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의 정의? 9
Daybreakin Things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작년 11월—그러고 보니 1주년이 거의 다 됐다—무렵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점점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증가해왔다. 악성 답글 등으로 상처를 받고 일정 기간 블로깅을 중단한다거나 블로그를 떠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올블로그에서 이렇게 터져나온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를 굳이 정의하려드는 것이 불필요하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싸이월드와 블로그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생각은?
글쎄.. 가장 많은 예를 드는 싸이월드와 비교해보면 싸이월드는 우선 실명 기반의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 시작하는 커뮤니티이고, 블로그는 익명성을 띠고 있으며 온라인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기술적으로는 RSS와 Trackback에 의해서 일반 게시판 등과 차별화된다. (물론 요즘은 웬만한 곳에서도 RSS를 지원하고 있어서 차별성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내 블로그의 내용으로 보자면, 한 마디로 "잡탕"이다. -_- 주로 Web, IT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나의 최근 일상 생활이나 감정·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쓰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것도 다룬다. 블로그가 반드시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져야 한다면 이들을 모두 다른 블로그로 분리해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그냥 단순하게 정의하고 싶다. 웹을 기반으로 온라인 상의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쓰고 공유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한 게시판, 포탈 등의 다양한 방법 중에서 가장 개인화되어 있으며 또한 가장 익명성을 띤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복잡하게 정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 블로그가 그래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들을 포괄하려면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블로그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외국 블로거들을 거의 알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보다는 좀더 formal한 주제를 많이 다루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블로그의 특징 자체가 "공개 일기"로서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점점 개인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다보면, 괜히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가 나오면서, 경우에 따라선, 누구라고 딱히 지칭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블로그가 그 점을 아주 정확하게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예의만 지킨다면,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말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웹 기술을 통해 그것이 실체화되는 것이다.
블로그의 정의라. 내 생각엔 내가 위처럼 정의한다고 해도 아마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의는 계속 바뀔 것이라고 본다. 바람직한 블로그라면 그러한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자기가 자기 자신이게 하는 고유함을 가지고 있으면 될 것이다.
이제서야 하는 얘기지만, 사실 그동안 진혁이 형과 실내악 앙상블 연습을 하면서 제대로 박자가 맞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결국 둘이서 고민하다가 교수님한테 면담하러 가기도 했었고, 서로 괴로워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맞아들어갔다.
교수님이 하셨던 얘기는, 아무리 최고의 연주자들이라고 해도 앙상블을 맞출 때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이기 때문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뿐이지 근본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어긋남'에 대한 고민은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due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꼭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어떻게든 맞춰질 거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반드시 이 곡 해라'하고 못박으셨다. -_-
어쨌든 교수님의 말에 위로도 되고, 또 이번 주 들면서 진혁이 형과 나 모두 기분 전환이 좀 되기도 해서 그런지(둘다 지난주를 힘들게 보냈다) 드디어 맞아들어갔다. 진혁이 형이 생각했던 문제점은, 서로 연습을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결정적으로 그 곡에 어울리는 박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메트로놈으로 4분음표 박자를 일의 자릿수까지 맞춰서 가장 부드럽게 연주되는 속도를 골랐다. 그렇게 해서 몇 번 쳐보니까 한 시간만에 둘이 맞아들어갔던 것이다. (기념으로 야식도 먹었다 -_-)
물론 오늘 맞아들어갔던 것도 원래 목표치에 비하면 모자란 수준이지만, 진혁이 형과 나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 워낙 달라서 서로 그 정도는 이해하기로 했고, 일단 박자가 맞기 시작했으니 그 다음 단계는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전에 교수님 지도를 따로 받아볼 예정이기는 하다)
정말이지, 나 혼자 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둘이서 같이 연습을 하다보니 생각 외로 어려운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곡 자체는 매우 쉬운 편인데도 말이다. (이건 단순히 연주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의 성격까지도 포함하는 복잡한 문제다) 경곽 때 FORTE에서 연주회 준비할 때는 그 누구의 지도도 없이 어떻게 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는 사실상 연습을 2주 밖에 못했다. 가능하다면 그 아이들이 실내악 앙상블 교수님 지도를 받게 하고 싶을 정도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앙상블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나 실내악 앙상블처럼 소규모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와 달리 지휘자가 따로 없어서 연주자끼리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한데, 그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잘 알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시간만 허락해준다면 3년 내내 이 수업을 듣고 싶을 정도로 얻는 것이 많다. (실제로 그러는 사람도 있다고 함)
하여간 큰 문제를 하나 해결해서 기쁘다. :D
추가/ 전에는 진혁이 형의 소리를 들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박자가 맞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완벽하게 들린다. 메트로놈과는 박자가 약간 안 맞을 때가 있어도 형과 나는 박자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