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여행기 2
Daybreakin Things
스웨덴을 떠나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서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생각날 때마다 계속 덧붙이고 덧붙이고 하다보니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더 올릴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드디어 5개월하고도 일주일을 더 있었던 스웨덴 교환학생 생활이 끝났다. 지금은 태국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에서 한 카페에 앉아 노트북 충전하며 글쓰는 중. AP가 잡히는 곳이 있고 안 잡히는 곳이 있으나 어쨌든 인터넷 접속은 아직?? (여기는 현재 오전 7시 40분인데 스웨덴 시간으로는 새벽 2시 40분..... 해는 중천인데 졸리다...OTL 사실 스톡홀름발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꽉 차지 않아 자리는 여유있게 타고 왔는데 뒷자리에 조르륵 앉은 스웨덴 여학생 3명이 카드 놀이하면서 사람들 다 자는데 웃어제끼질 않나 음악 이어폰도 안 끼고 빵빵 틀어놓고 아주 난리굿도 아니어서 잠을 거의 못 잤다..ㅠㅠ)
스웨덴 크로나로 2020:-하고 동전 약간이 남았는데, 공항에서 면세점에서 선물도 좀 사고 카페 같은 데서 앉아있자니 태국 바트화가 필요하다. 근데 ATM은 태국에 입국을 해야만 접근할 수 있고, 체크카드가 되긴 되나 최소 결제액을 꽤 높게 요구하고, 환전소에 갔더니 스웨덴 크로나는 흔하지 않다며 잔돈이 없단다..ㄱ- 결국 500:- 짜리(한국 돈으로 8만5천원 정도)를 바트로 환전하니 무려 2600바트. 스웨덴에서는 상상도 못할, 앱솔루트 보드카 1L짜리(오리지날이 500바트, 향료 및 맛이 첨가된 것들은 550바트, 100도짜리는 1020바트)를 5병 사고도 남는 돈이 되었다. -_- 스웨덴은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이 엄청 센데다 국가 독점이라 굉장히 비싼데, 오히려 태국에 오면 엄청나게 싸게 살 수 있다. (스웨덴에서 앱솔루트 보드카가 한 병에 얼마인지는 사실 알아보지 않았는데, 비싸지 않은 보통 와인 한 병이 최소 200:- 넘으니까 보드카로 오면 얼마나 가격차가 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도 불평할 정도라고 하니 뭐.
그나저나 지금 가지고 있는 화폐 종류가 유로, 스웨덴 크로나, 노르웨이 크로나, 러시아 루블, 에스토니아 크로나, 태국 바트까지 이건 뭐 집에 화폐 전시장 차려도 될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많은 종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돈이 그만큼 쪼개져서 결국 못 쓰는 돈으로 고정되어버린다는 점과 액수가 좀 되더라도 환전을 반복하면 환차손을 보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이놈의 공항 무진장 크다. 스웨덴 갈 때는 한밤중에 도착해서 환승 바로 연결된 상태로 연착해 도착하는 바람에 100m 달리기하느라 제대로 못 봤는데, 이번에는 거의 5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며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었다. 일단 스톡홀름발 비행기가 도착한 C1 gate에서 한국행 비행기가 뜨는 E9 gate까지 안 쉬고 걸어가는 데만 20분 족히 넘게 걸린다는 거. -_-;;; 예전에 환승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 중간에 면세점 조금 두리번하다보면 30~40분은 그냥 갈 듯하다.
다시 교환학생 이야기로 돌아와서,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한 차례다. 사실 교환학생 하러 가면서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공부하러'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다든가 주변국 여행을 좀더 쉽게 해보려 한다든가 등등이 대다수. 내 경우, 평소에 듣고 싶었지만 카이스트에는 없는 전공 과목(parallel computation, artificial neural networks)을 듣고 싶었던 것도 있으나 사실 그건 지역을 결정한 다음에 알아봐서 그런 과목으로 고른 것이지 처음부터 그런 과목을 들으려고 교환학생을 온 것은 아니니 결국 후자에 속한다고 하겠다.
