 깎을 수 있었을까? -_-)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이 얘길 하니 그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말해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좀더 조심할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사피군님이 IRC에서 곧 유럽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조심하라고 알려드려야(...)겠다. 아마 이 글을 직접 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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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기에 "오픈소스 개발자"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으니 뭔가 IT틱한(?) 분위기가 나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경험 중 하나였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일정을 끝내고 스피츠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야간열차를 탈 때였다. 여행사에서 같은 호텔팩 상품을 신청한 사람 수가 나를 포함해 26명이었는데, 야간열차 쿠셋 한 칸에 6명씩 타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6x4=24명이 일행끼리 방을 하고 형과 내가 따로 방을 쓰게 되었다. (놀랍게도 일행 중 여자가 22명이었고 남자는 형과 나를 포함해 4명 뿐이었다. -_-)

방에 들어가니 이미 4사람이 들어와서 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한국인이었는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해군사관학교 4학년으로, 졸업 전 마지막 휴가 때 자유배낭여행을 온 거라고 했다.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명은 프랑스인이고,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인이었다. 둘 다 백인이었는데, 이탈리아 사람은 털이 많고 좀 덥수룩했고, 프랑스 사람은 약간 마르고 창백했다.

열차 출발 후, 두 한국인 중 한 사람이 Eurail Pass를 바닥에 떨어뜨렸었는데, 잃어버린 줄 알고서 차장한테 쫓겨날 뻔한 소동이 있었다.; 차장이 다음 역에서 내리라면서 마구 화를 내고 다음 칸으로 갔는데, 다음 역 도착 직전에 내 형이 찾아주어서 무사했다.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어, 독일어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5명이서 열심히 영어로 얘기를 하면 프랑스 사람이 이탈리아 사람에게 열심히 독일어로 번역해주었다.;; (외국인들 보면 다 영어를 잘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영어를 단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도 많다. 벨기에 지하철에서 map information이란 말을 못알아 들어서 직접 찾아다녔던..-_-)

처음엔 주로 해사 다니는 형들이 이야기를 진행했고, 나는 나중에 차차 끼어서 말하게 됐다. 초반에 주로 했던 얘기는 한국과 유럽의 음식 문화, 물가에 대한 것이었고, 한국어에 대한 얘기도 조금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각자의 직업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 프랑스 사람이 자기는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Firefox에 대해 아냐고 물어봤더니 무려 개발자란다. -_-;; Firefox 소스 분석할 때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처음엔 눈이 빙빙 돌았는데 계속 보니까 이해되더라는 얘길 했다. 그러면서 Eclipse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내년엔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대학으로 오냐고 물어봤더니 교환학생만 예정되어 있고 어느 학교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나는 살짝 KAIST 광고(...)를 해주고 혹시 거기로 오면 연락(-_-)하라고 말해주었다.;

지금 와서 매우 후회하고 있는 것이, 그 프랑스인에게 이름도 안 물어보고 메일 주소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 날 우리가 일정을 변경하여 피렌체에서 내렸기 때문에, 아직 그 사람은 자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 1시쯤까지 얘기하다가 다들 피곤해서 그냥 자버렸고. ㅠㅠ

한국에 돌아와서 IRC를 통해 Eclipse 개발자 채널에서 수소문을 해봤으나 아직 찾지는 못한 상태다. 그만한 사람을 만나기는 매우 힘든데, 아쉬울 따름이다. Tattertools나 MetaBBS와 같은 한국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들, KLDP 같은 리눅스 사용자 커뮤니티 같은 것들을 소개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더 얘기를 못한 것이 아쉽다.

어쨌든 일행과 떨어져 따로 탔던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도난 사고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두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 문제는 없었다.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만나겠지만, 앞으로 몇 차례 IRC를 통한 수소문을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