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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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학교의 가톨릭 동아리인 사나래에서 생활성가 발표회가 있었다. 선형대수학개론 연습반 가다가 무대 장식을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아는 누나를 만나서 알게 되었는데―사실 지난 주말에 궁동 성당으로 미사 갔을 때 주보에 써 있어서 알긴 알고 있었다―마침 장소가 희망관과 다솜관 사이에 있는 마실영화관(정식 명칭은 모르겠으나 어느새 이름이 이렇게 붙어버렸음)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선대개 연습반을 기점으로 이번 주가 듀였던 숙제들이 모두 끝난 상태라 저녁 시간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볼 수 있었다. 지난 학기였던가, 사나래 동방에서 했던 개강 미사도 가봤었고. 또 MR나 SPARCS를 통해 아는 선배들도 있어서 은근히 사람들 얼굴을 익히기도 했던 터였다. 겸사겸사 해서 공연이니 또 사람들이 많이 와줘야 할 텐데 하면서 보러 가게 된 것이다.

음악적으로 아주 professional하게 잘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느님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분위기 자체는 매우 좋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나 율동 등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하게 했다. '배우자를 위한 기도'에 직접 곡을 만들어 붙인 노래도 맘에 들었고, 마지막에 했던 '축제'와 '딜레마'라는 곡도 멋있었다. 태환이 형이나 슬기 누나, 현진이 누나, 진실이, 성준이 등도 모두 평상시엔 잘 나타나지 않았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내악 앙상블을 이미 1년 동안 들어왔던 터라, 공연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나름 잘 알고 있지만, 역시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또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요령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생활성가 발표회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알고보니 매년 동아리 정기행사로 하는 모양이다. 슬기 누나도 정식으로 동아리에는 안 들고 가끔 개강미사 같은 데만 갔다가 3학년 초에 들었다고 하면서 나도 슬쩍(...) 들어오라고 했다. 흠..; 평상 시 주로 가족들하고 미사를 가는 편이긴 하지만, 또래의 사람들하고 신앙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공연을 본 소감은 대만족. 중간중간 사회자와 주변 도우미(?)들이 했던 나름대로 개그(?)도 재밌었고,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유머러스하게 진행된 공연이었다. 다음 번에도 잘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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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노트북으로만 2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에 노트북을 샀고, 고등학교 2학년, 대학교 1학년, 대학교 2학년해서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기존에 쓰던 데스크탑은 성능이 떨어져 조금씩만 쓰다가 결국 HDD 등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서버로 바꿨다가 얼마 전 메인보드님이 사망(.....)하시는 바람에...-_-;

노트북을 데탑 대용으로 쓰다보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내 PC 환경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네트워크 발달과 원격데스크탑 등으로 굳이 작업 환경을 다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을 뿐더러, 노트북을 쓰려면 정말 휴대하기 좋은 소형으로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 노트북이 살 때부터 데탑 대용을 생각한 거라 당시로서는 거의 최상급에 가까운 사양이었고, 따라서 무게(-_-)도 2.4kg으로 휴대용으로 쓰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노트북을 쓰면서 안 좋았던 건 자세가 나빠진다는 것. 때때로 '모니터로 빨려들어가지 마라'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15.1"에 1400x1050 해상도를 쓰니까 글자가 작은 것도 한 몫 한다. 또한 본체에서 발생하는 열이 몸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도 문제고, 그만큼 전자파 노출도 심한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트북은 최대한 가볍게 쓰는 것이 좋은데, 데탑 대용인만큼 별의별 것들을 다 깔아서 한창 작업 중일 때는 프로그램을 10여 개 이상 띄우기도 하고 백그라운드로 돌아가는 것도 많으니 노트북으로서는 확실히 무거운 작업을 돌리기가 버겁다. (나름 놋북 업그레이드를 좀 해줘서 RAM 1.25GB에 HDD 80GB/5400rpm이긴 하지만 발열이 더 심해졌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올 연말 쯤 듀얼코어 데스크탑을 하나 구성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미 콘로의 성능은 꽤나 좋다고 입증이 되어가는 것 같고, 어쨌든 기본적으로 노트북에 비해서 VMWare(-_-) 등의 무거운 작업을 돌리기엔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체 멀티태스킹을 많이 돌리는 나로선 듀얼코어가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문제는 사고픈 E6600 값이 아직 너무 비싸다는 것..)

