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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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간만의 에피소드 2. 유럽에 가서 살인적인 물가와 뒤집어씌우기를 하나씩 경험하고 온 사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밥을 먹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당한 일이다.

베니스에 오전 중에 도착해서 바포레또(수상 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이동했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고, 엄청난 폭염이라던 유럽답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나마 유럽은 고온건조해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했는데, 베니스는 수상 도시라서 그런지 완전...-_-;;; 습도가 최악에 가까웠다. (마치 한국에서 무더위 속에 소나기가 내린 직후 땅에서 습기가 올라올 때의 느낌이랄까.)

어쨌든 밥먹을 때가 됐으니 대충 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산마르코 성당 뒤편 골목으로 들어섰다. 눈길을 끄는 다양한 유리 세공품 상점들을 지나 길쪽 모퉁이에 있던 제법 큰 음식점을 발견했다. 식당이 2층까지 있었고, 사람들도 적당히 앉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 듯싶어 거기서 먹기로 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_-;

이때 같이 있던 사람은 나와 형, 그리고 같은 일행 중 한 명이던 다른 형 하나. 형과 나는 가장 싼 2인용 오징어 먹물 리조또(쌀밥을 살짝 덜 익혀서 적당한 양념에 스프처럼 떠먹는 요리)를 시키고 그 형은 스파게티를 시켰다. 원래 베니스가 물가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라 그렇게 시켰을 때 대략 45€ 정도 나오는 거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나온 음식들은 그저 평범한 식당 수준. 특별히 맛이 있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리조또는 오징어 먹물에 밥알만 담근 것이었고 밑반찬 따위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웬걸, 300ml 짜리 캔 음료수 하나가 5€(한국돈으로 6천원-_-)란다.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은 했으나 어쨌든 목은 마르니 그렇게 3개 더 시켰다.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당히 깨끗했다. 그러나 그것도 다 이유가 있었으니, 한 사람 당 자리값(.....) 3.4유로가 붙고, 게다가 위 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에 10%의 팁까지 붙어서.... 무려 80€라는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orz



80€가 한국돈으로 거의 10만원 가까이 되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10만원으로 3명이서 식사를 할 경우 VIPS에서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이다. -_-;; (전에 한 친구가 사은품으로 10만원짜리 VIPS 상품권에 당첨돼 토끼군과 함께 간 적이 있다) 계산하고 나서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조그마한 글씨의 이탈리아어(...)로 뭐라뭐라 써 있고 3.4€라는 글자와 10%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_- 나름대로 영문 메뉴판이라고 갔다준 거였는데 완전히 낚인 셈. ㅠㅠ

그래놓고는 프랑스 파리에서 이보다 더 심하게 뜯긴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몽마르뜨 언덕에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우리 말고도 계속해서 낚이는 외국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몽마르뜨 언덕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언덕 공원/계단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웬 흑인들이 잔뜩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팔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손가락을 하나 내밀게 하고 거기에 색실을 걸어서 순식간에 꼬아주는 거였다.

그냥 가려다가, 그 사람들이 하도 귀찮게 매달리는 바람에 손가락을 내밀고 말았다. 자기네들 소매치기 아니니까 걱정 말라면서(유럽 여행 준비해본 사람들은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얘길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자기네가 아프리카 세네갈 쪽에서 왔는데 이게 전통 부적이라나 뭐라나 막 떠들면서 순식간에 꼬아주었다.;

낚이고 있는 사람들



내가 한 번 그사람들을 떠보려고 Ubuntu―유명한 Linux 배포판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의 고대 언어에서 나온 'humanity to others'라는 뜻의 단어다―의 뜻을 물어봤더니 전사(warrior)라는 뜻이라고 지어낼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다 꼬아주고 손목에 달아준 다음 대뜸 하는 말 왈, 형과 나 두 사람치로 무려 40€(한국돈 5만원 상당)를 달라는 것이다. -_-;;;;;

아니, 실값을 아무리 비싸게 쳐도 300원은 나올까 싶은데, 거기에 관광지니까 인심 좋게 봐준다고 쳐도 고작 3천원 정도도 비쌀까 싶은 걸 무려 5만원이라니! (......) 우리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만한 돈 없다고 박박 우기니까 자기들끼리 뭐라 떠들더니 20€만 달란다. -_- 계속 더 깎자니 실랑이 벌일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결국 그냥 20€를 주고 빠져나왔는데, 비록 만들어준 실팔찌 자체는 예쁘긴 했지만 뒤통수 맞은 듯한 느낌은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ㅠ_ㅠ

올라가면서 낚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며, 저 사람들도 한철 장사니까 저걸로 먹고 살겠지라고 나름대로 정당화를 시켰지만... 그래도.... 내 돈 돌리도... orz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forty를 forteen으로 잘못 들은 척하면서 계속 우겼다면 7€로 깎을 수 있었을까? -_-)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이 얘길 하니 그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말해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좀더 조심할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사피군님이 IRC에서 곧 유럽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조심하라고 알려드려야(...)겠다. 아마 이 글을 직접 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