한 마디로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을 요약하면, "Why not"의 정신을 배웠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는데,
스웨덴에 살면서 느낀 사람들의 삶의 태도랄까, 그런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삶의 방식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웨덴에 사는 외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스웨덴 사람들은 부끄럼을 잘 탄다거나 친해지기가 함들다는 것인데, 스웨덴 사회 분위기 자체가 솔로잉을 하기에 매우 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혼자 밥을 먹으면(그것도 음식점 같은 데서) 처량맞다고 여겨지는 생각이 있지만 스웨덴은 그런 거 전혀 없다. 시내 중심가 고급 레스토랑에 동양인 혼자 앉아서 시켜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실제로 해봤다 =3) 하지만 그런 만큼 사람에 따라 사회 생활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반어거지(?)로 어떤 형태로든 친구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이곳은 그것이 철저하게 개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오덕후(...)가 생기기 딱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쓰고보니 점점 일본과 비슷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_-) 얼마 전에 만난 어느 한국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웨덴 대학생 중 1만명이 친구 없이 솔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 (이성친구 말고 그냥 일반적인 의미의 친구 말이다.)
유럽 사회의 이런 전반적 풍토 때문인지, 서양 커플들은 대체로 애정 표현을 아주 과하게 하는 편이다. 공공장소건 아니건 하루에도 수십번씩 쪽쪽(...) 빨아댄다. 이것은 단순히 성적 욕구가 강하거나 성문화가 개방적이라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솔로잉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동료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발로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욱더 다양성이 보장되고 창의력이 발휘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몇 차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로 성문화에 관련한 것인데, 우선 기숙사 같은 층에 남녀 커플이 한 방에 동거를 하고 있다든지(남녀가 같은 층에 사는 건 기본. 물론 화장실은 방마다 따로 있음) 하는 것들이다.
Lappis 고기 파티 때 한국인 여자분과 함께 일본 여학생 + 스웨덴 남학생 커플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남학생과 얘기를 해보니 연애를 하는 방식도 한국과는 매우 달랐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성인이 되어 연애를 함에 있어 성관계라는 것을 한국에 비해 훨씬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남녀가 사귀게 되면 본격적인 스킨십이나 키스가 이루어지까지도 시간이 꽤 걸리는 법인데(요즘은 좀 빨라졌으려나?), 그 친구 말로는 스웨덴에선 첫날밤 같이 자도 이상하지 않단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치게(?) 개방적인 성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성교육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뭐 실질적으로 어떻게 성교육이 이루어지는지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대체로 한국에 비해 훨씬 어린 나이부터 섹스에 대해 가르치고 피임 방법 등을 잘 알려준다면 이렇게 잦은 성관계에서도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사회 문제가 될 확률은 확실히 낮아질 것이다. 한편으론 스웨덴 자체가 워낙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어머니로서 살기 좋은 나라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 미혼모가 생기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를 낳는다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라는 한국의 통념과 달리, 이곳에선 결혼할 경우 법적으로 그 관계가 엄격하게 구속되기 때문에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문화 말고도 차이를 느낀 부분이라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threshold가 훨씬 낫다는 점이다. Where the hell is Matt?와 같은 동영상을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생판 모르는 장소에 가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춤을 춘다고 쳤을 때 한국에서가 쉬울까 스웨덴에서가 쉬울까? (물론 링크한 동영상을 보면 서울에서 사람들과 함께 찍은 게 있긴 하다) 스웨덴이 한국에 비해 길 가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고자 할 때 어떤 심리적 역치 이하의 분위기가 훨씬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것을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 그만큼 사람들이 여유·자유롭다는 것이고 새로운 시도가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에 5개월 남짓 머무르며 끝까지 적응 못한(?) 것이 바로 도로 횡단이다. -_-; 왜 적응을 못했냐면, 한국에선 신호가 초록불이더라도 우회전 차선으로 밀고 들어오는 차가 없는지 등을 항상 사람이 조심하며 건너야 하지만 스웨덴에선 정반대로 사람이 자동차에게 양보를 해도 자동차가 끝까지(정말 끈질기게..) 사람이 먼저 건너도록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주요 간선도로나 고속도로처럼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면 대개 현지인들은 자동차를 무시하고 건너는 경향이 강하다. 자동차가 알아서 감속하고 멈춰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호를 안 지키고 건너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횡단보도 신호등에는 버튼이 달려 있어, 그 버튼을 누르면 교통량에 따라 보행자 신호로 빨리 바뀌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의 운전 문화는 유럽 내에서도 놀라울 정도라서, 노르웨이나 핀란드조차 거칠게 운전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가톨릭이나 루터교, 혹은 그리스/러시아 정교 등의 기독교 신자가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기적인 미사·예배 참가율은 한 자릿수 대의 %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종교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매우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St. Jakobs Kyrka의 경우도 international service임을 고려하더라도 매주 꾸준히 나오는 사람은 10명 정도밖에 안 되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종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사는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굳이 신을 찾아 기도할 필요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불안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종교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거꾸로, 유럽 국가들의 사람들이 종교 활동에 소극적인 것은 그만큼 사회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경우 막대한 세금을 통해 확실한 복지 정책을 하고 있어서 특별히 가난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스톡홀름에서 머무는 동안 음악을 연주하며 구걸하는 사람은 두 번 봤고, 진짜 아무것도 없이 생짜로 구걸하는 사람은 딱 한 번 보았는데, 단 하루만 서울을 나가도 볼 수 있는 지하철역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과 구걸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이다. 즉, 기본적인 삶의 욕구가 충족이 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요즘 Apple의 iPhone이나 캐나다에서 만든 Blackberry 등 스마트폰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또한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Web 2.0이라는 새로운 참여·개방의 트렌드가 인터넷 서비스들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에 살아보고 한국에 살면서 느끼는 점이 한국 시장은 아직도 너무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비단 WIPI 의무화 정책에 따른 진입 장벽은 차치하고서라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피터지게 이권 싸움하며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국의 막대한 잠재력이 쓸데없이 내부에서 소모되고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듬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두고 당당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환경 등은 아직도 너무나 내수만을 바라보고 있다.
