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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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고 시험기간이고 책 써야 하고 어쩌구 저쩌구 해도 볼 건 다 보고 있다. ㅋㅋ

기본적으로 웹에 무언가를 올리면 링크의 대상이 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는데, 이 문제는 좀더 다른 시각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웹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웹을 정말 '웹'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인터넷 상의 누군가가 내 글을 봐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갑자기 수십만명이 몰려와 글을 읽는다는 사실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임의의 누군가를 고려하는 것하고 임의의 수십만명을 고려하는 것하고는 아무래도 다르지 않은가.)

텍스트큐브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사용자들은 정말 다양한 용도로 툴을 사용하고, 소통이 근본 원칙이자 어떻게 보면 그게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블로그툴을 사용하면서도 매우 개인적인 공간을 꾸미길 원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사실 개인 데스크탑PC에 로컬로 설치할 수 있는--그러니까 혼자만 쓸 수 있는--블로그나 위키에 대한 수요가 꽤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웹이 탄생하기까지 인류가 겪어온 수많은 철학적 고민과 기술적 고민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저 자기 원하는 거 잘 돌아가면 장땡인 것이다.

블로거들 중에는 "내 글이 좀 알려지고 많이 읽히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기대와 동시에 "갑작스레 너무 많은 사람(수십만명 이상)이 들어와서 읽는 건 부담돼서--트래픽 때문에 먹통되어서일수도 있고 단지 개인적인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한테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일수도 있고 내가 그만큼 널리 읽힐 만한 퀄리티의 글을 썼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부끄러워서일수도 있고--싫어"라는 입장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는 미리야님이 제안하신 대로 네이버 쪽에서 오픈캐스트에 링크되길 거부하는 블로거들이 스스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캐스터가 링크걸려고 할 때 경고메시지를 띄워주는 정도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동시에 링크에 대해서 웹사용자 모두가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문화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웹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쓰게 되기를 바란다.

한편,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티스토리나 이글루스 같은 서비스형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트래픽 폭탄을 맞아도 악성댓글이 많이 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외하곤 사실 별다른 손해(?)는 없는데, 나처럼 개인 서버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호스팅을 쓰는 경우는 트래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http referer로 차단한다든지 robots.txt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기술적 조치 방법들이 있지만, 나같이 웹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이나 써먹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저렇게 이야기해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기술을 잘 안다고 해도 어지간하면 귀찮아서 냅두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전문가들만 사용할 수 있는 Amazon EC2나 Google AppEngine과 같은 scalable hosting 서비스들이 일반 웹호스팅을 사용하듯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법은 지금의 웹호스팅과 똑같으면서 가상화 기술을 사용하여 동적으로 트래픽에 대응하고, 요금은 후불제이되 매우 저렴하여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 된다면 '내 글을 누군가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와 동시에 '한꺼번에 수십만명이 몰려오면 쥐쥐인데'하는 모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포탈사이트 중심의 웹 구조로 인해 포탈 메인에 링크가 걸리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트래픽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은 사실 아무리 자기 글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사람이라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걸 기분좋게 받아들일지 기분나쁘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른 것이다. 다만 기술적으로도 지금 당장은 부담될 수밖에 없고, 문화적으로도 모든 웹사용자들이 링크의 용도나 범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차근차근 돌이켜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ps. 사실 텍스트큐브 개발에 참여했지만 텍스트큐브를 가지고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용법(?)을 보여주는 몇몇 사례를 보면서 팀버너스리가 이런 논란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하이퍼텍스트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