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말고사 끝. 3
- 동문카드 홍보 아줌마들 21
- 근황 4
- 간만의 노가다 22
- 봄이 온다 4
- Flickr.. 2
- 이공계의 위기? 6
Daybreakin Things
* 우선 사람의 생명을 헛되이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 근래 온갖 언론들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아프간 피랍 사태를 보면서, 또 그에 반응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종파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폭력으로 대응하는 탈레반이나, 비록 무력을 사용하는 폭력은 아닐지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정신적인 폭력에 비견할 만한 한국의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나, 각박한 현실에 감정이 메말라 이리저리 치우쳐 비방해대는 사람들이나, 또 아무리 봉사가 목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안전 의식이 없었던 피랍자들이나, 결국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고 배형규 목사나 그 봉사단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봉사가 주목적이었다면, 무장세력이 판치는 아프가니스탄이란 곳을 목표로 삼았다면, 가능한 한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고 충분한 안전 조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봐도, 직업적으로 하는 전문 긴급구호요원들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살해 소식 자체는 안타깝지만, 비판을 가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 결국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종교라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긴 해도, 세상에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기에, 무력과 폭력으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몸소 자신의 신앙을 실천하며 묵묵히 살아가면, 그 교리가 어떤 인간적인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footnote]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애매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특히나 종교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색안경을 씌우기 쉽기 때문이다.[/footnote],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고, 물리적 폭력이든 정신적 폭력이든 간에 그런 강제적 도구 없이도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 (물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설득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설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탈레반과 같은 과격 이슬람 단체들도 그렇고, 국내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기독교도들도 포용력이 부족하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모두 다름을 인정하되 참된 신앙을 지키는, 겉으로는 부드럽고 속으로는 강직한 그런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문물과 사상을 접해서일까, 아니면 국민성 자체가 그래서일까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근본적인 정신 위에 우리만의 색채를 얹어가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추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세계의 온갖 종교가 다 어울려 사는 나라도 없을 텐데, 그런 만큼 그 다양성의 에너지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상당히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는 그 가능성을 열고, 포용력이 강한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며 드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과도기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 과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거다. 점점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서, 사람들 자체가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충분한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만 있었어도 어떤 비상식적인 행동을 충분히 하지 않을 만한 사람들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름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해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블로그 카테고리를 예전부터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해치웠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분류로 인해 'Things & Thoughts'에 거의 모든 글이 몰려버리면서 카테고리가 사실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살아가기, 생각하기'라는 대분류를 만들어 기존의 'Things & Toughts'에서 꽤 많은 글들을 떼어내에 컴퓨터 카테고리로 옮겼고, '즐기기'라는 소분류에는 각종 공연 감상 등을 모아두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써온 글들의 목록 전체를 한 번 쭉 훑었는데, 2년 넘게 쌓인 글들이다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KAIST 입학시험을 치던 얘기, 경기과학고 홈페이지와 기숙사관리 프로그램 만들던 얘기부터 시작해서, 태터툴즈가 오픈소스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글도 보이고. (지금은 아주 단단히 말려서(?) Needlworks까지 하고 있으니...-_-)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삶의 기록을 남기면, 언젠가는 재밌는 추억들이 되겠지?
요즘 블로그 글이 너무 뜸해서 일단 TNF 블로그에 썼던 글 하나 링크. 지적 사춘기
처음 시작은 유크 누나의 블로그. 시험기간에 제대로 말렸다. 나중엔 이오공감에도 올라갔다.;;
마치 P와 NP의 중간적이 맛이 많이 나고요. 표현을 하자면 굉장히 처음 보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polynomial time에 satisfiability problem으로 transform할 수 있는, 그것은 마치 P=NP라는 환상적인 대덕 스피드스타즈의 레이서, 8051 칩만으로 듀얼코어를 이기는 알고리즘. 하지만 증명할 수 없어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고 자료 : http://genesis.isloco.com/139
댓글로 달았던 것에서 여인을 알고리즘으로 바꿨다. 시초가 된 원문은 다음과 같다. (TV프로그램 '스펀지'에서 어느 소믈리에가 했다는 표현)
음... 마치 이맛은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느껴지구요. 음... 표현을 하자면, 굉장히 처음 보았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풍경,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의 여인, 탱고를 추는여인. 하지만, 그여인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크 누나 블로그에 가면 그 누나의 동아리 게시판에 올라온 미적분학 버전, 건설및환경공학과 버전, 산디과 버전, 세포생물학 버전 등을 볼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과 트랙백한 것을 볼 수 있다. (심리학과 버전, MBTI 버전, 국문과 버전, SW 개발자 버전, ....)
