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쓴
"인지과학 수업 끝나다"라는 글에서, 나는 마지막에 '나와 다른 사람이 구분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라는 의문을 던졌고 그에 대해
dotty 님과
inureyes 님이 각각 트랙백을 보내주셨다.
dotty 님은 복잡계와 진화, 그리고 뇌의 수많은 뉴런들이 이루어내는 창발성 측면에서 설명하셨고, inureyes 님의 글은 종교적 관점과 '생의지'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일단 두 분의 글 모두 그 자체로 보았을 때는 좋지만, dotty 님의 경우는 철저히 자연과학적 사고에서 보았을 때 갈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현상'으로는 복잡계 네트워크로서 나타나지만 정말 '나'라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단지 복잡한 물리적·화학적 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가? 이렇게 말하면 마치있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나는 종교적인 압장만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 종교는 그 자체로서 믿음 위에 존재하는 것이고, 믿음과 납득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납득이 가는 설명, 그리고 물질적인 자연과학의 관점에 국한되지 않은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인지과학 수업을 듣기 전에도, dotty 님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과학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대충 복잡계 현상 쪽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문은 사실 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느껴왔던 것이지만 아직도 나는 내 스스로 이 의문을 '잘 정의하지 못했다'고 느낀다. 사실 위처럼 말해 놓고는 있지만 스스로도 내가 무엇을 묻고 싶은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인간들이 구성하는 사회나 개미, 혹은 더 작은 미생물들이 구성하는 사회나, 신경세포들이 구성하는 한 개체의 신경계(뇌), 작은 분자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세포.. 이들은 자연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그 개인 자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꼭 인간에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어떤 생물 개체의 자기 정체성은 어떻게 구현되는 것일까? 영혼이라는 관점에서 말한다면 원생생물, 균류, 동물, 식물들 중 어디쯤에서 영혼을 가짐과 안 가짐의 경계가 구분되는 것일까? 바이러스가 영혼을 안 가진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이 거대한 세상과 나는 왜 다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