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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하루 지나서 올리게 되었는데, 어제가 축제 둘째 날이었다.
매우 빠르게 진도를 끝내버린 생물 수업이 종강(!)해 버리는 바람에 기뻐하고 있었으나, 논술 수업이 테러를 했으니... 우리나라 내에서 과학사의 창시자에 가까운 전상운 교수님의 특별 강연을 듣고 A4 1장 이상의 보고서를 써 내라는 것. 보통 논술 수업을 하면 1시간 15분 정도 하고 글쓰기를 하는 경우 빨리 끝내면 먼저 갈 수도 있는데 이건 자그마치 2시간을 넘게 잡아먹었다. (원래 예정은 1시간이었다는 소문이..?? -_- 나는 끝날 무렵 나와서 실제 얼마나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강연 내용은 좋았다. 세계 과학사에 비추어 볼 때 세종 시대에 당시 외국들에 비해 얼마나 놀라운, 중요한 업적을 이룩했는가 하는 내용이었는데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대개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같은 대상을 놓고도 설명하는 방법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축제 기간에 강연을 했다는 것. orz
강연에서 나오니 6시가 이미 넘은 상태였다. MR 로봇 전시가 6시부터였기에 얼른 가서 준비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동안 그 고생해서 만든 L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orz 이유를 살펴보니 모터를 껐을 땐 제대로 되던 센서가 모터를 켜면 미세하게 깜빡거리면서 자꾸 센서가 켜진 상태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원래는 딱 분명하게 1, 0이 나눠져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LT 대회(만들어진 LT가 그나마 3대였는데 1대가 못 하게 됐으니...)는 말아먹고, 오늘 다시 하기로 했다.
전시를 하던 중 SEE KAIST 행사 홍보팀 사람이 지나가다 우리 껄 보고는 거기서 전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는데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저녁은 활화산 주점에서 MR 선배, 동기들과 대충 때우고, 태울 가요제를 보러 갔다. 총 11팀이 본선에 나왔는데 다들 노래를 잘 했다. 대덕가요제에서 대상 탔다고 하는 사람은 편도선이 부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해서 괜히 동정표를 얻으려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미 상을 탔었기 때문인지, 결국 상은 못 탔다) 그러나 가장 황당했던 건, 내가 전에 태울관 미래홀에 피아노를 치러 갔다가 한 아카펠라 그룹이 연습하는 바람에(다른 팀 끝나고 나올 때 내가 들어갔는데 그 팀이 바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연습을...-_- 자기네가 언제까지 여기 쓸 거니까 비켜 달라고 말해주었으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그냥 막바로 말할 틈도 없이 연습을 해 버렸다.) 피아노를 못 치고 잠시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 팀 - 6.1 채널 - 이 대상을 타 버렸던 것이다. 확실히 그때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무슨 공연을 하려고 저러나 했더니만 가요제 대상을 탄 것이었다. -_-;;
가요제가 끝나고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잠시 초청가수인 클래지콰이의 공연이 있었다. 이때 갑자기 사람들이 일어나 우르르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는데, 직접 가수가 공연하는 걸 보니 확실히 프로는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요제를 하던 도중, 중간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파키스탄(인도?) 유학생들이 자기네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파는 코너가 있었다. Roh Afza라는 장미 음료와 Pakora라는 고기 요리를 조금 맛보았는데, 내가 먹어본 음식들과는 뭔가 다른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매콤한 듯 하면서 자극적인 건 후추를 많이 넣은 것 같았다. 음료는 처음엔 달짝지근하고 맛있었으나 한 컵을 다 마시니 조금 느끼하기도 했다. 후추 향 나는 고기와 같이 먹으니 딱 균형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나니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오랜만에 바깥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니까 피곤해서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준호한테 전화가 와서 sparcs에서 모이니까 같이 축제 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어디로 오라는 장소 이야기를 안 하길래 동방에 갔더니 아무도 없고 문만 잠겨 있었다. 다시 전화하니 주무대로 가는 중이란다. 젠장, 거기서 동방까지 왔구만..-_-
어쨌든 sparcs 동아리원들과 함께 일루젼 공연을 보았다. 내 룸메 녀석이 목소리까지 맛이 가면서 열심히 하더니 그래도 제일 몸동작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다음 곡에서는 깜박 졸았다. -_- 계속 억지로 공연을 보니까 잠이 깨기는 했는데 피곤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게 있었으니.... 인도·파키스탄 사람들의 origianl 뚫ㅤㅎㅜㄺ song(투낙투낙툰)!! 원래 공연 예정에 없던 것인데 어찌어찌 하다가 깜짝쇼가 되어 버렸다. 실제의 그쪽 사람들이 오리지날로 추는데 얼마나 순수하고 진지하던지.. 많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서 같이 뛰며 환호했다..-_-a 우리나라에서는 그 곡이 '개그'로 통하는 특수한 상황인데, 그들은 잘 추지는 못해도 정말로 순수하게, 즐겁게 추고 있으니 이 또한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 sparcs 사람들과 함께 화학과 주점에 앉았다. 화학과 주점답게 조명은 촛불과 알콜 램프-_-였다. 뭐... 이미 자보에서 "생명 단축의 꿈! / 화학실험 예비보고서 - 주시료 : C2H5OH" 이랬을 때부터 짐작하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9x대 및 01, 02 학번의 선배들이 계시는 가운데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자기소개와 소주 원샷의 수순을 밟는 것이었다. 적어도 하루 전 정도부터 미리 술자리를 알고 갔으면 할 일을 미리 해 두든지 해서 좀더 술을 마셨겠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던 술자리다 보니 - 그리고 그 때 시간이 이미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 이 분위기로 가다간 오늘 생활이 깨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매우 높으신 고학번 선배들이 어디 가냐면서, 자기네도 수업 다 있고 이미 01학번 형도 가려다 못 갔다면서 극구 만류하셨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게 내 원칙이라는 이유를 들어 극구-_- 뿌리치고 술자리를 나왔다.
