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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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 글에서 뭔가 로봇에 올인해보고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마침 딱 적당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이오시스템학과 바이오컴퓨팅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수중로봇개발!;;

포스터

연구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개별연구 학점도 딸 수 있고, 연구비나 개발 장비 등도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꽤나 빡셀 것도 같지만, 나름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기대 중이다.

MR 사람들 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로봇 개발에 관심이 많은 한 후배 녀석과 함께 신청했고, 전체 팀 인원은 우리를 포함하여 6명이다. 실제 URP 연구는 한 팀당 최대 3명까지라서 제어 및 시뮬레이션으로 1팀, 실제 구현 및 제작으로 1팀 이렇게 2팀으로 구성하여 신청했다. (다행히 최대 지원 가능한 연구과제 수보다 실제 신청된 과제 수가 적어서 탈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제어 및 시뮬레이션 쪽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간만에 또 빡시면서 뭔가 남는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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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두 개의 모임이 있었다. 하나는 Kaistizen님의 소개로 SK 아이미디어의 김용오 이사님을 만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Tatter&Friends MT였다. 간단히 후기를 정리하자면 학교 안에서 보여지는 바깥 세상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숙제 내고, 학점 따고,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하고.. 이런 일상적인 고민들과는 다른, 비즈니스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우리가 만든 것이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앞으로 IT가 흘러갈 방향은 어떤 것일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SK 아이미디어의 캠퍼스 미팅

(딱히 모임에 붙여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은 이렇게 적는다.) SK 계열로 새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게임 개발사인 SK 아이미디어의 이사를 맡고 있는 김용님이 KAIST 전산과 학생 몇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인재 구하기'와 함께 회사 소개 등을 했던 자리였다. 이런저런 잡담도 하고, 그 회사가 어떤 인재를 바라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즐거운 회사지만, 출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차없이 혹독한 회사가 될 것이다"라는 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실 그 이사님보다는, 함께 왔던 소프트웨어 개발경력 15년차이셨던 분(명함은 받았는데 따라오신 두 분 중 어느 분인지 기억이..-_-;;)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었다. 개발경력 15년이라면 30대 중후반부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대부분 관리직으로 넘어가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네트워크,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분이었다. 최근의 이공계 기피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이제 사회는 어떤 직종을 하더라도 편하게 살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기본 baseline의 높낮이 차이가 있을지라도, baseline이 상대적으로 낮은 IT나 공학 관련 업종은 그만큼 사람들의 spectrum이 크기 때문에 KAIST 학생 정도라면 그 spectrum에서 상위에 올라설 능력이 충분히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baseline과 삶의 질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의사는 본인이 행복한 게 아니라 그 가족들이 행복한 거다"라는 이야기도 했다. 현재 철밥통으로 여겨지는 공무원 사회조차 빠르면 10년 내에 지금의 형태로 유지될 수 없을 것임을 보고 있다고 했다. Kaistizen님의 경우도, 병특으로 몇 군데 업체에서 일해보고 느낀 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일정 수준의 회사들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 내가 연구를 하게 될지, 취업을 해서 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 사회는 본인의 능력으로 '신분'을 바꿀 수 있는 곳이고, 따라서 KAIST라는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곳이라는 얘기였다. 그 예로 그 개발자 분은 삼성전자 임원을 들었는데, 물론 임원이 된 후에도 삶은 계속 피곤하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른 후에도 계속되는 경쟁이 있겠지만, 그 사람의 능력이 그만큼 인정받았다면 그런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거였다. 넓은 spectrum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Tatter&Friends MT

지난 4월 14일 TNF 포럼이 만들어진 후로 처음 있는 MT였다. TNC/TNF 합쳐서 16명 정도(laziel님 소개로 미니보드 개발하시는 분도 오셨다)가 연세대 정문에 모여(마침 리처드 스톨만의 강연회가 있었기 때문인데, 숙제-_-때문에 못 간 것이 아쉽다.) 경기도 양평의 한 펜션으로 이동했다. 즐거운 잡담과 놀이 분위기도, 또 심각하게 태터툴즈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밖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적분게임, 베스킨라빈스 등의 놀이도 하고, 또 모닥불을 지피고 둘러앉아 심각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온라인에서만 서로 보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재회의 기분도 느껴보고, 태터툴즈 1.1 발표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하고...