그와 함께, LCD 모니터 또한 새로 장만하여야 할 것이다. 옛날 데스크탑에 있던 모니터는 17인치 CRT였고, 스팍스 IDC 서버관리용으로 기증(...)해서 잘 쓰고 있다. (고해상도를 쓰면 약간의 화면 떨림 및 일그러짐이 나타나는데 콘솔 화면 보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다. -_-)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건 BTC 정보통신에서 나온 Zeus2000 시리즈. 20.1" 와이드에 pivot을 지원하고 해상도는 1680x1050이다. 15.1"에 1400x1050을 쓰던 걸 생각하면 픽셀 사이즈가 상당히 커짐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모니터를 좀더 멀리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ivot 기능도 지원되므로 화면을 돌려서 상하로 길게 쓴다면 그야말로 최적의 코딩 환경이 될 것 같다.; (Pivot이 되는 와이드 모니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이 100만원 대 정도 되는 24" Dell 모니터 같이 초하이엔드급으로 가지 않는 이상...) 사실 여유만 된다면 같은 모니터를 두 개 질러서(.....) 듀얼모니터를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한쪽은 reference, 한쪽은 coding..), 일단은 하나만 사서 써보고 나중에 더 싸고 더 좋은 모델이 나오면 그때가서 고려해볼 참이다. 이미 노트북 LCD의 수십ms 정도 되는 응답속도에도 적응을 해버린 터라 12ms 정도의 응답속도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와 함께 차후 듀얼모니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카드 또한 성능이 꽤 되는 걸 써야 하는데, 바로 여기가 문제.;; 너무 비싸다. orz 고해상도 듀얼모니터 제대로 쓰려면 최소 20만원 이상 하는 그래픽카드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싼 걸로도 쓸 수는 있는데 최대 해상도를 못 쓴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듯..) RAM은 역시 멀티태스킹이 많은 만큼 2GB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고, 곧 나올 Windows Vista도 원활히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Vista의 그 AeroGlass라는 UI를 쓰려면 그것만 해도 그래픽카드를 엄청 좋은 걸 달아야 하니..-_- OS를 최대 사양으로 돌리기 위해서 3D 가속이 필요한 시대가 드디어 온 것이다.)

사실 컴퓨터는 죽기 전에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하드웨어들이 더 싼 가격에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초만 해도 17인치 LCD가 30만원 대였다. 지금은 그 돈으로 20인치 와이드를 살 수 있다. 내년이 된다면? -_-) 하지만 어쩌랴. 필요한 건 또 사야겠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일단 모니터를 먼저 사서 노트북에 연결해 듀얼모니터를 쓰고, 연말에 CPU 값이 좀 내리면 그때 데스크탑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inureyes님의 경우는 남자답게(-_-) 24인치를 지르라고는 하시는데, 그건 기숙사에 놓을 자리가 있을지부터가 걱정.; 노트북 화면을 안 보고 짱박은 다음 모니터만 쓴다면 모를까..; 기숙사 이사할 때도 꽤나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동방에 갖다놓고 쓰는 게 좋겠으나 신축기숙사에 있는 동안은 동방살이하기가 힘드니..) 사실 대장금 한 학기 받는 액수 중 1/3만 털어도 원하는 만큼(?!) 지를 수는 있겠으나 그 돈은 최대한 아껴두기로 하였으니 일단 패스다.

그렇게 구성하고 나면 지금 쓰는 노트북은 일단 포맷한 후 최대한 가볍게 돌릴 생각이다. 나중에 학사지역으로 기숙사 옮기게 되면 동방에 데스크탑 놓고 기숙사에서는 노트북으로 원격접속해서 쓴다거나 할 수도 있겠고. 이 노트북의 수명이 다하면(아마도 몇 년 후가 되지 않을런지.. 지금도 상태가 아주 좋다) 그 다음에는 맥북을 쓸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게임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는지라 데스크탑까지 Mac으로 이전하고 싶지는 않다. Vista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다면 그것 또한 괜찮을 것이기도 하다.

