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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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간과 기계 수업 대신 CS101 연습을 째고(물론 미리 실습 문제 풀어서 조교한테 연락해놨다. 다만 지각 처리될 수도 있다고 한다) 첫눈에서 오신 남세동 선배의 세미나를 들으러 갔다. -_-;

원래는 KAIST Google SIG 내에서 세미나를 할 예정이었으나 어찌어찌하다보니 규모가 커져서 다른 사람들도 와서 볼 수 있게 별도로 시간을 잡았다고 한다. 오늘 7시부터 Google SIG 모임이 있다고 하는데, 다른 할 일 때문에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다.

세미나 내용은 좁은 의미의 검색 서비스와 넓은 의미의 정보 서비스에 대한 설명, 그리고 구글과 네이버의 비교, 첫눈의 특징, (회사에 관계없이) 기술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부분, 앞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것 등이었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구글과 네이버의 비교였는데, 엔지니어 입장에서 봤을 때 분명히 구글이 더 우수한 기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네이버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기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인력(일명 알바 -_-)으로라도 채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와 함께 별로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검색' 서비스에 붙여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지식인도 빠질 수 없었다. 실제로, 나는 구글과 네이버를 서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데, 구글은 정말 웹에 어딘가 꼭꼭 숨어있을 것 같은 그런 정보를 찾는 용도로 쓰고, 네이버는 실생활에서 급히 답변이 필요한 질문들—예를 들면 룸메 컴퓨터가 갑자기 부팅이 안 되면서 메인보드가 삑삑거릴 때—을 찾는 용도로 쓴다. 국내의 유명 사이트나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각종 키워드에 대한 검색도 네이버로 한다.

아직까지, "이상미"로 검색했을 때 그녀의 미니홈피가 검색 결과 상위에 표시되는 것을 단지 PageRank나 SnowRank와 같은 알고리즘만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직접적인 언급이나 링크를 필요로 하는데,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은 많아도 실제로 링크를 걸거나 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결국 네이버는 각종 정보 소스가 되는 업체(언론사, 전자정부 등)와 제휴하거나 자체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식인이 검색과 결합하여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식인의 특성 자체가 질문과 답변이 명확히 구분되고 제목에 핵심 키워드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지식인과 같은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꽤 많은 업체들이 서비스를 했었지만, 네이버의 검색과 결합하면서 그 진가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내가 위에서 예로 들었던 상황이나, "끼기긱"을 검색하면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의 대처법이 나오는 것과 같은 정보의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촉진했다는 데 또한 의의가 있다.

이와는 조금 대조적으로, 구글은 모든 것을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따라서 검색 결과의 객관성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것이 항상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니며, 특히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기계처럼 검색엔진을 대하는 대중들한테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상황은 절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은 인터넷 사용자의 50%가 모뎀을 쓰고 있어서 애초부터 화려한 페이지를 쓸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를 검색하자마자 바로 동영상으로 보여줘도 별 문제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검색 결과 또한 사람 손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웹접근성 등의 얘기가 그 자체로서는 도덕적 가치 판단에 잘 맞는 이야기지만, 실제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대다수를 고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Rich Web Design은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의 사용자 환경 때문에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라고 해서 텍스트 기반 서비스를 더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네이버가 웹표준 문제부터 시작해서, 블로그의 글 삭제나 저작권을 안 지키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둥 여러 말이 많은 건 사실이나, 어쨌든 국내의 검색 시장의 동향을 잘 파악하였기에 지금처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거라고 한다.

그러면 첫눈은 무엇을 바라보는 것인가? 위에서와 같이, 네이버는 기계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기술이 발전하면 어느 순간 인간보다 기계가 하는 것이 더 나은 때가 오는데, 그러면 바로 무너지는 것이 네이버라는 것이다. (이는 Semantic Web 등과도 연관이 깊다) 첫눈도 사실 게시판 검색 등을 구현할 때 완전 제각각인 게시판들을 놓고 날짜, 제목, 작성자 등을 추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가다를 하여 수동으로 템플릿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기계가 인간을 앞서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보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세미나에서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첫눈은 궁극적으로는 그런 걸 목표로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첫눈이 과감하게 검색 시장에 뛰어든 것은, 검색이라는 것 자체가 인터넷의 권력이요 허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는 검색이 없으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고, 따라서 검색은 인터넷을 유지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업계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등이 높은 시가총액을 가진 것도 이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물론 논다는 뜻은 아니지만) 투자가 들어오고 광고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첫눈은 또한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생긴 블로그·홈피 배경음악 검색 서비스인 QBox는 저작권을 합법적으로 지키면서도 무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신개념 서비스라며 첫눈도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색이라는 것은 인터넷의 꽃이요 가장 중요한 핵심부라며 첫눈은 바로 거기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끝맺었다. (급히 정리하느라 조금 순서가 섞이거나 빠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세미나였는데, 2시간 동안 정말 열정적으로 재미있게 잘 들었다. 전에 누군가 말했듯, 아마도 2006년은 세계적으로든 국내로든 인터넷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