태터툴즈로 '무언가'를 해보려면 우선 블로고스피어의 전체 참여자의 절대 수치가 늘어야 한다—현재 나타나는 시스템적인 문제들 중 상당수는 시간과 인원수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사용자의 입맛에 맞추려고만 하다보면 정작 우리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표류할 수도 있다—설령 쓰기가 어려워도 그걸 감수할 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품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그 자동차가 가진 세세한 기능이나 장점들을 다 인식·사용하지 않는다—단지 그렇다는 느낌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태터툴즈가 (실제로 다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publishing platform으로 인식되도록(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용자 지원 부분을 갈아엎을 필요가 있다, 나는 패러다임이 변하는 이 시기에 내 아들이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만한 것을 하고 싶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각자 돌아가면서 말한 것들이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블로깅 툴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재와 과거를 바라보지 않고 항상 그 다음을 보는 것. Blog 다음은 무엇이 될까? Blog를 이용한 커뮤니티의 발전? 그 다음은? 나로서는 정말 느끼고 배울 것이 많았던 대화였다.

돌아오는 길에, 노정석님의 차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 전설적인 해킹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셨고, 보안업체 Inzen의 설립에 참여하기도 하셨으며, 한때는 자동차 경주에 푹 빠져 레이서 생활까지 한,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가진 분이다. 지난 LiveBlog 때 처음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TNF를 통해 계속 연을 맺어왔는데, 이때 좀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다른 것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한 분야에 1~2년 정도 투신했던 것이, 많은 것들을 잃긴 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부터, '앞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하는 질문도 남기셨다. 또한 세상은 소위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까지, 가장 어려운 게 사람 공부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이른바 비즈니스를 해온 분으로서 자본주의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상당히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시지만 딱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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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학업에서 벗어나(....덕분에 이번 PS 숙제는 말렸다! 하하-_-)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넓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학교 안에서 당장 다음 학기 무슨 과목 듣지 이런 고민을, 숙제 듀 걱정하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무엇을 위해서 그것들을 하는지 되짚어보고, 내가 세상에 가치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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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PS 수업 시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에 시간이 좀 남아서, 전에 숙제로 풀었던 ACM ICPC 예선문제들을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그 중 F번 금고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typical하게 푸는 해법은 대충 다들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한 학생(아마도 한 살 많은 3학년인 것 같음)이 Linear Algebra(-_-)로 문제를 더 확장한 임의의 경우에 대하여 polynomial 시간 안에 푸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분이 약 20여분 간 설명하면서, 물리학에서는 이런 테크닉을 일반적으로 쓰는데(물리과 복수전공임-_-) 이 문제에 적용하면 어떨까 했더니 order of n^6 안에 이런 류의 문제를 모두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문제 특성을 이용한 최적화를 통해 n^2까지 줄였다면서 설명한 주요 골자는 금고 grid를 하나의 vector로 표현하고, 문제에서 금고 손잡이 돌리는 동작을 다시 하나의 vector로 표현해 n^2 x n^2 matrix를 만들어서 문제에서 제시된 현재 상태로부터 초기 상태까지 가는 operation을 어찌어찌 잘 하면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방법이 Pattern reconginition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으며, 필기 인식을 4x4 matrix 정도로도 상당한 정확도로 계산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_-;

다른 사람들은 그 설명을 보면서 다들 감동 or 관광(...)타는 분위기였고, 교수님도 extra point를 주라며 조교한테 얘기하셨다. (뭐, 이미 지금까지 해온 숙제들을 보면 A+이 아닌 게 이상하겠지만..)

역시 세상은 넓고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본좌'라고 부른다.) 검색엔진을 개발하시는 고감자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선형대수학과 확률 통계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던 차였는데, 이런 문제도 선형대수학 테크닉을 활용해서 저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 있는 걸 보니 정말 수학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하아.. 그나저나 이번 선대개 재수강은...ㅠ_ㅠ

ps. 역시 polarnara님처럼 선대를 한 네 번은 들어야 하는 것일까. (....)