하아, 어쨌든 주저리주저리 생각은 해봤는데 당장 고려할 것으로는 하이엔드급 데스크탑 하나와 중형급 LCD 하나라는 결론. 확실히 옛날에 비하면 훨씬 좋은 성능의 것들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확실히 몸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들(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은 좀 돈을 들여서라도 좋을 걸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괜히 눈만 높아진 것 같기도... -.-;;

ps.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을 본 룸메가 덩달아 지름신이 발동하여(...) LCD TV를 지르겠다는 둥 하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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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라고 불리는 ACM ICPC에 처음으로 출전해봤다. 인터넷 예선이 오늘이었는데, 총 8문제 중 4문제는 쉽고 4문제는 어려웠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3~4문제를 푼 팀이 거의 대부분이고 5문제 이상 푼 팀은 10팀도 안 되었다. 전체 참가 팀 수는 200팀 정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

ACM ICPC에 대하여


어제 예비소집 때 미리 개발환경 세팅을 했으나, 윈도우 사용자 계정 차이로 인해(그때는 관리자 암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관리자 계정으로 했으나 실제 대회 때는 일반 사용자 계정으로 했다) Java runtime의 PATH 설정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Eclips에서 컴파일 후 실행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다행히) 미리 세팅해둔 cygwin을 이용해 대체 실행을 하는 등 초반에 삽질을 좀 해주었다.; 덕분에 갑자기 긴장해버린 탓인지 엉뚱한 실수를 많이 해서―디버그용 메시지 출력하는 코드를 submit해서 wrong answer를 받는다든가―시간을 많이 오버했고, D번 문제를 풀다가 문제를 잘못 생각하는 바람에 답은 나오지만 시간복잡도가 큰 알고리즘을 내버려서 결국 time limit exceed 받고 3번까지밖에 못 풀었다.

4번까지 제대로 풀었다면 아마도 전국 팀순위 51등 정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갑자기(-_-) 나가게 된 것에 비하면 괜찮은 결과였고, 내년에 다시 나간다고 했을 때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면 될 지 알 수 있었다. (다음 번엔 꼭 SP Spirit으로 팀 이름을 정할 것이다. -_-) 일단 이번 학기 Problem Solving과 다음 학기 Algorithm 과목을 잘 들어두고, 여름학기 때 약간의 연습을 해준다면 인터넷 예선까지는 어떻게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KAIST 자체가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출신 등 상당한 실력자들이 많아서 쉽지는 않을 듯하다. 이번에 같이 출전한 팀 중에 한 팀은 인터넷 예선 1등.. 알고보니 3명 다 IOI 출신. -_-;;)

그러나 한 가지 가능성을 느낀 건, 비록 중고등학교 때부터 특출한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일지라도, 내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노력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때라면 꿈도 못 꿨을 것 같은 알고리즘 설계와 그에 관한 geek스러운(-_-) 대화들이 이제는 꽤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걸 보면 말이다. 잘 했든 못 했든 이런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분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일이다. 이번에 유독 KAIST 참가자들이 적었는데 내년엔 좀더 많은 팀들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도전했을 때 예선 통과할 확률도 높아질 것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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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듣게 된 과목들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를 해보겠다.
작년 가을학기의 실내악 앙상블, 오트프리트 DS의 프로젝트, 스튜어트 일반물리2 포함 21학점의 압박과, 지난 봄학기의 송모 교수님 SP 포함 18학점 + 실내악 앙상블 청강 4곡 공연(...)의 압박으로 두 학기 내내 체감 로드가 27학점에 육박했었기에 이번엔 조금 널럴(?)한 컨셉으로 짰다. (뭐 어떤 사람들은 PS 들으면서 널럴하다고 하냐는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로서는 훨씬 널럴하게 느껴지고 있다-_-)

1. Problem Solving
이른바 정보경시 문제들만 죽어라(?) 푸는 과목이다. 담당 교수님이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준비반을 지도하시기도 했고, 얼마 전에 포항에서 IOI가 열릴 땐 출제위원도 하셨던 분이다. 시험도 없으며, 오로지 수많은 숙제와 수업 시간의 토론이 있다. 수업은 다행히 매우 재미있어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다만 숙제는 알고리즘 차수가 안 줄어들면 초조해지는 문제가 좀 있다. 매년 숙제의 문제 set이 별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또 한번 알고리즘을 생각하고 토론하고 나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과목이기에 재수강이 완전 금지된다. -_-;
어느 선배가 이 과목 들으면서 ACM ICPC 나가면 추가 점수(....)가 꽤 있다고 하길래 한 번 해볼까 했다가 정말로 신청해버렸다. (...)