일단 외국에 나가서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매우 느린 속도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요즘 많이 생겨난 UCC 동영상 사이트들은 애초에 재생조차 불가능한 곳이 꽤 많다. 어떤 곳은 해외 사용 시 아예 유료 과금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얼마 전 내가 사용하고 있는 서버호스팅 업체에서 공지 메일을 띄웠는데, 그 회사가 입주해있는 KT IDC에서 해외 트래픽에 대한 과금을 통보했고, 트래픽을 주요 무기로 사업을 하던 그 업체는 고객 서버를 다른 IDC로 이전하거나 추가 비용을 내거나 아니면 해외트래픽을 제한하거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종용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 사용 내역은 제한 대역을 초과하지 않아 별도 비용 부담 없이 해외트래픽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었지만, 해외를 타겟으로 하는 비영리 사이트들 같은 경우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이런 포스팅에서 보듯 일반 사용자가 해외로부터 한국 인터넷에 접근할 때도 connection 별 트래픽 제한을 걸기도 하는 등 개방적인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지리적으로 한국이 미국·유럽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저케이블 등 외국과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 우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또한 해외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재빠르게 흡수하여 우리 것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선 IT 강국이라는 자칭 명성에 걸맞게 이러한 해외 인터넷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국내에서 전세계를 타겟으로 뭔가를 개발하여 서비스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국가 간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힘들고 여러 국가들(일본, 미국 등)과 Google과 같은 대기업들이 함께 참여하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진행한다면 큰 부담 없이 인터넷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르웨이 여행갔다가 스웨덴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서 만난 한 청년이 보여준 영국의 디자인 잡지에 나왔던 서버호스팅 광고를 보니 그 물가 비싸다는 영국임에도 사양 대비 비용은 한국보다 저렴했다.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이 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해선 이러한 인프라 비용이 줄어야 한다. 값싼 웹호스팅들은 그나마 php, mysql을 옛날 버전으로 유지하고 있어 Textcube 뿐만 아니라 해외의 여러 혁신적인 웹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쓰기 힘들게 하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인터넷뱅킹과 ActiveX 문제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 인터넷 뱅킹할 때 매킨토시에서 Safari를 이용하든 Firefox를 이용하든 그 어떤 환경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숙사에 같이 살던 이탈리아 친구가 32인치 LCD TV를 모니터로 쓰면서 우분투 리눅스에 Firefox를 띄워놓고 웹서핑을 하고 있던 그 모습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리눅스만으로도 충분히 인터넷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증거이며, 따라서 MS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 또한 이미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이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인터넷 뱅킹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셨는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이것저것 설치해야 하는 것도 많아 옆에서 내가 도와드려야 했었다. (특히 굳이 설치할 필요 없지만 마치 설치해야 될 것처럼 떠서 결국엔 컴퓨터를 느리게 만드는 n모사 키보드 해킹 방지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않고 넘어간다거나 등등.) 만약 스웨덴과 같이 인터넷 뱅킹을 했다면 아버지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단히 웹브라우저로 접속해서 아이디와 OTP 머신으로 비밀번호를 생성하여 입력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ActiveX를 깔며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도 한편으론 너무나 보안에 허술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내가 사용하는 서버호스팅의 경우, 서버를 재부팅하거나 하는 작업 요청이 가능한 홈페이지 로그인에 아무런 암호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껏 한달 전쯤 추가한 것이 자동로그인 방지를 위한 captcha인데 사실 이거 조금만 머리쓰면 패턴인식 알고리즘으로 뚫을 수 있다.) 유선 인터넷이면 그나마 낫지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땐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은 당연히 SSL로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KAIST의 내부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다. 포탈을 제외하고 포탈과 싱글사인온으로 연동되는 다른 사이트들은 생짜로 비밀번호를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포탈의 싱글사인온 서버와 정보를 주고받을 때 주민등록번호까지 그대로 날려 주고받는다. KTH의 경우 모든 서비스 로그인은 반드시 SSL로 보호가 되어 있어 웬만해선 비밀번호가 유출될 염려가 없다. 정말 IT 강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면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힘써준다면 한국이 가진 잠재력이 확 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경제 규모와 사람들의 의식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정치 수준이 아직도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내가 들은 유일한 산업디자인과 과목인 '디자인 문화와 기술' 수업에서 나왔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universal design이다. 