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서 쓸 컴퓨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구입한 지 만 4년이 넘은 LG-IBM XNote LM50-32DK를 뒤로 하고 새 노트북을 구하기로 결정, 결국 맥북프로로 가게 되었다.
그저께 도착해서 한창 이것저것 세팅 중인데, 우선적으로 몇 가지 느낀 점들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좋은 점- 일단 예쁘고 간지난다. -_-;
- Expose와 Spaces와 같은 기능들은 너무나 편리하다.
- 레오파드의 기본 터미널이나 iTerm 등 터미널 환경이 시각적으로 멋지다.
(레오파드 터미널이 이전 버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버별 프로필 관리 기능이 필요하여 iTerm을 쓰게 되었다.) - 내가 주로 오픈소스와 관련된, 혹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개발 환경을 써왔기 때문에 작업 환경 이전에 별 어려움이 없다.
- 패러렐즈를 이용하니 인터넷 뱅킹이나 오피스 2007 ,한글, 비주얼 스튜디오 2005 등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돌릴 수 있다. (4년 된 구형 노트북보다 훨씬 빠르다-_-)
- 기본 내장된 마이크와 iSight 카메라가 꽤나 유용하다. 확실히 하드웨어랑 OS랑 같이 만들어 팔아서 그런지 쿵딱이 잘 맞는 느낌?
- iWork의 Keynote는 뭐 두말할 필요 없는 간지 좔좔 프로그램;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 자체도 좋지만, 파워포인트에 비해 클릭한 순간 바로바로 반응이 온다는 미묘한 타이밍 차이가 중독성 있다.
- TeX 환경 세팅이 윈도우에 비해 상당히 간편하다. 특히 pdf 뷰어가 기본 내장되어 있고 속도도 매우 빨라서 맘에 든다.
- 내가 쓰던 노트북이 4년이나 되었으니 기술이 발전한 거겠지만, LCD도 상당히 밝고 하드디스크나 시디롬 동작 시 소음이 매우 적게 느껴진다.
좋지 않은 점- 마우스가 움직인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윈도우와 달리 마우스를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가속 정도가 다르게 되어 있다. 윈도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마우스 포인터가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것도 튜닝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있으나 완전하지는 못하고 별도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 OSX의 간지나는 겉모습과는 달리, 사용자가 직접 환경설정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관련해서 튜닝을 도와주는 툴들이나 팁들이 나와있지만, 기본 설정에서 벗어날 경우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원치 않는 side effect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서 낭패.
(특히 GUI 프레임웍이 카본에서 코코아로 바뀌면서 그 사이의 호환성 문제가 많은 듯. 결정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 Firefox 2가 카본 기반이다. 3.0에서는 코코아로 바뀐다는 소문이 있는데...)
- iTunes에서 monkey's audio (.ape) 파일 재생이 안 된다. (관련 플러그인도 없다)
- 레오파드로 오면서 애플고딕이 유니코드를 모두 지원하게 된 점은 좋지만, 은돋움이나 맑은고딕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bold가 영...)
- 날개셋 한글입력기를 쓸 수 없다. -_-;; 그래도 기본 한글입력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다.
(신정규님의 경우 터미널에서 세벌식 오타내면 깨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내가 써보니 별 문제 없는 것 같다.)
- 쓸만한 압축 관리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윈도우에서는 오픈소스인 7z을 쓰면 일반적인 압축 파일 해제도 잘 되고 쉘 메뉴에도 들어가서 편리하지만 OSX용은 그런 거 없는 듯. 알집이나 빵집은 당연히 못 쓰고. Stuffit이라는 것이 있긴 하나 쉐어웨어이다. (해제 전용 프로그램은 프리웨어) 뭔가 윈도우에 비해 2% 부족한 느낌.
- 바탕화면 단축아이콘 대신 Dock을 사용하는 방식인데(단축아이콘은 symbolic link로 만들 수 있다-_-) 윈도우에 비해(?) 많은 것을 넣기는 좀 애매하다. 하지만 오히려 꼭 필요한 것만 꺼내놓게 되는 효과도 있다;
- 내가 좋아하는 코딩용 글꼴인 Dina를 쓸 수 없다. (fon 형식을 지원하지 않는 듯) 별도 변환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방법을 모르겠음. 대신 기본으로 들어있는 Monaco를 안티앨리어싱한 것도 그럭저럭 볼 만하다.;
- 대화상자에 기본 버튼이 지정되어 있을 경우 Tab을 눌러 버튼 사이의 포커스를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설정(기본으로는 안 된다)해놔도 엔터치면 무조건 기본 버튼이 눌러지는 경우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줘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_-;
키보드 단축키 관련하여, 적응이 좀 필요한 것들이 있다.
- Backspace -> Delete (이 키가 IBM 계열 키보드의 backspace 위치에 있다)
- Delete -> Fn+Delete (별도 delete 키 없음)
- Alt+F4 -> Cmd+Q
- Ctrl+F4 -> Cmd+W
- Alt+Tab -> Cmd+Tab
- Ctrl+F6 -> Cmt+` (윈도우와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대충...)
- Ctrl+Tab -> Cmd+Left/Right (프로그램에 따라 Ctrl+Tab을 그대로 쓰기도 함. 예: Firefox)
- Home/End -> Cmd+Left/Right (Firefox에서 주의할 것이 이게 텍스트 입력창에서는 Home/End로 동작해도 페이지 상에서는 Back/Forward로 동작한다는 점.)
사과 모양이 그려진 Command 키가 존재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터미널을 사용할 때 윈도에서는 Ctrl+C, Ctrl+V가 터미널에서 사용되는 것과 윈도에서 사용되는 것이 서로 충돌을 일으켜 어느 한 쪽(대개는 터미널)만 쓸 수 있는 반면 맥은 Ctrl 키의 대부분을 Cmd 키가 대신하고 있으므로 터미널 상에서 의미 그대로 Ctrl+C, Ctrl+V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복사·붙여넣기는 Cmd+C, Cmd+V)
그밖에 윈도우와 다른 점은, 대부분 프로그램의 단축키가 같은 의미를 갖는 기능은 거의 90% 같다는 것이고, 환경설정에서 뭔가를 변경했을 때 '확인'이나 '적용'을 누를 필요가 없고 그냥 창을 닫으면 된다는 것 정도다. (쓰다보면 그러려니 익숙해진다)
OSX가 같은 사양에서 돌린다면 XP나 Vista보다 좀 무거운 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기본 설정들이 좀 '한 박자 늦게' 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예: 키 누르고 있을 때 반복 속도--그런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닉스 기반 프로그램들을 거의 그대로 돌릴 수 있다는 점과 화려하고 편리한 GUI를 제공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나에게 있어 유일한 단점은 Supreme Commander를 할 수 없다는 정도. 인터넷 뱅킹이나 꼭 필요한 윈도 프로그램들은 패러렐즈로 걍 돌리면 된다. 물론 게임도 부트캠프 써서 멀티부팅하면 되기야 되겠지만....)
어쨌든 전에 Mac을 조금조금씩 곁들여 써본 경험도 있고, 노트북에서 우분투로 꽤 오래(?) 버텼기 때문인지 윈도우에 대하 의존성이 많이 줄어서 스위칭하는 게 별로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ps. 물론 앞으로 영원히 Mac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쓰던 Vista 데스크탑은 시간이 없어 팔지 않고 집에 두기로 했고, 결정적으로 가장 좋아하면서 내가 하는 유일한 게임인 Supreme Commander 시리즈가 완전 윈도 전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