2. Database 개론
DBMS와 B+ Tree까지 직접 구현한다는 저 유명한 황DB(-_-) 대신 이건 널럴하게 듣기로 했다. Relational Data Model 이론 살짝 맛보기 한 후 이어지고 있는 내용은 SQL. 이미 웹프로그래밍 하면서 SQL은 좀 다뤄봤던지라 별로 어렵진 않다. 다만 subquery, join 등과 같은 평상시 거의 써보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들을 익힐 수 있어서 좋다. DB 설계 부분까지 커버해준다면 금상첨화겠는데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것보다도, 무려 숙제의 문제 하나하나까지 개념 설명을 해주는 걸 보고 지난 학기 SP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이번 교수님의 DS 수업을 들은 룸메 말로는 시험이 매우 노가다라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어쩐지 엄청난 양의 SQL 문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실습은 oracle을 사용한다)

3. 확률과 통계 및 응용
원래 3학년 전공인 알고리즘을 들으려고 했다가 예상치 못한 영어강의 + 이번 학기의 널럴 컨셉(?)으로 바꿔듣게 된 과목이다. 내용도 무난하고 교수님도 무난한데, 정확히 수업 시간 땡하면 출석부른다는 것이 조금 단점이라면 단점. 그리고 교수님이 설명을 너무 구구절절 하시는 면이 있다. (덕분에 수업 중간에 배 아파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책 반 페이지 읽는 걸로 따라갈 수 있었음-_-) 연습 시간이 있는데 출석과 퀴즈가 없어 사실 상 의미가 없는 연습반이다.;; (숙제 찾아가기 및 숙제 문제 해설을 한다고 하는데, 숙제 문제가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거의 노가다 뿐이다. 연습반이라기보단 help desk라고 보면 될 듯.)

4. 선형대수학 개론
작년 가을학기 때 들었다가 오트프리트 교수님의 DS, 스튜어트 일반물리2, 실내악 앙상블, 그리고 계산 노가다-_-의 압박으로 결국 재수강을 하게 됐다.; 재수강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수님의 강의가 너무나 맘에 든다. 개념 팍팍 박히게 설명 잘 해주시고, 대형 강의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끄신다. 덕분에 신축기숙사에서 대학1호관까지 화목 아침(9시 수업이다 -_-)마다 학교를 가로지르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한 번도 졸지 않았고 수업도 즐겁게 듣고 있다. (시험도 노가다성 계산보다는 개념이나 증명 위주라고 하니 차라리 나을 듯) 그런데 연습반 조교님이 수업을 너무 성실히(?) 해서 수업 시간 복습(.....)을 시간 꽉 채워서 한다는 게 문제다. 대신 퀴즈를 4번인가밖에 안 보고, 숙제가 있다. 재밌는 건 연습반에서 Kaistizen님을 만났다는 것.;;;

5. 심리학 개론
인지과학입문의 후속편으로 듣고 있는 과목. 초반에는 바이오정보전자개론의 정재승 교수님 뇌 관련 수업과 인지과학입문의 수업 내용 일부와 겹치지만 후반에는 좀더 폭넓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절학기 때 들었던 인지과학입문에 비해서 난이도나 로드는 무난하다. 다만 교수님의 썰렁한 개그 덕에 수업 분위기가..;

6. 영어II
원래는 1학년 가을학기 때 듣는 과목이지만 그때 DS를 먼저 듣느라 시간표 때문에 이번에 듣게 되었다. (실제로 초수강하는 선배들도 많았다) 기초과목답게 귀찮은 면이 좀 있고 특히 일주일 동안 3번에 걸쳐 분산된 시간표가 맘에 안 들지만(덕분에 주4일제 실패 orz), 한동안 등한시했던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듯싶다. 매주 영어단어 100개를 공부해서 손으로 정리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외국인 교수님이 진행하는 writing 수업은 아직 분위기가 서먹서먹 썰렁하다.;
이번학기부터 생긴 제도로, 영어 수업과 별개로 진행되는 EFL이라는 게 있다. 1인당 최대 일주일 2회 15분 정도씩 외국인 교수님께 speaking/writing 개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학부/대학원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업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자료(자기가 쓴 writing이라든지 이야기 topic이라든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참에 영어 블로깅이나 시작해볼까. (....)

