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부임한 뒤로 영어 강의 비중을 점차 늘려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고려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어설프게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하게 하지 말고, 외국인 교수 비율을 늘려서 영어강의를 늘리든지, 아니면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회화 교육 등을 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전공필수 과목인 알고리즘을 들으려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젋은 여교수님인데 정말이지 너무나 답답할 정도였다. 물론, 학문적인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영어는 충분히 잘 하시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휘어잡고 알아듣기 쉽게 개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 교수님들이 우리말로 수업을 해도 그런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정도인데 하물며 영어로 강의하게 한다면.... -_-;
딱 한 번밖에 안 들었지만 바로 drop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내가 작년에 영국인인 Stewart 교수님의 일반물리학2와, 독일인인 Otfried 교수님의 데이터 구조 수업을 들어봤지만, 영어 강의라고 해서 못 알아듣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강의 자체는 지금껏 들어본 강의들 중에 상당히 명강의에 속했고(스튜어트 교수님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는 사실은 빼더라도.. 그건 양자행렬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기초과목에서 토론식 수업을 했기 때문이지 영어 때문은 아니었다. -_-), 영어 회화 연습도 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또하나, 영어강의만 늘리지 말고, 1학년 때 듣는 교양필수 과목인 영어I, 영어II 수업을 좀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능한 한 토플 성적 등으로 학점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주변에서 수업을 들은 사람들도 영어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이건 영어강의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제발 식당밥 좀 맛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_- inureyes님도 인정하셨다(...). 우리학교 식당밥이 가장 맛없더라고. 학교 쪽문 밖으로 나가면 식당들이 있긴 하지만 매번 외식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인만큼 밥은 맛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심지어는, 매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식사비 13만원을 없애고 그 금액을 식당에 투자했으면 할 정도다. 식사값이 조금 올라도 좋으니 차라리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것이다. 급식업체에게 맡기지 않고 학교에서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초기라 잘 모르겠지만 새 서남표 총장이 여러 상황을 잘 고려해서 발전 계획을 잘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