드디어 지난 금요일에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기간 동안 Supreme Commander에 말리기도 하고, 소믈리에 놀이에 말리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끝났군요.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목별 총평을 해보겠습니다.
물리과 과목을 들어보고 싶어서 들어본 과목. 교수님이 상당히 쉽게 가르치시는 편이었고, 시험이 교과서 예제 및 숙제 암기 형태라 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뉴턴역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뉴턴역학으로 풀려면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해야 했던 문제들이 라그라지안으로 쉽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다만 교수님이 정리를 잘 해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반복적으로 설명(전 시간에 한 내용을 또 설명하고 그러는데 그게 가끔은 그 수업 시간 다 가도록 그러는 경우가 왕왕 있다)해서 물리과 전공하는 친구들은 상당히 지루해했다. (나는 복습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던데..-_-)
그다지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전공필수이기에 들은 과목. 그러나 이 과목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이 학술정보처 처장이라 그런지 술을 굉장히 많이 드셔서 술기운에 수업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시작하면 조금 재밌는 얘기를 하시는 듯하다가 결국 다들 자게 만드시는 위력의 소유자. 게다가 시험은 족보와 판박이라서 족보를 본 자(혹은 재수강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수업 때 출석도 안 부르고 시험도 족보에서 그대로 나오니 공부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과목이다. 그나마 중간고사는 숙제에서 많이 나와서 할 만 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숙제가 하나도 없어서-_- 내가 혼자 골라서 풀어본 연습문제를 다 비껴갔다. OTL;;; 시험을 보면 시험지를 걷어버리기 때문에 족보를 구하기도 힘든 편. 그래서 이번에 수강한 사람들과 시험 끝나고 문제를 복기해서 동아리 족보를 만들었다. -_-;;
사실 내용 자체는 잘 이해하면 low-level까지 컴퓨터의 작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low-level이나 embedded에 관심이 없다면 별로 재미도 없는 내용이고(개인적으로는 재밌었지만), 재수강비 15만원 주고 수업 안 듣고 성적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 들을 가치가 없다. (근데 왜 전공필수냐고! ㅠㅠ)
전산과의 가장 중요한 전공필수 과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데이터구조나 이산구조에서도 기본적인 개념과 몇 가지 알고리즘들은 배우지만 여기서는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 문제는, 이 과목을 현재 번갈아 강의하시는 두 분의 교수님 수업이 둘다 매우 들을 만 하지 못하다는 것. 이 문제는 작년 가을부터인가 완전 영어강의로 바뀌어서 더욱 심해졌다.
나이가 좀 있으신 신교수님의 수업은 교수님의 목소리 톤이 매우 일정하고 졸리기 때문에 안 그래도 듣기 힘든데, 영어로 하는데다 굉장히 많은 내용을 꾸역꾸역 머리에 집어넣어주시는 스타일이라 따라가기가 힘들다. (잘만 따라가면 배우는 건 많다.) 이 강의의 문제는, 뭔가 필기를 해야겠다고 펜을 드는 순간 그 다음 수업 내용을 놓쳐버린다는 것. 한글 강의의 경우 웬만하면 머리에 buffering이 되는데, 이 강의는 가르치는 게 많아서 그런지 설명을 한 번씩만 하고 죽 지나가버리는데다 영어라서 한두 단어를 놓치면 전체 맥락이 끊겨버린다. (게다가 수업자료 슬라이드가 매우 보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 정의하지 않은 문자가 막 튀어나오는가 하면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니고 Why? How?라는 질문만 잔뜩.... 사실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점에서는 좋지만 수업을 듣기가 힘들어서 슬라이드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쥐쥐다.) 다만, 교수님 자체는 열정이 있으셔서 수업 외 시간에 따로 찾아가면 질문도 잘 받아주시고 보강도 꼼꼼히(...) 하셔서 좋았다.