어쨌든 이번 학기는 이렇다. 아무래도 다른 학기에 비해 시간이 좀더 여유로울 듯하니 태터툴즈 및 MetaBBS 쪽에 좀더 신경을 쓸 생각이다. 내년은 지금 생각하는 수강 계획으로 미루어봤을 때 전공으로 상당히 빡세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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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지난 봄학기의 송 모 교수님의 System Programming 수업은 일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 정상적인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는 전산과 학생이라면, C언어를 처음 다루게 되는 수업이었는데, 첫 시간에 '우리학교는 원래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 게 전통'이라면서 '이번학기 C언어 쓸 것이니 알아서 공부해두세요~'라는 조교장의 말이 있은 후 1주일 만에 나온 듀 2주짜리 프로젝트가 Linux Shell 짜기였다. -_-;;

아니, 초수강생 중에 linux를 안 써본 사람이 70%는 되었는데 닥치고(?) shell을 짜라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스펙으로 나온 ppt에는, 첫 페이지에 shell이 무엇을 하는지 1문장으로 써 있고, 아무런 말도 없이 redirection과 pipe/fifo를 쓰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러 갔던 연습 시간에는 조교들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몰라 그냥 그렇다-_-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나마 첫 번째 프로젝트 ppt에는 fork가 무엇인지 4줄(각 줄은 4단어 -_-)로 설명이라도(...)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프로젝트에 나왔던 pthread 관련 함수들은 목록만 주어졌다. 해당 함수가 뭘 하는지는 알아서 찾으시오(...)랄까..;

덕분에 학생들도 고역이었지만 조교들한테도 굉장한 고역이었을 것이다. 뭐 수업 때 한 것이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할 텐데, 수업 시간엔 '컴퓨터는 어떻게 만들까?'에 대해서만 토론하고 있고 막상 실제 사용하는 fork니 exec니 하는 함수들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수님의 교육 철학―"당구는 이론으로 치지 않는다"―이랄까, 그런 건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_-;;

이번 학기는 김 모 교수님이 SP를 강의하신다. 이미 마지막 프로젝트가 우리가 기말 코딩 시험으로 봤었던 거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첫 실습 자료를 보니, 이럴 수가-_-... 무려 vi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 아니, 언제부터 이런 걸 가르쳤지? 게다가 첫 3주 동안은 기초 C언어 실습...?! 다음 시간 내용 : 변수와 상수. (........)
거의 입에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우린 첫 3주 동안 백지에서 linux shell을 완성했는데?! ;; (사실 그게 정상이지만... 이미 송 모 교수님의 SP를 통과한 나로선...-_-)

룸메인 승범이와 나는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SP Spirit을 기를 수 있겠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_-; 정말이지 송 모 교수님의 SP를 들을 때 가졌던 정신(?)으로 덤비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으랴라면서.

-_-;
얼떨결에 신청해버린 ACM ICPC도 확 SP Spirit으로 밀어붙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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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로운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부임한 뒤로 영어 강의 비중을 점차 늘려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고려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어설프게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하게 하지 말고, 외국인 교수 비율을 늘려서 영어강의를 늘리든지, 아니면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회화 교육 등을 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전공필수 과목인 알고리즘을 들으려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젋은 여교수님인데 정말이지 너무나 답답할 정도였다. 물론, 학문적인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영어는 충분히 잘 하시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휘어잡고 알아듣기 쉽게 개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 교수님들이 우리말로 수업을 해도 그런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정도인데 하물며 영어로 강의하게 한다면.... -_-;