스웨덴에 가보니 여기가 바로 이것의 천국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최근 광우병 문제와 의견 수렴 없는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나라가 잘 돌아가기 위해선 정부에 대한 신뢰, 정치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처럼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대안이 없다며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정부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정치에 무관심해보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각 개인이 비교적 합리적 판단을 통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고, 감시체제가 잘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경우는 상당히 특별하다. 많은 중국인들이 정부의 경제·기술·산업 육성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어도,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는 투명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행히 국가 지도자들이 실리적 판단으로 중국을 부흥시키고 있지만 만약 그들이 다른 마음을 먹을 경우 그것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보인다. 견제할 장치라고는 중국의 막대한 인구 정도? 그렇기에 앞으로 중국이 현재의 정치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혹은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사뭇 궁금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스웨덴에 있는 동안 나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그곳 사회에서 살아갔다고 말할 수 있다. Official civic number도 없는 6개월짜리 비자였어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 경우를 제외하면 civic number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었다. (물론 직업을 구한다거나 하면 좀 달라질지 모르겠다.) 또한 어딜 가도 표지판이 잘 정비되어 있고, 사람들과 영어로 말이 통했기 때문에 스웨덴어는 대충 간판과 광고를 읽어 해석할 수 있을 정도만 하면 되었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은 외국인으로서 살아가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라 할 수 있겠다.
거꾸로 한국을 생각해보자.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 쳐도(그래도 기차역이나 공항 등의 표지판 시설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무슨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려면 주민등록번호에 휴대폰 번호를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힘들어보인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외국인들은 자기 명의로 개설하기가 까다로워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야 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문제는, 표지판 시설 자체는 잘 되어 있으나 한글의 romanization과 관련된 이슈이다. 예전에는 McCune Reischauer가 제안한 방법을 썼고, 지금은 Revised Romanization이라는 방법을 쓰는데 이때 고유명사의 표기는 예전에 쓰던 것을 그대로 써도 된다는 조건이 붙어 한꺼번에 바뀌지 못하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상태라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 똑같은 지명을 두고도 서로 다른 장소로 오인하는 등의 사례가 많다. (한국을 방문해봤다는 외국인들한테 들은 내용이다.)
스웨덴이 정말 선진국답게 모든 것이 깨끗하고 시골이든 도시든 어딜 가도 잘 정비되어 있고 다 좋았는데, 한 가지 결정적인 단점은 바로 음식 문화가 별로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여러 나라들과의 교류로 케밥, 피자, 스시 등 다양한 음식들이 보급되어 있긴 하지만 스웨덴 고유 음식은 기후 때문인지 정어리를 이용한 Herring을 제외하면 그다지 맛있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감자 굽거나 갈거나 튀긴 것에 고기 종류, 샐러드 정도가 전부다. 한국에 오니 집에서 어머니께서 기본적으로 만들어주시는 반찬들조차 그 맛과 풍미가 다채롭기 그지 없고, 사실 한국에서만 살면 잘 못 느끼지만 외국 나가보니 해산물과 육지 음식이 이토록 다양한 조합으로 요리에 활용되는 것도 한국을 따라올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음식 문화만큼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또,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자연 또한 매우 아름답다.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나 스웨덴·핀란드의 울창한 침엽수림이 관광 자원이 되고 있지만, 사실 그 스케일이 클 뿐 우아한 아름다움은 없다. 주변의 산을 둘러보자. 습한 동아시아의 공기 속에 낀 하얀 연무로 인해 첩첩 쌓인 산들은 그 완만한 곡선과 함께 절로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이런 풍경은 한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나도 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스웨덴 학생에게 중국·한국·일본의 차이가 뭔지 설명해주다가 전통 건축물을 가지고 비교를 해주면서 한국의 기와 지붕이 산의 완만한 곡선을 닮아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건축을 공부하는 형이 말하길, 중국은 자연을 경외하였고, 한국은 자연 그대로를 즐겼으며, 일본은 자연을 극복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이런 차이가 서양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외국에서 사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문화의 아류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교부에서 문서적 일만을 담당하지 않고 문화 홍보의 역할도 함께 겸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객관적으로 말해서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점들--특히 고려청자나 전통 건축 스타일 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외교부나 문화관광부 등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7월 1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30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27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25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For those who have lived in Stockholm, these views will be very strange. In the near area of Seoul, the capital of South Korea, there are many many numbers of apartments because of high population density. (Seoul itself has about 11 million people, and its near area has also another 10 million people.)