다른 한 분은 비교적 젊으신 최교수님인데, 사실 작년 가을에 들으려다가 첫 시간 듣고 바로 드랍했다. 이거야 원,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셨다는데 영어강의를 이렇게 못하시면.... (내용만 안다면) 내가 대신 강의하고 싶을 정도다. -_-;;;; 대신 난이도나 로드는 신교수님 수업에 비해 낮다고 한다.
어쨌든 알고리즘은 수업 내용보다는 주로 교과서 및 Introduction to Algorithms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해가며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초반에 나온 몇몇 숙제는 Intro. to Algorithms 책 본문의 식 유도과정을 문제로 내기도 했던...-_-)
그야말로 어려운 이론도 없고 노가다만 하면 되는 과목이지만, 어떻게 된 게 수업은 이번 학기 수강과목 중 가장 들을 만했다. 응수과나 다른 과 교수님들이 수업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과 교수님이라서 그런지 설명도 체계적이었고 항상 수업 시작후 10분 정도 전시간 내용을 정리해주셔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아주 편했다. (거의 안 졸고 필기도 거의 안 빠지고 다 했다)
다만 시험이... 시험이...............OTL OTL ;;;; 나름 필기도 열심히 하고 SE 프로젝트 때문에 퀴즈 몇 번 망한 거 빼면 퀴즈도 열심히 보고(매 챕터 내용정리도 하고..) 했던 과목인데 시험에서 완전... 족보를 보니까 매우 쉽길래 계산 실수가 곧 학점이겠구나 했는데, 문제 난이도가 갑자기 급상승했다. 미적분과 응미 전 범위의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꿰차지 않으면 풀 수 없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겉보기엔 문제가 간단해보여도 실제로 계산해보면 3~4가지의 계산 방법 중 일반적으로 쓰는 것으로는 풀리지 않고 꼭 가장 외우기 싫은(?) 방법을 써야만 풀리게끔 해놨다.. -_-) 백지가 속출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실제 성적 분포가 어떨지 예측을 할 수 없다.
일단 한숨부터. 하아;
이번 학기 가장 널럴한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수강변경기간에 추가 신청한 과목인데, 결과적으로 다른 모든 과목을 말아먹는 과목이 되고 말았다. -_- 수업 자체는 그냥 교양 분위기였는데, 5명이서 하는 팀프로젝트가, 직접 제안한 프로젝트(주로 서비스 형태)를 가지고 Waterfall process model을 따라가다보니 문서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결국 최종 설계 문서는 A4 160장을 돌파했다. -_-; SW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추상적인 거라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sync시키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고, 로그인과 같은 매우 사소한 부분도 설계 문서 작성과 토론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로드가 10학점에 달했다. (조모임 한 번 하면 12시간씩 하고 그러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래야 할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결석한다거나 퀴즈를 쥐쥐치는 일도 있었다.) 아직도 프로젝트가 안 끝나서, 다음 주 화요일에 최종 데모 발표까지 해야 한다. -_-;
이것도 참... -_-; 주제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인데, 교수님과 랩 조교님들 모두 로봇 제작을 처음 해보시는 거라서 삽질을 너무 많이 했다. 특히 어떤 부품들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된 것이 4월쯤이었으니, 1월 초부터 시작한 걸 생각하면 너무 오래 걸린 셈이다. 게다가 부품들을 주문해서 인도받기까지 1개월이 넘게 소요되어 결과적으로 제대로 부품들을 건드리고 삽질을 시작한 것은 5월 중순부터였다. 축제에 기말고사 지나고 나니 다음 주 금요일이 최종보고서 제출 마감일.;;; 다행히, 이 연구를 우리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랩에서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서 하면서 URP로 계속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자체가 망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URP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 랩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분야의 주제를 택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ㅠ_ㅠ
동아리 후배인 성진이의 소개로 CT 대학원에서 지난 축제부터 개최하기 시작한 완전연소 레이브파티(보도 자료)에 가봤다. 클럽이라는 게 대체 어떻게 놀아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쭈뼛쭈뼛해서 지금껏 가본 적이 없었는데, 그냥 가서 흔들면(?!) 되었다.