딱 한 번밖에 안 들었지만 바로 drop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내가 작년에 영국인인 Stewart 교수님의 일반물리학2와, 독일인인 Otfried 교수님의 데이터 구조 수업을 들어봤지만, 영어 강의라고 해서 못 알아듣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강의 자체는 지금껏 들어본 강의들 중에 상당히 명강의에 속했고(스튜어트 교수님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는 사실은 빼더라도.. 그건 양자행렬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기초과목에서 토론식 수업을 했기 때문이지 영어 때문은 아니었다. -_-), 영어 회화 연습도 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또하나, 영어강의만 늘리지 말고, 1학년 때 듣는 교양필수 과목인 영어I, 영어II 수업을 좀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능한 한 토플 성적 등으로 학점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주변에서 수업을 들은 사람들도 영어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이건 영어강의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제발 식당밥 좀 맛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_- inureyes님도 인정하셨다(...). 우리학교 식당밥이 가장 맛없더라고. 학교 쪽문 밖으로 나가면 식당들이 있긴 하지만 매번 외식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인만큼 밥은 맛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심지어는, 매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식사비 13만원을 없애고 그 금액을 식당에 투자했으면 할 정도다. 식사값이 조금 올라도 좋으니 차라리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것이다. 급식업체에게 맡기지 않고 학교에서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초기라 잘 모르겠지만 새 서남표 총장이 여러 상황을 잘 고려해서 발전 계획을 잘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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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100층이 넘는 고층빌딩도 손가락에 꼽을 만치의 햇수만 지나면 금방 지어진다. 그만큼 건축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기술도 없던 그 시절에 높이가 100m가 넘는 바티칸 성당의 돔이라든가, 생미셸 대성당, 노트르담 성당 같은 웅장한 건축물들을 어떻게 지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만큼 신에 대한 열망과 영생에 대한 의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였음을 반증하는 것일 테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세계 3대 성당이라고 하는 곳을 다 가봤다.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 물론 종교개혁을 유발했을 만큼 많은 돈을 들여 지은 베드로 성당이지만, 분명히 그 자체는 훌륭한 문화재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마침 미사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덕분에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고딕 양식의 대성당에서 미사 드려보기―을 할 수 있었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가장 처음 방문했던 성당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첫인상으로 강하게 다가왔다.


다음은 베드로 대성당을 구경하고 있을 때 진행되던 미사 장면이다. (가져간 카메라의 제한으로 30초밖에 안 된 것이 아쉽다 ㅠ_ㅠ)



같이 갔던 내 형도 했던 얘기지만, 어렸을 때는 예수님이나 성서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신화처럼 들렸는데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음을 대중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한 증거물들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얼마 전만 해도 이성적 논리로는 하느님의 존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서가 진실을 담고 있는 책임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 무엇보다도 논리적으로 하느님의 존재가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유럽여행을 통해 체험한 바도 있을 것이다. (예전엔 '말로만' 믿었다면 이젠 '진짜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달까. 몰론 아직은 좀더 성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특히 여행 마지막날에 갔던 파리의 노틀담 대성당에서 드렸던 미사는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프랑스어로 미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명히 전례의 모든 형식과 말귀가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주기도문을 낭송할 때는(이때는 신부님이 양팔을 드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심지어 프랑스어임에도, 내가 한국어로 낭송하는 것과 운율이 맞는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전 세계 도처에 퍼져 있는 모든 성당들에서, 같은 전례로 미사를 드린다는 것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었고, 그만큼 바티칸과 교황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도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런 지금의 교회가 있게 한 하느님과 예수님 또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은 직접 디카로 찍었던 당시의 미사 장면이다)



다만 좀 특이했던 것은, 여자 신도들이 미사보(머리에 쓰는 흰 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종교 개혁, 양성 평등 등의 주장이 나타나면서 유럽 쪽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사보를 철폐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성물방들도 주요 교회에만 두고 거의 없앴다고 한다. (성물에 대한 미신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좀 달랐던 점은, 우리나라 성당에서는 성가를 신자들이 직접 부르는 것이 대부분인데 비해, (거기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노틀담 성당에서는 신자들이 부르지 않고 성가대만 부른다는 점이다. 주로 바흐 등 고전 음악가들의 미사곡을 직접 노래했다. 그것이 더 장엄할 수는 있겠지만, 성가를 직접 부르면서 느끼는 감동이랄까, 그런 것이 없다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