My home is approximately 40 km away from the city center of Seoul.
As you see in the photoes, there are also many mountains. Because 70% of Korean Peninsula is covered with mountains, it's hard to see flat horizons except few regions. But in Stockholm, you can see very far horizons when you are on high position such as Gröna Lund's Fritt Fall.
This kind of high-density accommodation made it possible to spread broad-band networks over large populations very easily. So most of homes in the photoes has 100 Mbps internet connections via optic fibers attached to the main control room of each building.
Well, how about your homes? =)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24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23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For foreign friends who might read this blog, I announce(?) that I arrvied at South Korea, my home.
I arrived here in the late evening of 22nd, June. The reason why I posted this so late is I just slept too much due to jet lags.
Still, I have to check my score sheet to be sent to my home university, but all other things related to 'the life in Sweden' is now finished. I have already applied for an internship program during the next semester, and I will find a job to replace my military duty in this winter.
It was a great experience to live in a foreign country, especially Sweden, such a well-developed one. It made my sight far broader. Now I know that the way of life has far more possibilities.
I think some of my friends who was in Sweden may have returned to their home countries or others are still staying there. I wish all your journeys to home with good luck! :D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20일에서 2008년 6월 22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18일에서 2008년 6월 19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17일에서 2008년 6월 18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16일에서 2008년 6월 17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아침놀님의 2008년 6월 15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난 화요일(10일)부터 토요일(14일)까지 노르웨이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휴식과 기차였다. 특히 오슬로-베르겐 구간 철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아름다운 코스라고 했고, 6~7시간씩 기차에 앉아서 옆자리 사람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기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스톡홀름에서 베르겐으로 바로 가는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기차로 두 단계 거쳐서 가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싸지만, 어차피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를 놓치기도 아까웠고 풍경을 감상하며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인 것도 있다.
※ 아래 스크롤 압박 주의!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여행갈 때 절대 짐을 바리바리 다 싸들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 3박4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라면 대충 갈아입을 옷만 두어 개 챙기면 되고, 일주일 이상 되는 긴 여행의 경우에는 빨래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겨울의 경우 옷이 무거운 대신 덜 갈아입을 수 있으므로 사실 피장파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여행 필수품:
뭐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한다거나 치안이나 위생 조건이 열악한 국가에 간다면 다르겠지만, 유럽 국가를 여행할 경우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 말고는 사실 크게 특별히 대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혼자 다닐 때 정신 바짝 차리고 적당히 경계를 하면서 다니는 건 기본이고.
스톡홀름에서 오슬로로 가는 기차의 출발은 10일 오후 2시 35분 기차였다. 옆자리의 누군가와 수다 떨 것을 기대했으나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다들 자리 두세 개씩 차지하고 다리 쫙쫙 펴고 가는 그런 상황이라 그냥 혼자 경치 구경하고 Lonely planet이나 읽었다. -_-;
사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스웨덴 쪽은 노르웨이와의 북쪽 경계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평지(구릉 지대)라서 평화로운 농촌 풍경 말고는 별로 볼 것은 없었다. 스웨덴-노르웨이 국경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라서 안내방송 듣고 나서야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여행 갔을 때 울창한 침엽수림 속에 핀란드측과 러시아측 각각이 길게 철조망을 두르고 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사실 국경을 넘어가도 눈에 보이는 풍경이 똑같아서(집이나 마을 생김새도 그렇고, 표지판이나 언어마저 비슷하니...) 별다른 감흥(?)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뭐 여권 검사 이런 것도 없어서 여권 안 가져갔어도 됐을 정도다. (물론 호스텔 등에서 체크인할 때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하니 당연히 갖고 다니긴 해야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신분 검사는 전혀 없었다.)