처음엔 같이 입장한 동아리 사람들끼리만 놀았으나, 나중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추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가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갑자기 막 섞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어깨를 붙잡고 기차놀이-_-를 한다든가, 사람들이 원형의 빈 공간을 만들더니 갑자기 아무나 끌어내서 붙여놓고 같이 춤을 추게 한다든가 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대중들의 행동 양식은 얼마 전 CC Salon에서 봤던 미디어아트 작가들에게 영감이 원천이 되는 바로 그것일 게다. 친화력과 배타적 성질을 파라메터로 두고 입자가 매우 많아졌을 때 흥미로운 양태를 보이는 것이다. 좀더 거창하게 덧붙이자면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클럽 파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하던 동작에 싫증을 느껴서 동작을 바꾸거나 다른 파트너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을 잘 캐치해서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노는 것이 질리지 않게 놀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러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거나 용기(?)가 없어서 그냥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나름 외국인하고도 추고-_- 중간에 지인의 지인으로 끼어든 모르는 사람과 파트너를 해보기도 하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우리학교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듯싶다.)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뛰고 움직였더니 다리가 아파서 잠시 밖에서 쉬었다가 다시 한 40분 정도 들어가서 있었다. 시간이 늦은 탓에 입장객 전원에게 주는 무료 cocktail은 못 먹었다.;; 대신 서 총장님의 정책으로 더욱 많아진 우리학교의 외국인들은 거의 다 모였는지 매우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스튜어트-_-일반물리를 같이 들었던 인도 사람(국적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나 그렇다고 추측됨)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사실 고전역학 숙제 듀가 당겨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왜 하필 축제 기간에...orz) 어제서야 공지사항을 보고 오늘 부랴부랴 하느라, 또 어제는 비스타 깐다고 삽질하다 잠들어서 축제를 제대로 못 즐긴 것 같아 아쉬웠는데, 오늘 하루 달린 것으로 미련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덧. CC Salon에서 한국판 CCMixtor 프로젝트를 하시는 CT대학원의 이종은 님도 만났다. Staff photographer를 하고 계시길래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덧2. 레이브파티는 DJ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추어 참여자들이 함께 밤새워 춤을 추는 파티를 가리킨다. (KAIST 신문의 설명) 실제로 이번 파티도 폐막 시간이 "해 뜰 때"였다.;
우리학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 있다. 서측식당은 좀 덜한 편이지만, 동측식당은 가끔씩 아예 팔까지 붙잡고 안 놓아주기도 하는 그분들. -_-; 바로 동문 LG카드를 홍보하기 위해 나온 아줌마들이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친구랑 밥먹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붙잡더니 혜택이 많다는둥 어쩌구 하면서 다짜고짜 카드를 만들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카드는 석사생 이상만 만들 수 있는 것인데도 자기 딴에는 석사인줄 알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좀더 전에는 동측식당 매점에 뭐 좀 사러갔다가 10여분이나 억지로 대화를 나누고 명함까지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학교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LG 동문카드가 존재함을 알고 있고, 또 필요한 사람들은 알아서 만들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신용카드를 가지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소득이 없다고 분류되는 학부생들의 경우는 당연히 만들 수 없는 카드다.
이런 이유로, 나는 LG카드에서 KAIST 동문 카드의 홍보 전략을 대폭 수정했으면 한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아줌마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나마 만들까 하던 사람들도 지레 도망갈 것 같은 지금의 홍보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사실, 나는 수익의 일부가 KAIST 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는 것 외에는 도대체 동문카드가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달려드는 아줌마들을 피해 달아나다보니 귀찮게만 느껴질 뿐. 뭔가 이목을 끌만한 서비스 혜택을 제시하든지, 인터넷 등을 이용해서 프로모션을 한다든지 등등 다른 방법들이 많이 있을 텐데도 왜 굳이 지금과 같은 홍보 방법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빨래 다 되길 기다리면서 한 푸념 끝. -_-
...무려 열흘이 넘도록 블로그에 글을 하나도 안 썼다. 이게 다 미투 때문이다(?). -_-;
몇 가지 실험(?)을 위한 모종의 테스트 목적을 포함, 개인 명함을 하나 제작했다. 직접 디자인해서 인쇄만 맡겼는데, CMYK 색상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색상이 어떨지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오늘(4월 30일) 배송 예정이며 도착하면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생각.