ps2. 이참에 물리과 복수전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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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R 20주년 총회가 끝났다. 사실 뒷풀이로 술을 더 마실까 했었으나 이미 폭탄주 한 잔 마시고 속이 좀 안 좋았던 터라, 또 노트북 등등 짐도 가져와야 해서 먼저 들어왔다. (그래도 술 마시기 전 뷔페를 잔뜩 먹어놔서 그나마 좀 낫다-_-) 전에 틀만 대강 잡아놓고 본격적인 작업은 어제 오후에서야 시작했던 웹회지는 그야말로 초벼락치기로 얼추 마무리했다;; (무려 시작 1시간 전에 완성, 지욱형 컴퓨터에 있는 초고속 레코더로 구우니 660MB짜리가 약 130초만에 구워져 30여장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20주년...이라고 하면 1기 선배가 86학번, 2기 선배가 87학번이다. 내가 87년생이니 그야말로 까마득하다. 선배들이 했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 생각나는 건, 자기들도 20년 후에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막상 이런 날을 맞고 보니 기록(사진 등)을 잘 남겨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 엔지니어가 여러분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보다 많은 분야에서 이공계 출신을 원하고 있다, 젊을 때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시간이다—뭔가 건더기를 남길 만한 것에 투자해라 등. 몇몇 선배분들의 인생 세미나(..)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전자공학이나 로봇 등)도 있었다. 그 당시의 사회상과 지금의 사회상, 또 그분들이 인식하셨던 세상과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해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만은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미로 로봇 대회 주최, 로봇축구대회 주최 등의 역사와 그에 실제로 참여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또 심지어는 8051칩용 상용 컴파일러가 비싸다는 이유로 직접 컴파일러를 만들었다(....)는 선배도 보면서, 순수한 열정으로 이뤄내는 것에는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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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가 담당했던 이번 웹회지는 python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번에는 로컬에서 수동으로 일일이 html을 파일을 만들지 않고, 웹서버에서 php를 이용해 반복되는 부분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통째로 다운받았을 때) 디렉토리의 구조화를 위해 .htaccess로 mod_rewrite 설정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WebCopier라는 프로그램으로 통째로 다운받고, 용량 문제로 1byte짜리 가짜 파일로 처리했던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실제 데이터로 바꿔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사진 파일들의 이름을 대량으로 변경하는 것과, WebCopier 프로그램의 버그로 인해 일부 css나 링크의 상대 주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들을 python 스크립트를 이용해 아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이걸 몰랐더라면 엄청난 노가다질을 해야 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과학전람회 실험데이터 처리용으로 만들었던 macro 프로그램을 썼겠지만 새 컴퓨터에 VB 런타임 까는 게 귀찮아서 python으로 짠 게 결과적으로 더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이썬 만세!;

또한 이번엔 mootools를 사용하여 간편하게 javascript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예전에 prototype을 쓸 때와는 사용방법이 좀 다른 것들이 있어서 삽질을 좀 했지만, 다행히 시간 내에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php를 써서 중복 부분을 처리했기에 지난번 회지처럼 노가다를 줄이기 위해 iframe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인쇄용 stylesheet도 매우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역시 문제는 Internet Explorer. 그나마 7.0이 나와서 조금 낫긴 하지만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 관계 상(하루만에 벼락치기했으므로-_-) IE6 이하 버전에 대한 hack 지원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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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어떤 한 주제의 로봇을 딱 정해놓고 올인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학점이나 다른 자기 시간을 포기하고 그렇게 해볼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레고로 도시를 조립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을 새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SPARCS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나 Tattertools, MetaBBS와 같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뭐랄까, 좀더 인간적인 애착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로봇을 만들고 싶었던 어렴풋한 로망을 한 번 불태워보고 싶다. (그러나 숙제와 프로젝트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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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0주년 총회는 끝났다. 첫번째 10년은 마이크로마우스, 두번째 10년은 로봇축구였다면, 다음 10년은 무엇이 동아리의 메인 테마가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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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남표 총장의 학부교육 개혁안 때문에 말이 많다. 전과목 영어강의화, 재수강 3개 제한 등 논란이 많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리더십 강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다는 얘기도 있고, 학과장들이 학과 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보인다.

그러나 KAISTIZEN님이 지적하신 것 중에 마음에 와닿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동아리에 관한 것이다.