사실 선배들 입장에서는 내가 봐도 건방지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고, 아마 속으로든 겉으로든 내 욕도 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술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하게 내 자신을 관리하고자 하기 때문에, 또 내 자신이 "먹고 죽자"라는 식의 분위기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음에도 뿌리쳤다. (언제나 그럴 수는 없겠지만, 나는 술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풀고 대화를 하는 분위기에서 마시는 걸 좋아하며, 막무가내로 마시고 먹이는 건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일단 이렇게 해서 내가 겪은 둘째날 축제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기숙사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는데, 그렇게 빨리 잠든 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
이 날의 전체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파키스탄·인도 유학생들의 뚫ㅤㅎㅜㄺ뚫ㅤㅎㅜㄺ 송 깜짝 공연일 것이다. 그렇게 순수하고 즐겁게, 말 그대로 축제임을 즐기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
ps. 결국, 오늘 화학수업 지각에 숙제 제출도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준호가 가자 그럴 때 딱 거절했어야 하는 건데.. 다음부턴 좀더 절제해야겠다. (물론 그때 거절했다면 뚫ㅤㅎㅜㄺ송 공연은 못 봤겠지만..)
매우 빠르게 진도를 끝내버린 생물 수업이 종강(!)해 버리는 바람에 기뻐하고 있었으나, 논술 수업이 테러를 했으니... 우리나라 내에서 과학사의 창시자에 가까운 전상운 교수님의 특별 강연을 듣고 A4 1장 이상의 보고서를 써 내라는 것. 보통 논술 수업을 하면 1시간 15분 정도 하고 글쓰기를 하는 경우 빨리 끝내면 먼저 갈 수도 있는데 이건 자그마치 2시간을 넘게 잡아먹었다. (원래 예정은 1시간이었다는 소문이..?? -_- 나는 끝날 무렵 나와서 실제 얼마나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강연 내용은 좋았다. 세계 과학사에 비추어 볼 때 세종 시대에 당시 외국들에 비해 얼마나 놀라운, 중요한 업적을 이룩했는가 하는 내용이었는데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대개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같은 대상을 놓고도 설명하는 방법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축제 기간에 강연을 했다는 것. orz
강연에서 나오니 6시가 이미 넘은 상태였다. MR 로봇 전시가 6시부터였기에 얼른 가서 준비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동안 그 고생해서 만든 L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orz 이유를 살펴보니 모터를 껐을 땐 제대로 되던 센서가 모터를 켜면 미세하게 깜빡거리면서 자꾸 센서가 켜진 상태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원래는 딱 분명하게 1, 0이 나눠져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LT 대회(만들어진 LT가 그나마 3대였는데 1대가 못 하게 됐으니...)는 말아먹고, 오늘 다시 하기로 했다.