지난 1년여 동안 활동해온 Tatter & Friends가 이제 슬슬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포럼을 통한 공개 커뮤니티로서의 TnF가 아닌, 보다 큰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TNF 재단의 구체화, 그리고 그 핵심 task force라고 할 수 있는 Needlworks 팀의 탄생이다.
자체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한 쓰레드에 수십~백개에 이르는 메일 토론이 하루 건너 매일 이루어질 정도로 활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태터툴즈와 관련하여 몇 가지 큰 사건(?)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블로그에 글이 뜸해진 가장 큰 원인은 이것. 아직 시험결과가 나온 과목이 응용미분방정식밖에 없어서 결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 하겠고, 다만 느낌상 고전역학과 전산기조직은 그럭저럭 잘 본 것 같다. (알고리즘은 최악의 경우 반타작, 가장 좋은 경우도 80% 정도일 듯하고, SE는 시험이 별로 중요한 과목이 아닌데다 시험 자체도 정답이 딱 존재하는 류가 아니라서 그다지 할 얘기가 없다.)
응용미분방정식의 경우는 생각보다 계산 노가다에 대한 감점이 적어서 전반적인 학생들의 점수는 꽤 높게 나온 편인데, Cauchy-Euler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2번 문제를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풀려고 시도하다가 gg치는 삽질을 한 게 화근이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어렵다고 하는 문제는 그럭저럭 방법을 잘 선택해서 푼 편이다) 물론 방법은 다 맞게 풀었으면서도 계산 실수로 인해 만점 받은 문제는 별로 없었고, 적분 상수 처리를 빼먹는다든가 계수를 살짝 틀리게 썼다든가 해서 대체로 1~2점 정도씩 감점. (근데 이게 모이니까 꽤 크다;;;) 문제는 평균이 생각보다 높다는 거. 그래도 기말 한큐라고 하니 기말을 노려볼 수밖에 없다. 선대개처럼 재수강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orz
학기 중에 거의 하지 못했던 수프림 커맨더의 각 종족별 미션을 모두 클리어했다. 그러나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몇몇 지점을 방어해야 하는 방어 미션에서 하드로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중간 난이도로 하고 넘어가서 살짝 아쉽다. (사실 시간이 충분히 많다면 삽질해서 해결해보겠지만...-_-) 미션을 다 깼으니 멀티를 해볼까- 했더니 갑자기 GPGNet이 접속이 안 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ㅠ_ㅠ (재설치하고 패치 다시 해보고 방화벽 꺼보고 별짓 다 해봤는데 쥐쥐..)
한편, 프로그래머의 관점에서 Total Annihilation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뛰어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 엔진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공식 개발 도구가 빨리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처음 접한 컴퓨터 게임이 커맨드앤컨커 시리즈였고, 레드얼럿까지는 모든 미션을 클리어했을 정도니 상당히 정이 많은 게임이다. 타이베리안 선은 정품 구매를 했으나 당시 내 사양이 딸리는 바람에 제대로 못 즐기고 처박아두기도 했다. 어쨌든, Supreme Commander 다음으로 기대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고, 또 한때 골수 팬이었던 만큼 꼭 해보고 싶은 게임 중 하나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는 IRC 포트가 막혀있는 관계로 멀티플레이가 안 된다는 캐안습한 사실. OTL
OpenAPI 지원과 한국 사용자 입맛에 맞춘 편집 인터페이스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프링노트. 기존에 설치해서 쓰던 moniwiki가 있긴 했으나, 활용도가 떨어져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나 스프링노트의 경우 기본 인터페이스가 편집용이라서, 단지 글 보기만을 하는 경우는 산만한 감이 있다. API를 이용해 글을 긁어와서 최대한 심플한 인터페이스로 보여주고 댓글/트랙백을 달 수 있는 형태의 매시업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아까 고전역학, 전산기조직 시험을 연타로 보고 뻗었다가 한숨 자고 일어나보니 뉴스속보가 하나 올라와있었다.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덜덜덜하면서도 역대 최대 규모라길래 놀라긴 했는데, 조금 있으니까 그 범인이 한국인이란다. 당장 아침 9시에 시험 하나 있는데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고 있다.