SPARCS에서 매년 나오는 얘기였고, 지금도 한창 논의되고 있는 것이 "동아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하는 주제다.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다루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전부 웹에 관한 것들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걸 하려면 어떤 내용을 다루어야 하겠는가, 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을 커버하려면 신입생들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쳐주면 좋을까 등등.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어떤 내용을 다루든 어떤 것을 가르치든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동아리원들이 마음 놓고 동아리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교내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는 동아리 중 하나인 SPARCS에서조차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MR의 경우도, 지난날 화려한 과거(로봇축구대회 등등)를 뒤로 한 채, 최근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활동이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정말 밤새서 로봇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만한 "용기"가 이젠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KAIST 전체 학생들로 봤을 때 학점으로 치자면 중상위권에 속한다. 그런 만큼 학점 관리를 위해서나, 내 자신의 공부에 대한 만족을 위해서나, 학업 자체에 들여야 하는 시간이 매우 많다. (그나마 과학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KAISTIZEN님에 비해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학업 성적을 계속 유지해간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귀중한 경험과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이런 것을 해보겠다"라고 말만 해놓고 정작 실제로 실행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해서, 수업을 널럴하게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학생들이 나태한가"하는 문제는 굉장히 심사숙고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나태한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고를 나온 아이들 중에 그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적응이 쉬웠으니까.)

내가 보기에, 근본적으로 학부 교육을 개선하려면, 학생들이 KAIST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자신의 목표를 확립해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과학고에서 KAIST를 오는 경우, 상당수의 학생들이 "남들이 가니까"라고 따라오는 경우가 많고, 학과를 선택할 때도 "내가 이런 것을 잘 해왔으니까" 혹은 "고등학교 때 경시를 이쪽 분야를 했으니까"라고 선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나는 비록 KAIST는 묻혀서 왔을지라도, 학과 선택이나 매 학기 수강 신청 등은 정말로 내 진로를 계속 고민하면서 했고, 그렇기에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그러한 자세를 가지고, 나 또한 더욱 의욕을 불태울 수 있게 하려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긍지가 없다는 건 아니나, 좀더 열정적인 면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빡센 전공 수업들을 들으며 목표를 확립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황하게 놔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수업 자체를 더욱 빡세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학부 교육을 개선하겠다면, 수업 자체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질을 개선하는 것과 학업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현재 총장이 제안하는 정책들이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몇몇 정책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좀더 긴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이미 기존 동아리의 활동이 위협받을 정도로 학업에 대한 부담은 상당하다. 다만 학업을 아예 포기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모두가 열심히 노력할 수 있게 잘 이끌어주느냐.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동아리를 통해 학교로부터 얻을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얻을 기회 또한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렇게 공부를 함으로써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ps. 덤으로, 제발 식당밥 좀 맛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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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택배 송장 번호를 받고 오늘 아침에 택배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심리학개론 수업에 간 사이 배달된 모니터.

책상 주변 물건들의 위치도 바꾸고 청소기도 돌리면서 끙끙대며 설치해놓고 보니 완전 후덜덜이다. ;;;;;
원래 20인치 정도로 얌전하게(?) 가려고 했는데 TNF 교주님의 뽐뿌질에 넘어가 질러버린 DELL 2407WFP. -_-;; 막상 그래놓고서 그분은 내가 정말로(..) 사버린 걸 보고 역으로 뽐뿌질 받아 돈모으려고 열심히 알바 중이시라고 한다.;

현재 디카가 없어서 아쉽게도 설치 상태를 찍어서 올리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다행히(?) 기숙사 책상 위에 놓을 만한 크기라는 것.; 스피커 두 개를 옆에 끼워넣자니 살짝 모자라다. 대신에 좋은 건 USB 단자가 모니터에 내장되어 있고 무려 SD/CF 리더기까지 달려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리더기가 필요 없을 듯?)

일단 화면을 보면 아직까지는 불량화소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것 같고, 굳이 찾으려고 해도 쉽지 않을 듯(...)하다. 현재 노트북 LCD가 실수로 두어번 충격 준 데다 키보드 바꿔끼우면서 가운데가 불룩해져 LCD를 압박하는 등의 이유로 상태가 별로 안 좋은데, 새로 산 모니터의 LCD를 보니 아주 환상적이다. 일단 검정과 흰색의 구분이 명확하고 밝기도 당연히 훨씬 밝다. 또한 1920x1200 해상도임에도 노트북보다 픽셀이 커서 의자에 앉아 등을 똑바로 펴고 앉아도 작은 글자를 보는 게 더 편해졌다. (다만 흰색/검정인 경우 대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약간 회색을 쓰는 게 나을 듯하다)

어쨌든 비싼(...) 물건이니만큼 품질이나 성능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 확실하게 잘 써야지.

ps. 모니터를 큰 걸 사서 책상이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주변에서 했지만, 오히려 노트북 본체가 차지하는 공간이 없어져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