아무튼 오슬로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둔 Anker Hostel이란 곳을 찾았다. 스톡홀름에 비해 현대적인 건물들도 많고(우리가 보기엔 아니지만 얘네들 입장에선 sky scraper라고 풀릴 만한 것들) 길거리도 복잡해서 처음에 방향이 살짝 헷갈렸지만 무사히 찾아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일어나 옆에 붙은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80 Kr 였는데 어차피 warm meal 먹으려면 밖에서도 비슷한 가격이라 그냥 호텔밥 먹음) 체크아웃한 후 중앙역 락커에 짐을 맡겼다. (유럽 여행 팁: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각 도시에 있는 중앙역 락커에 짐을 보관해두면 편리하다.) Tourist Information을 찾는데 표지판을 보고 따라갔더니 아무것도 없어서(마지막 장소에 표지판 하나가 지워져 있었는데 임시로 문을 닫은 것 같기도) 그냥 론리 플래닛에 의존하여 일정을 잡았다.
첫번째 방문한 곳은 비겔란드 공원(Viegeland Parken)이었다.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Majorstuen stasjon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거나 트램을 이용하면 된다.
비겔란드 공원에서 다시 시내 중심가로 돌아와 오슬로 대학과 시청사를 둘러보고 페리 터미널로 향했다. Byødy 반도를 가기엔 페리가 가장 편리하고 또 일반 교통카드로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Byødy 반도에는 folk museum과 viking museum 등이 있는데 그 중에 viking museum만 둘러보았다. 이 박물관은 서기 900년대 당시 유력자의 무덤으로 땅 속에 묻힌 바이킹선을 발굴해 만들어진 것으로, 실제 바이킹선이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있다. 박물관 외의 지역은 일종의 부자촌을 형성하고 있는 듯했는데 잘 다듬어진 거리와 고급스런 주택들이 언덕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었다.
오슬로 시청을 해안 쪽에서 바라본 모습 (보통 다들 정문 쪽만 찍길래 여기도..-_-)
Bygødy 반도로 가는 페리에서 찍은 스키점프대
바이킹 박물관에 전시된 실제 바이킹선의 뱃머리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Akershus fortress에 올랐다. 오슬로의 경치가 눈에 잘 들어오기도 했지만 다른 피요르드처럼 험한 지형을 가지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오슬로 피요르드도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다.
베르겐 행 기차가 오후 4시 7분이었기 때문에 3시 40분 정도까지 중앙역에 도착하면 되었으므로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이때 domkyrka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전면 보수공사로 2009년까지 출입금지라서 그냥 트램 타고 시내 한 바퀴 돌았다. 도중에, 교차로 가운데에 물로 채워진 작은 분수가 있고 차가 못 지나가는 그곳에 트램 라인을 놓아 물 위로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르웨이가 물가 비싸다는 소리는 뭐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실제로 가보니 장난 아니었다. 현재 환율은 대략 1 Kr1 = ₩200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오슬로 시내 교통카드 1일 정액권이 60 Kr였던 것 같고 보통 길거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으면 50 Kr, 좀더 제대로된 warm meal을 먹는다면 적어도 80~100 Kr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편의점이긴 했지만 프링글스 2통을 묶어서 50 Kr = 1만원에 파는 걸 보고 기겁했다...-_-) 커피 한 잔의 경우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5~25 Kr 범위에 있다고 보면 무리 없을 듯. 노르웨이 학생의 말에 의하면 대학 구내 카페테리아처럼 싸게 파는 곳에선 7 Kr 짜리도 있다고 한다. 스웨덴보다 대충 10 Kr씩 더 비싼데 화폐 가치도 더 높으니(1 NOK = 1.17 SEK) 물가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사실 스웨덴도 비싼데 5개월 넘게 살았더니 적응이 되어버렸다. orz)
여기는 말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사진으로 감상.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이 철도의 장점
해발 1222미터까지 올라가는데 대략 1000미터 정도부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최고 지점에 도착했을 때 열차 내부 모습. 열차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다시 고도가 내려가며 진짜 피요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오후 4시 7분에 출발하여 10시 35분에 도착. 그러나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환하다.
