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어제 졸업 후 처음으로 솔대제를 가봤다. On-Air는 여전히 썰렁하게 RC와 HAM을 가지고 우려먹고 있었다. 그래도 애들 얼굴 보고, 담임 선생님이며 각종 대회를 지도해주셨던 윤종수 선생님, 그외 여러 선생님과 선후배들을 만나니까 기분은 좋더라. (당시 고생했던 기억도 나고.. 흐흐) 그리고 포르테로 시작된 공연 전체를 다 보았는데, 예전보다 공연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촌극인지 연극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점과 주제 설정이 약하다는 문제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우리 2학년 때 했던 연극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뮤지컬은 연습을 상당히 많이 한 것 같고, 작년인가 뮤지컬 공연할 때 노랫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는 점을 인지했는지 배경 음악에 노래가 들어 있는 것을 사용하고 공연하는 아이들도 노래를 크게 불러서 이번에는 훨씬 보기 좋았다. 그 외에도 태웅이와 지성이의 숨겨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부 공연과 2부 공연 사이에 탐구관을 돌아다니면서 동아리들을 쭉 구경했는데, 이번에 뚫라의 정책(?)으로 각 동아리마다 두 편씩 쓰게 했다는 과탐 연구 보고서들을 봤다. 흠... 근데 내 기억으로는 과탐 연구를 한 개만 해도 매우 시간이 부족하고 바빴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상대로 보고서를 대충 제목만 다르게 해서 때운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는 단어 한 개나 토씨만 살짝살짝 바꾸기 한 것도 보였다. 이걸 보고 딱 든 생각은 도대체 이놈의 교장이 생각이 있나 없나 하는 거였다. 안 그래도, 요즘 황우석 사건 때문에 논문 조작이니 뭐니 말이 많은데, 과학고 학생들에게 무리한 연구를 요구해서 이런 식의 결과물을 내게 하는 건 영 아니라고 본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압뚫라 교장선생님이 학교를 망쳤다고 평하는 게 보통인데 이걸 보니 정말 그 말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애국조회나, 솔대제 개회사나 하여간 어떤 자리에서 연설을 하든 꼭 실적 타령을 하는 교장이었고, 실제 학교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만 밀고 나갔다)

대학교 올라와서 보면, 고등학교 때 경시를 잘 했던 아이들이 실제로도 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나같은 경우는 경시대회 상이라고는 본인의 관심 분야와 별로 관계 없는 지구과학 도대회 상 정도일까. 그래도 대학 와서 하고 싶은 공부는 얼마든지 마음껏 잘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또한 경시는 학원이나 부모님, 학교의 압력에 의해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경우는 나중에 공부하는 내용이 경시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경우도 많다. 굳이 고등학교 때 그렇게 아이들의 에너지를 낭비해가면서 상을 타오게 할 이유가 있는 건지. 물론 본인이 정말 그 과목을 좋아하면서 실력도 뛰어나 경시 실적을 거두는 경우는 나중에 가서도 잘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과탐 연구를 두 개씩 하게 한 것도 휴먼테크 등에 제출할 논문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많이 내면 최다논문제출학교인가 뭔가 해서 상을 하나 주는데, 그거 하나 받으려고 이 짓거리를 하는 건가 싶다)

솔대제 자체는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뚫라 교장선생님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씁쓸했다. 그래도, 경기과학고니까, 아이들은 앞으로도 잘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