고등학교 동기나 선배들 중에도 미국쪽 유학 간 사람들이 있고, 또 대학 와서 알게된 사람들 중에도 한다리만 건너면 미국 유학 간 사람들이 꽤 된다. 버지니아텍에 직접 아는 사람은 없지만 한인교포사회와 외교관들 초비상사태가 걸렸다고 하니 이건 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 멀쩡한 한국사람들한테 보복하는 일이나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이 와중에도 Wikipedia는 너무나 성실한 업데이트로 사건 경위가 자세히 올라오고 있고, 조승희씨 페이지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블로거과 네티즌들이 올린 글과 사진, 동영상들이 주류 언론의 보도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사건 자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점점 변해가는 Web을 보는 건 흥미롭다.
1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얘기가 주로 들리는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 한 녀석이 딱 12살때 북미 쪽으로 이민을 갔었다. 그 뒤로 연락이 안 돼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고,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미국내 총기소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생각된다. 총기는 한 번 잘못 사용하기 시작하면 대량 살상이 일어나기 딱 좋기 때문에(물론 폭탄테러가 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칼 등 다른 일반 휴대용 무기류에 비해서) 총기소지를 허용한다고 해도 그 사용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물론 원천금지를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나름 공대와 기숙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뭔가 섬짓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학교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내년에 교환학생 가려고 했던 건, 비록 미국은 아니지만서도, 토플 대란 때문에 어쩌구 하는 것보다도 치안이 어떤지 먼저 걱정이 된다. 어쨌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시험공부하러...
지난 월요일에는 SE 프로젝트와 중간고사라는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음악회를 하나 보러갔었다. 다름 아닌 실내악 앙상블을 강의하시는 김정진 교수님이 연주하시는 것.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인 궁동 성당에서 바로크 음악을, 그것도 명동 성당 오르가니스트와 함께 오르간 연주도 곁들여서 한다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무료 입장!)
성당이나 교회들은 보통 신부/목사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한 번 방사된 소리가 일정 시간 잔향으로 남게 만든다. (이건 공연장들도 마찬가지다. 용도에 따라 다른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인지, 내가 가본 그 어떤 음악회보다도 음향이 훌륭했다. 첼로는 마이크를 써서 음을 크게 했고, 고급 전자오르간이 반주를 해주었는데, 성당 안이 정말 소리로 꽉꽉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일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바티칸 성당의 주교 회의 사진에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을 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감미로운 첼로 연주도 좋았지만, 실제 오르간으로 바흐의 그 유명한 Toccata and Fugue in D minor를 연주하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 엄청난 음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 곡은 아주 심취했던 것 같다. 주로 바흐의 곡들이 많았는데, 자기 아들을 연습시키려고 만든 평균율에 멜로디를 붙여 만들어진 곡인 Ave Maria나, Squire의 빠른 2박자 곡인 Bouree도 인상 깊었다.
간만에 정말 집중할 수 있는 음악회였고, 바쁜 일정 중에 힘들게 짬내서 간 만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끝나고 교수님한테 인사도 드리고, 또 전날 부활절 미사에서 만났던 노영해 교수님도 다시 보고. 옛날에 실내악 앙상블 같이 들었던 같은 학번 사람도 만나서 인사하고. 여튼 정말 가뭄 속의 오아시스, 그리고 그동안 미사만 해왔던 곳에서 꽉 찬 살아있는 음악소리를 들은 경험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대략 6시간 동안 계산했는데, 오랜만에 미적분을 하려니 자꾸 실수하는 것도 있고 해서 정말 고생했다.
고전역학 숙제 풀이 중 일부 (참고로 저거 틀려서 한 페이지 다시 썼다. orz)
외부 힘이 주어진 경우에 대한 진동의 2차 미분방정식을 푸는 문제였는데, 문제 자체는 매우 간단했으나 계산을 하면 할수록 항이 늘어나면서 저렇게 되었다. -_- 이것을 Green's method라는 것으로 다시 푸는 게 있는데 그것은 부분적분 n번을 하니까 같은 답이 나왔다. (사실 미분방정식을 풀다가 꼬여서 결국 얼버무리고 말았다. -_- 원래는 똑같은 답이 나와야 한다.)