노르웨이 철도청이라고 볼 수 있는 NSB가 판매하는 Sognefjord in a nut shell 투어를 이용했다. 오전 8시에 출발하는 express boat를 타고 깊숙히 위치한 Flåm이라는 작은 도시에 내려 해발 800m 높이의 Myrdal까지 연결되는 Flåmsbana라는 별도 열차 구간을 이용하고 Myrdal에서 Bergen으로 가는 기차로 환승하는 방식이다. (Myrdal은 Oslo-Bergen 철도 구간 중간에 있는 역이다.)
베르겐부터 피요르드 초입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므로 대충 눈을 붙이든지 해도 괜찮다.;;
피요르드 초입에서 배 뒷쪽 2층 갑판으로 나와봤다.
왜 이런 걸 볼 때마다 Total Annihilation이 떠오르는 걸까;;;
제법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가파른 곳에는 나무가 그리 많지 않다.
Flåm에 도착해서 어느 독일인 아저씨·할아버지(부자 관계)와 앉아서 점심도 나눠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 하며 1시간 정도 쉰 후 Myrdal로 가기 위한 Flåmsbana에 올랐다. 이 철도는 194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20km 정도를 가는 동안 800m 고도를 오른다.
지형이 험하기 때문인지 터널이 많아서 사진찍기는 쉽지 않다. 저 폭포에서 5분 정도 시간을 주는데, 갑자기 노래소리가 들리며 성벽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여자가 나와서 안무를 하는 걸 보고 좀 황당했었다;;;
베르겐으로 돌아오니 오후 6시 정도였다. 해가 지려면 5시간은 남아있었으므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일단 호스텔에 들어가서 저녁을 차려먹기로 결정.
전날은 몰랐었는데 이때 보니 호스텔 리셉션 위에 커다란 동양화 같은 것이 있어 살펴보니 한국분이 남기고 간 혁필화였다.
그 다음엔 호스텔 같은 방에 있던 홍콩 출신 친구와 잠깐 얘기를 하다가 저녁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간단하게 초코렛과 음료수를 사서 케이블카에 올라갔다. 해발 300미터 고도에서 베르겐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풍경은 아래 사진으로...
내려올 때는 굽이굽이 나 있는 산책로를 이용했는데, 깔끔하게 다듬어진 길과 울창한 숲, 그리고 막 보슬비가 내린 산으로 비치는 바다에서 반사된 태양빛 등으로 아주 환상적이었다. 그 홍콩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정말 삼림욕을 했던 것 같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심지어 피요르드보다도.)
다음날은 저녁 10시 58분(...)에 출발하는 오슬로행 기차를 타기 전까지 딱히 정해놓은 할 일이 없었다. 일단은 체크아웃 후 짐을 중앙역 락커에 맡겨둔 다음 관광안내소에 가서 시내에 볼 만한 게 뭐가 있나 대충 봤는데, 베르겐 시립미술관과 Grieg 홀(Grieghallen), fish market 말고는 대부분 시내에서 멀리 나가야 하는 것들이었다. 혹시나 Grieg의 생가 옆에 지어진 실내악 공연장에서 음악 공연이 있으면 보러 갔을지 모르겠으나 평일이라 그런 것도 없어서 패스.
Bryggen의 오래된 목조건물 보존 지역.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다.
수산시장 모습. 연어와 캐비어 등을 주로 판다.
여기서 훈제연어 진공포장된 것을 사서 스톡홀름에서 맛있게 먹는 중;;
게다가 아래에도 썼듯 오전 내내 호스텔에서 어느 아저씨랑 수다를 떨었더니 Bryggen 경치 구경하고 수산 시장에서 간단하게 연어 샌드위키로 점심 때우고 시립미술관 보고 나오니 이미 어지간한 박물관은 다 문 닫을 시간이었다. 미술관에서는 노르웨이 낭만파 작가들의 그림과 뭉크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유명한 뭉크의 '절규' 그림은 오슬로 시립미술관에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Grieghallen은 티켓을 따로 사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또 패스; 그래서 시립도서관(어째 요즘 시립도서관 찾아가는 맛들인 듯-.-)에 갔는데, 마침 론리플래닛 코리아편(.....)을 발견하여 들고 있던 스칸디나비아편과 비교를 해봤다.
론리플래닛 한국편 vs 스칸디나비아편. 자세한 비교는 플리커 참조.
여행 중에 여러 노르웨이 사람들과 수다를 떨 기회가 있었다. 아래는 그것을 정리해본 것.