전시를 하던 중 SEE KAIST 행사 홍보팀 사람이 지나가다 우리 껄 보고는 거기서 전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는데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저녁은 활화산 주점에서 MR 선배, 동기들과 대충 때우고, 태울 가요제를 보러 갔다. 총 11팀이 본선에 나왔는데 다들 노래를 잘 했다. 대덕가요제에서 대상 탔다고 하는 사람은 편도선이 부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해서 괜히 동정표를 얻으려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미 상을 탔었기 때문인지, 결국 상은 못 탔다) 그러나 가장 황당했던 건, 내가 전에 태울관 미래홀에 피아노를 치러 갔다가 한 아카펠라 그룹이 연습하는 바람에(다른 팀 끝나고 나올 때 내가 들어갔는데 그 팀이 바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연습을...-_- 자기네가 언제까지 여기 쓸 거니까 비켜 달라고 말해주었으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그냥 막바로 말할 틈도 없이 연습을 해 버렸다.) 피아노를 못 치고 잠시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 팀 - 6.1 채널 - 이 대상을 타 버렸던 것이다. 확실히 그때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무슨 공연을 하려고 저러나 했더니만 가요제 대상을 탄 것이었다. -_-;;
가요제가 끝나고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잠시 초청가수인 클래지콰이의 공연이 있었다. 이때 갑자기 사람들이 일어나 우르르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는데, 직접 가수가 공연하는 걸 보니 확실히 프로는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요제를 하던 도중, 중간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파키스탄(인도?) 유학생들이 자기네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파는 코너가 있었다. Roh Afza라는 장미 음료와 Pakora라는 고기 요리를 조금 맛보았는데, 내가 먹어본 음식들과는 뭔가 다른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매콤한 듯 하면서 자극적인 건 후추를 많이 넣은 것 같았다. 음료는 처음엔 달짝지근하고 맛있었으나 한 컵을 다 마시니 조금 느끼하기도 했다. 후추 향 나는 고기와 같이 먹으니 딱 균형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나니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오랜만에 바깥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니까 피곤해서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준호한테 전화가 와서 sparcs에서 모이니까 같이 축제 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어디로 오라는 장소 이야기를 안 하길래 동방에 갔더니 아무도 없고 문만 잠겨 있었다. 다시 전화하니 주무대로 가는 중이란다. 젠장, 거기서 동방까지 왔구만..-_-
어쨌든 sparcs 동아리원들과 함께 일루젼 공연을 보았다. 내 룸메 녀석이 목소리까지 맛이 가면서 열심히 하더니 그래도 제일 몸동작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다음 곡에서는 깜박 졸았다. -_- 계속 억지로 공연을 보니까 잠이 깨기는 했는데 피곤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게 있었으니.... 인도·파키스탄 사람들의 origianl 뚫ㅤㅎㅜㄺ song(투낙투낙툰)!! 원래 공연 예정에 없던 것인데 어찌어찌 하다가 깜짝쇼가 되어 버렸다. 실제의 그쪽 사람들이 오리지날로 추는데 얼마나 순수하고 진지하던지.. 많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서 같이 뛰며 환호했다..-_-a 우리나라에서는 그 곡이 '개그'로 통하는 특수한 상황인데, 그들은 잘 추지는 못해도 정말로 순수하게, 즐겁게 추고 있으니 이 또한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 sparcs 사람들과 함께 화학과 주점에 앉았다. 화학과 주점답게 조명은 촛불과 알콜 램프-_-였다. 뭐... 이미 자보에서 "생명 단축의 꿈! / 화학실험 예비보고서 - 주시료 : C2H5OH" 이랬을 때부터 짐작하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9x대 및 01, 02 학번의 선배들이 계시는 가운데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자기소개와 소주 원샷의 수순을 밟는 것이었다. 적어도 하루 전 정도부터 미리 술자리를 알고 갔으면 할 일을 미리 해 두든지 해서 좀더 술을 마셨겠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던 술자리다 보니 - 그리고 그 때 시간이 이미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 이 분위기로 가다간 오늘 생활이 깨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매우 높으신 고학번 선배들이 어디 가냐면서, 자기네도 수업 다 있고 이미 01학번 형도 가려다 못 갔다면서 극구 만류하셨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게 내 원칙이라는 이유를 들어 극구-_- 뿌리치고 술자리를 나왔다.
사실 선배들 입장에서는 내가 봐도 건방지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고, 아마 속으로든 겉으로든 내 욕도 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술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하게 내 자신을 관리하고자 하기 때문에, 또 내 자신이 "먹고 죽자"라는 식의 분위기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음에도 뿌리쳤다. (언제나 그럴 수는 없겠지만, 나는 술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풀고 대화를 하는 분위기에서 마시는 걸 좋아하며, 막무가내로 마시고 먹이는 건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일단 이렇게 해서 내가 겪은 둘째날 축제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기숙사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는데, 그렇게 빨리 잠든 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
이 날의 전체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파키스탄·인도 유학생들의 뚫ㅤㅎㅜㄺ뚫ㅤㅎㅜㄺ 송 깜짝 공연일 것이다. 그렇게 순수하고 즐겁게, 말 그대로 축제임을 즐기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
ps. 결국, 오늘 화학수업 지각에 숙제 제출도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준호가 가자 그럴 때 딱 거절했어야 하는 건데.. 다음부턴 좀더 절제해야겠다. (물론 그때 거절했다면 뚫ㅤㅎㅜㄺ송 공연은 못 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