하아, 이제 알고리즘 숙제와 URP 논문 읽기 및 matlab 코드 리뷰, 그리고 SE 분석 프로젝트 예시 문서 스터디까지 해야 한다. 그냥 밤 샐까. ㄱ-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봄바람? -_-), 오래 전에 가입해두고 쓰지 않던 서비스인 플리커를 써보고 있다. 플리커는 대부분 알다시피 대표적인 Web 2.0 사이트로 각광받았던 taggingw 위주의 사진 공유 서비스다.
예전에는 그냥 가입에 사진 몇 장 올려두고 말았었는데, 다시 찬찬히 뜯어보니 꽤나 잘 만들었다. (완전 뒷북이다. -_-) 사진 업로드를 편하게 해주는 별도의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 제공이라든가, 업로드 후 여러 장의 사진의 속성을 한 꺼번에 바꾸는 batch organize 기능 등 꽤나 원하는 기능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이라면 해외 서버기 때문에 속도가 좀 느리다는 것. 국내에 서버가 있다면 엄청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플리커에 올린 사진 하나. 봄도 되었고 하니 한껏 물오른 나뭇잎들 사진이다. 아마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저건 고등학교 기숙사 올라오는 계단에서 찍은 것이다.
ps. 다른 것보다 맘에 들었던 건, Creative Commons 라이센스를 채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그러한 사진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블로그 스킨 등을 만들 때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일정
하아, 왜 꼭 일이 몰릴 때는 꼭 이런 식으로 몰리는 건지.. 저기 비어있는 칸들은 잠 or 숙제 or 밥먹기다.
그래도 방학 때보다는 좀 바쁜 게 낫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느릿느릿한 영어강의는 GG -_ㅠ (알고리즘 시간에 완전 자버렸다 orz)
※ 이 글은 CS496 전산학 세미나의 에세이 과제로 썼습니다.
나는 이공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특히 의학이나 법률 분야—로 간다고 해서, 궁극적인 의미로 그것을 이공계의 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포항공대를 수석 졸업한 생명과학과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블로고스피어에서도 꽤 회자되었던 일이고, 내가 이공계에 있는 까닭에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실험실 식구들을 비판한 것이 사람된 도리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의대가 오히려 더 권위적이면 권위적이었지 왜 진로를 바꾸었느냐 하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과학고등학교를 다닐 때, 교장선생님의 애국조회 연설 등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바로 '애국'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커서 나라의 일꾼이 되어야 하고, 나라에서 이렇게 좋은 교육 환경을 지원받고 있으니 보답을 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내가 볼 때 나도 그렇고 우리 세대의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가 씨알이 먹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자기가 잘 되어야 국가에 이바지들 하든 말든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의 학생들은 개인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그것을 위해 정진할 수 있는 환경과 역할 모델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공계 바깥에서 보는 인식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머리 좋은 사람들 잘 가져다 써서 돈을 벌든지 국가 발전을 시킨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져다 사용되는' 입장이 되길 거부한다. 보다 주체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벌고, 내가 과학기술을 공부·연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실험실 식구들에 대한 비판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뭐랄까, 그 사람이 제시했던 이유라면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하는 개인적인 느낌—그 사람의 선택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단지 이공계였다고, 수석졸업이었다고 해서 그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공계인들은 계약을 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가 원했던 방향이기에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공계 위기라는 것은 사실 본질은 간단하다. 인재가 부족하다는 등의 위기라는 건 결국 기피로부터 나온 것인데, 기피를 막으려면 당장의 장학금 같은 것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고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요즘은 근무 시간에 노동의 질을 높이고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연구 성과를 많이 낸다거나 해도 자기 시간이 없다면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소 매니악한 특징을 가지는 이공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수용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내가 보기에 정말로 위기라기보다는 일종의 과도기다. 과거에 비해 과학기술자, 혹은 지식노동자가 가지는 삶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태라고나 할까. 그래서 대우가 안 좋다느니 하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점점 가속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욱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고 결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차별화된 능력과 다양한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소위 말하는 '성공'의 스펙트럼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