Oslo-Bergen 기차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청년. 북유럽 사람들의 식습관이 대륙 쪽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라든가--이쪽은 warm meal을 보통 하루에 저녁 한 번밖에 안 먹고 점심을 대충 때우는 경향이 있는데 그 청년이 프랑스에서 교환학생했을 때 보니 프랑스 애들은 점심도 다 warm meal로 먹더라는 것과 이쪽은 학생들도 집에서 샐러드 등으로 도시락을 많이 싸와서 학생 카페테리아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등의 얘기--해발 고도 1000미터 지역을 지날 때 여기 물을 마셔도 되냐고 물으니 기본적으로 마셔도 되지만 10년 정도를 주기로 개구리 만한 크기의 노란색 생명체(노르웨이어로 이름을 말해줬는데 기억이 안 난다)가 급증하여 많은 개체가 죽기 때문에 그 사체로 물이 오염되어 마실 수 없는 해가 찾아온다는 것, Bergen에 거의 다다랐을 때 본 큰 피요르드에서 사실 건너편은 바닷물로 둘러싸인 내륙 '섬'이라는 얘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노르웨이 사람은 스웨덴어를 알아듣지만 스우덴 사람은 노르웨이어를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거나, 자기 동네랑 윗동네랑 무슨 스포츠 경기를 매년 벌이는데 자기 팀이 몇십년 동안 계속 이겨서 자기 마을은 매우 좋아하는데 윗동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 등을 했다.
특히 그 할아버지는 이 철도 구간을 많이 다녀봐서인지,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마다 얼마쯤 가면 탁 트인 곳이 나오고 얼마쯤 가면 몇 분 동안 터널이 계속되고 등등 아주 자세하게 잘 알고 있었다.
Marken gjestehus에서 만난 베르겐 출신 아저씨. Bergen의 두번째 날은 그다지 할 일도 없고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오전 내내 숙소 식당에 앉아서 이 아저씨와 수다를 떨었다. Bergen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은 Oslo에 사는데 무슨 행사가 있어 잠깐 고향 방문 차 온 것이라고 한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철학에 관한 이야기까지 가버린 케이스.;; 한국과 북유럽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이 아저씨는 아직 다른 나라에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전공이 뭐냐고 해서 전산이라고 하고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고 물리나 생명공학 같은 다른 학문에도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하면서부터 주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Interdisciplinary한 부분을 해보고 싶다면서 내가 여러 다른 분야를 공부할 때 어느 정도 하다보면 결국 다 비슷한 어떤 접근이 가능하더라는 얘길 하니, 인간이란 존재는 '현상 아래에 존재하는 본질을 찾고자 하는 성향'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Bergen-Oslo 기차에서 만난 학생. 100 Kr 지폐를 한 장 들고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로 노르웨이 물가에 대한 불평(...)을 해주니 역시 정작 노르웨이 현지인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단다. 웹디자인과 typography에도 관심이 있다고 해서 영어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글 글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니 흥미로워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몰스킨에 그려둔 내 그림 몇 개를 보여주니 스타일이 맘에 든다고 한다.;;
영국산 그래픽 디자인 잡지를 보여줘서 대충 읽어봤는데,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할 때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쓰는 것이 사실상 업계 표준이 되면서 모두가 똑같은 툴을 쓰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가, 새 버전에 새로운 기능이 생길수록 디자이너의 입지가 좁아지는가에 대한 몇몇 디자이너들의 토론이 재미있었다. 또, 어린 학생들이 웹디자인을 알바로 하면서 프로디자이너들에 비해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일종의 이익단체를 개설한 한 학생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공통점
차이점
짐 챙길 때 전에 러시아 여해과 에스토니아 여행 때 써먹었던 휴대용 칫솔·치약을 못 찾아서 한참 삽질했던 것 빼고(-_-) 완벽한 여행이었다. 예약한 거나 이런 것도 모두 기대했던 대로 잘 맞아들어갔고. 아무래도 말이 통하는 친구나 가족이랑 같이 여행하는 게 재미는 있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도 나름대로 현지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매력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피요르드를 구경만 했는데 실제로 거기서 낚시를 해본다거나, MTB를 탄다거나(몇몇 유명한 코스가 있는 듯하다), 하이킹을 한다거나 하는 실제 육체적인 활동을 못해봤다는 것이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가족과 함께 올 수 있다면 꼭 해볼 것이다. :)
노르웨이도 스웨덴처럼 크로네라는 단위를 쓰는데 국제통화기호는 NOK이지만 보통 Kr을 약자로 많이 쓰며, 현지에서는 ',-'을 원기호(₩)처럼 사용한다. 스웨덴은 ';-' 혹은 ':-'을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