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지난 봄학기의 송 모 교수님의 System Programming 수업은 일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 정상적인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는 전산과 학생이라면, C언어를 처음 다루게 되는 수업이었는데, 첫 시간에 '우리학교는 원래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 게 전통'이라면서 '이번학기 C언어 쓸 것이니 알아서 공부해두세요~'라는 조교장의 말이 있은 후 1주일 만에 나온 듀 2주짜리 프로젝트가 Linux Shell 짜기였다. -_-;;
아니, 초수강생 중에 linux를 안 써본 사람이 70%는 되었는데 닥치고(?) shell을 짜라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스펙으로 나온 ppt에는, 첫 페이지에 shell이 무엇을 하는지 1문장으로 써 있고, 아무런 말도 없이 redirection과 pipe/fifo를 쓰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러 갔던 연습 시간에는 조교들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몰라 그냥 그렇다-_-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나마 첫 번째 프로젝트 ppt에는 fork가 무엇인지 4줄(각 줄은 4단어 -_-)로 설명이라도(...)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프로젝트에 나왔던 pthread 관련 함수들은 목록만 주어졌다. 해당 함수가 뭘 하는지는 알아서 찾으시오(...)랄까..;
덕분에 학생들도 고역이었지만 조교들한테도 굉장한 고역이었을 것이다. 뭐 수업 때 한 것이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할 텐데, 수업 시간엔 '컴퓨터는 어떻게 만들까?'에 대해서만 토론하고 있고 막상 실제 사용하는 fork니 exec니 하는 함수들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수님의 교육 철학―"당구는 이론으로 치지 않는다"―이랄까, 그런 건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_-;;
이번 학기는 김 모 교수님이 SP를 강의하신다. 이미 마지막 프로젝트가 우리가 기말 코딩 시험으로 봤었던 거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첫 실습 자료를 보니, 이럴 수가-_-... 무려 vi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 아니, 언제부터 이런 걸 가르쳤지? 게다가 첫 3주 동안은 기초 C언어 실습...?! 다음 시간 내용 : 변수와 상수. (........)
거의 입에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우린 첫 3주 동안 백지에서 linux shell을 완성했는데?! ;; (사실 그게 정상이지만... 이미 송 모 교수님의 SP를 통과한 나로선...-_-)
룸메인 승범이와 나는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SP Spirit을 기를 수 있겠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_-; 정말이지 송 모 교수님의 SP를 들을 때 가졌던 정신(?)으로 덤비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으랴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