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 우선 사람의 생명을 헛되이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 근래 온갖 언론들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아프간 피랍 사태를 보면서, 또 그에 반응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종파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폭력으로 대응하는 탈레반이나, 비록 무력을 사용하는 폭력은 아닐지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정신적인 폭력에 비견할 만한 한국의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나, 각박한 현실에 감정이 메말라 이리저리 치우쳐 비방해대는 사람들이나, 또 아무리 봉사가 목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안전 의식이 없었던 피랍자들이나, 결국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고 배형규 목사나 그 봉사단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봉사가 주목적이었다면, 무장세력이 판치는 아프가니스탄이란 곳을 목표로 삼았다면, 가능한 한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고 충분한 안전 조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봐도, 직업적으로 하는 전문 긴급구호요원들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살해 소식 자체는 안타깝지만, 비판을 가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 결국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종교라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긴 해도, 세상에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기에, 무력과 폭력으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몸소 자신의 신앙을 실천하며 묵묵히 살아가면, 그 교리가 어떤 인간적인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footnote]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애매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특히나 종교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색안경을 씌우기 쉽기 때문이다.[/footnote],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고, 물리적 폭력이든 정신적 폭력이든 간에 그런 강제적 도구 없이도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 (물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설득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설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탈레반과 같은 과격 이슬람 단체들도 그렇고, 국내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기독교도들도 포용력이 부족하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모두 다름을 인정하되 참된 신앙을 지키는, 겉으로는 부드럽고 속으로는 강직한 그런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문물과 사상을 접해서일까, 아니면 국민성 자체가 그래서일까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근본적인 정신 위에 우리만의 색채를 얹어가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추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세계의 온갖 종교가 다 어울려 사는 나라도 없을 텐데, 그런 만큼 그 다양성의 에너지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상당히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는 그 가능성을 열고, 포용력이 강한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며 드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과도기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 과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거다. 점점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서, 사람들 자체가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충분한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만 있었어도 어떤 비상식적인 행동을 충분히 하지 않을 만한 사람들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름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해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