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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in Things
오랜만에 써보는 근황 포스팅. (역시 시험기간이니까... ㅋㅋㅋ)
중간고사 시험은 금요일에 컴퓨터 윤리와 사회문제 하나밖에 없다. 60문제(!)쯤 낸다고 하시는데 PPT 빈칸 채우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살짝... 원래 오픈북이었다는데 이번엔 그런 얘기도 없다.
정작 알고리즘은 못 짜고 MS Robotics Developer Studio로 시뮬레이션 세팅하느라 일주일을 넘게 삽질했던 확률로보틱스 수업은 원래 중간고사가 있는데 안 보기로 했고(역시 특강의 위력), 분산처리특강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라는 뜻에서 중간고사를 안 보고 있지만 역시 그런다고 프로젝트를 미리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_-;
작곡 수업은 일찌감치 중간고사 대체로 바흐의 Prelude 1 in C Major를 기본 화성 구조로 출발해 멜로디와 반주를 만들어 붙인 후 이를 다시 편곡해서 발표하는 식으로 현재는 쉬는 상태.
두 곳의 회사(한 곳은 아주 큰 곳, 한 곳은 작은 곳?)에서 상당히 빠방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당분간 동아리 운영에 재정이나 기계 모자랄 걱정은 없을 듯. 후배들이 이런 좋은 환경에서 잘 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제발 아라 디자인 시안하고 맞추는 작업 좀...ㅠㅠ)
최근에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그분이 연극을 보자고 하셔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뒷편에 있는 알과핵 소극장에서 쉬어매드니스라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 내용은 대충 미용실을 배경으로, 미용실의 2층에 사는 어떤 반쯤 미친 유명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살해되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것이다. 특히 관객이 직접 배우들과 대화하며 추리하고 관객의 투표로 범인이 선택되면 그에 맞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 전혀 엉뚱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고, 모든 경우를 다 고려해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하니 조금만 어설퍼도 확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데 배우들이 이를 매우 잘 처리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태어나서 연극은 처음 본 건데,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물론 악을 쓰며 서로 소리치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연극 배우들 특유의 끼와 에너지 발산을 함께 흡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분과 11월 말에는 장기하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이것도 어떨지 기대된다.
사실 지금 나한테는 시험 하나 잘 보는 것보다 졸업요건을 채우는 게 급하므로, 시험이 하나밖에 없는 황금 시험기간을 맞이하여(...) 그간 회사 다니느라 못했던 봉사활동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있다;; 장소는 예전 룸메 녀석이 알려준 유성도서관. 주로 하는 일은 서가에 순서나 분류가 잘못 꽂혀있는 책들을 찾아 정리하는 것인데 사서 분들도 친절하시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중간중간 맘에 드는 책 있으면 뽑아서 막 말리다가 다시 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본 책으로는 세벌식 자판을 개발한 공병우 박사님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와 얼마 전 영화로 나왔었으나 평이 별로 안 좋아 원작이 궁금했던 '일본침몰', NHK에서 나온 다큐멘터리 책 시리즈를 번역한 것 중 현수교의 역사와 기술적 도전에 관한 것, NASA의 우주개발 역사에 관한 책, 폼페이를 발굴하는 과정과 폼페이를 통해 본 고대 로마의 건축 및 생활사를 그린 책 등이다. 각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쫙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주요 부분들은 다 챙겨보았다.
서가를 정리하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것은,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분류한 것은 좋았는데 컴퓨터·전산학 관련 책들을 위한 분류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000 번호의 '총류'로 분류되어 있고, 이상하게도 데이터구조론과 데이터베이스론이라는 보기에도 지루하게 생긴(...) 두꺼운 책 2권만 전기공학 쪽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기술·공학과 자연과학의 분류가 따로 되어 있는데 전산학에 관한 것과 컴퓨터공학에 관한 것을 잘 나누었으면 좋겠다. 십진분류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분류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건, 컴퓨터 상의 정보는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태그를 붙여서 다중 카테고리 형식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도서관의 책은 물리적으로 한 지점에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단일 카테고리만 가능하다는 것. (물론 전자 검색은 태그 방식으로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물리적 제약 하에서 날로 다양해지는 책들의 내용을 어떻게 잘 분류해낼 것인가도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일 것 같다. (간혹 '인터넷 아트'라는 책이 건강정보 쪽에 분류되어있다든지 하는 실수 정도가 아니라...ㅋㅋ)
그래서 결론은 그 예전 룸메 녀석과 디스트릭트9이라는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 내일 볼까 했으나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모레나 주말로 미루어질 듯. 슬슬 프로젝트들을 시작해야 할 텐데...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