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말고사 끝. 3
- 드디어 시험 끝 14
Daybreakin Things
드디어 지난 금요일에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기간 동안 Supreme Commander에 말리기도 하고, 소믈리에 놀이에 말리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끝났군요.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목별 총평을 해보겠습니다.
물리과 과목을 들어보고 싶어서 들어본 과목. 교수님이 상당히 쉽게 가르치시는 편이었고, 시험이 교과서 예제 및 숙제 암기 형태라 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뉴턴역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뉴턴역학으로 풀려면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해야 했던 문제들이 라그라지안으로 쉽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다만 교수님이 정리를 잘 해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반복적으로 설명(전 시간에 한 내용을 또 설명하고 그러는데 그게 가끔은 그 수업 시간 다 가도록 그러는 경우가 왕왕 있다)해서 물리과 전공하는 친구들은 상당히 지루해했다. (나는 복습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던데..-_-)
그다지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전공필수이기에 들은 과목. 그러나 이 과목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이 학술정보처 처장이라 그런지 술을 굉장히 많이 드셔서 술기운에 수업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시작하면 조금 재밌는 얘기를 하시는 듯하다가 결국 다들 자게 만드시는 위력의 소유자. 게다가 시험은 족보와 판박이라서 족보를 본 자(혹은 재수강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수업 때 출석도 안 부르고 시험도 족보에서 그대로 나오니 공부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과목이다. 그나마 중간고사는 숙제에서 많이 나와서 할 만 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숙제가 하나도 없어서-_- 내가 혼자 골라서 풀어본 연습문제를 다 비껴갔다. OTL;;; 시험을 보면 시험지를 걷어버리기 때문에 족보를 구하기도 힘든 편. 그래서 이번에 수강한 사람들과 시험 끝나고 문제를 복기해서 동아리 족보를 만들었다. -_-;;
사실 내용 자체는 잘 이해하면 low-level까지 컴퓨터의 작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low-level이나 embedded에 관심이 없다면 별로 재미도 없는 내용이고(개인적으로는 재밌었지만), 재수강비 15만원 주고 수업 안 듣고 성적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 들을 가치가 없다. (근데 왜 전공필수냐고! ㅠㅠ)
전산과의 가장 중요한 전공필수 과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데이터구조나 이산구조에서도 기본적인 개념과 몇 가지 알고리즘들은 배우지만 여기서는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 문제는, 이 과목을 현재 번갈아 강의하시는 두 분의 교수님 수업이 둘다 매우 들을 만 하지 못하다는 것. 이 문제는 작년 가을부터인가 완전 영어강의로 바뀌어서 더욱 심해졌다.
나이가 좀 있으신 신교수님의 수업은 교수님의 목소리 톤이 매우 일정하고 졸리기 때문에 안 그래도 듣기 힘든데, 영어로 하는데다 굉장히 많은 내용을 꾸역꾸역 머리에 집어넣어주시는 스타일이라 따라가기가 힘들다. (잘만 따라가면 배우는 건 많다.) 이 강의의 문제는, 뭔가 필기를 해야겠다고 펜을 드는 순간 그 다음 수업 내용을 놓쳐버린다는 것. 한글 강의의 경우 웬만하면 머리에 buffering이 되는데, 이 강의는 가르치는 게 많아서 그런지 설명을 한 번씩만 하고 죽 지나가버리는데다 영어라서 한두 단어를 놓치면 전체 맥락이 끊겨버린다. (게다가 수업자료 슬라이드가 매우 보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 정의하지 않은 문자가 막 튀어나오는가 하면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니고 Why? How?라는 질문만 잔뜩.... 사실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점에서는 좋지만 수업을 듣기가 힘들어서 슬라이드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쥐쥐다.) 다만, 교수님 자체는 열정이 있으셔서 수업 외 시간에 따로 찾아가면 질문도 잘 받아주시고 보강도 꼼꼼히(...) 하셔서 좋았다.
다른 한 분은 비교적 젊으신 최교수님인데, 사실 작년 가을에 들으려다가 첫 시간 듣고 바로 드랍했다. 이거야 원,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셨다는데 영어강의를 이렇게 못하시면.... (내용만 안다면) 내가 대신 강의하고 싶을 정도다. -_-;;;; 대신 난이도나 로드는 신교수님 수업에 비해 낮다고 한다.
어쨌든 알고리즘은 수업 내용보다는 주로 교과서 및 Introduction to Algorithms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해가며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초반에 나온 몇몇 숙제는 Intro. to Algorithms 책 본문의 식 유도과정을 문제로 내기도 했던...-_-)
그야말로 어려운 이론도 없고 노가다만 하면 되는 과목이지만, 어떻게 된 게 수업은 이번 학기 수강과목 중 가장 들을 만했다. 응수과나 다른 과 교수님들이 수업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과 교수님이라서 그런지 설명도 체계적이었고 항상 수업 시작후 10분 정도 전시간 내용을 정리해주셔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아주 편했다. (거의 안 졸고 필기도 거의 안 빠지고 다 했다)
다만 시험이... 시험이...............OTL OTL ;;;; 나름 필기도 열심히 하고 SE 프로젝트 때문에 퀴즈 몇 번 망한 거 빼면 퀴즈도 열심히 보고(매 챕터 내용정리도 하고..) 했던 과목인데 시험에서 완전... 족보를 보니까 매우 쉽길래 계산 실수가 곧 학점이겠구나 했는데, 문제 난이도가 갑자기 급상승했다. 미적분과 응미 전 범위의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꿰차지 않으면 풀 수 없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겉보기엔 문제가 간단해보여도 실제로 계산해보면 3~4가지의 계산 방법 중 일반적으로 쓰는 것으로는 풀리지 않고 꼭 가장 외우기 싫은(?) 방법을 써야만 풀리게끔 해놨다.. -_-) 백지가 속출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실제 성적 분포가 어떨지 예측을 할 수 없다.
일단 한숨부터. 하아;
이번 학기 가장 널럴한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수강변경기간에 추가 신청한 과목인데, 결과적으로 다른 모든 과목을 말아먹는 과목이 되고 말았다. -_- 수업 자체는 그냥 교양 분위기였는데, 5명이서 하는 팀프로젝트가, 직접 제안한 프로젝트(주로 서비스 형태)를 가지고 Waterfall process model을 따라가다보니 문서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결국 최종 설계 문서는 A4 160장을 돌파했다. -_-; SW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추상적인 거라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sync시키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고, 로그인과 같은 매우 사소한 부분도 설계 문서 작성과 토론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로드가 10학점에 달했다. (조모임 한 번 하면 12시간씩 하고 그러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래야 할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결석한다거나 퀴즈를 쥐쥐치는 일도 있었다.) 아직도 프로젝트가 안 끝나서, 다음 주 화요일에 최종 데모 발표까지 해야 한다. -_-;
이것도 참... -_-; 주제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인데, 교수님과 랩 조교님들 모두 로봇 제작을 처음 해보시는 거라서 삽질을 너무 많이 했다. 특히 어떤 부품들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된 것이 4월쯤이었으니, 1월 초부터 시작한 걸 생각하면 너무 오래 걸린 셈이다. 게다가 부품들을 주문해서 인도받기까지 1개월이 넘게 소요되어 결과적으로 제대로 부품들을 건드리고 삽질을 시작한 것은 5월 중순부터였다. 축제에 기말고사 지나고 나니 다음 주 금요일이 최종보고서 제출 마감일.;;; 다행히, 이 연구를 우리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랩에서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서 하면서 URP로 계속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자체가 망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URP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 랩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분야의 주제를 택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