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태터캠프 5
Daybreakin Things
어제는 제6회 태터캠프가 있었다. 지난 7월 초에 있었던 5회 태터캠프 이후 TNC가 구글로 인수되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주제 또한 Transition이었다. 우리 형이 홍익대 건축대학원에 합격했기 때문인지 왠지 더 친근한 홍문관 건물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행사장 자체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다만 태터캠프에서 그런 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나는 그동안 만들어온 구글맵 플러그인을 소개하고, 이것이 텍스트큐브, 더 나아가 블로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앞으로 이것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간단하게 소개하는 발표를 맡았다.
질문 시간에 나왔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황당한 것을 뽑으라면, 지역 로그에 '안드로메다'를 사용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라는 것이었다. 항상 개발자들이 예상한 use-case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ㅋㅋㅋ 결국은 카테고리나 태그를 활용하세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발표들은 태터캠프 후기용 포스팅에 걸린 트랙백들을 참고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발표는 티스토리의 PRO.T.OS 프로젝트와 겐도님의 발표였다. (사실 다른 부분들은 대충 다 알고 or 예상하고 있던 내용들이라서...) 티스토리팀에서 남는 20% 시간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티스토리의 콘솔 인터페이스 버전은 사실 이미 옛날에 TNF 내부에서 아이디어가 나온 적이 있었던 것이나 역시 여가시간에 참여하는 오픈소스 특성상 이미 있는 요구사항 구현하기도 벅차서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뭐 그런 것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나는 오랜만에 노정석님과 김창원님, 겐도님 등 나름(?) 정들었던 TNC 구성원분들을 다시 뵐 수 있어서 좋았다. 바쁘고 어수선한 시기도 있었겠지만 일단 지금은 구글에 잘 적응하신 것 같아 보였다. 겐도님은 여전히 각종 기술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놓으셨다. 하지만 역시 영어 커뮤니케이션은 조금 부담되시는 면도 있는 듯.
특히 반가웠던 것은 그동안 사실상 혼자(초기에 그라피티에님의 도움을 좀 받았던 것을 제외하고) 작업하고 있는 TTSKIN 2.0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과 앞으로 지역로그나 지역태그 관련해서 티스토리 측과도 서로 데이터 형식 호환이 되게 하자는 데에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실제 기술적인 부분은 앞으로 좀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일단 가장 시급하면서 사실 가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표준화이다. 태터캠프 발표에서도 나왔듯 이미 티스토리와 텍스트큐브닷컴 모두 스킨 스펙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서로 목표하는 서비스 지향점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충족시키는 규격을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작업한 draft는 일단 엔지니어 입장에서 봤을 때 HTML을 마크업 언어로 사용하여 디자인을 정의할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추상화할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 실험해본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도 얘기가 나왔지만 역시 깔끔한 추상화를 할수록 초보자나 일반 사용자들, 혹은 디자이너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지정된 CSS Selector만 맞추면 되고 사실 대부분 optional하기 때문에 스킨 스펙 구현은 상당히 간단한데(아마 성능도 지금보다 많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들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HTML 없이 CSS Selector만으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 때문에 초기 논의 단계부터 실은 각 서비스별로 블록치환자들을 치환한 후의 HTML 결과물을 생성해주는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스펙 차원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나마 사용자 친화적(?)인 스킨 스펙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티스토리 관계자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만(?)들이 나오고 있으니 차기 스킨 규격 입안자로서 정말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ㅠ_ㅠ; 예전에 위지윅 에디터에 대한 고민을 할 때도 궁금했지만, 사용자 친화성과 아름다운 추상화는 꼭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외에도 골치아픈 문제들이 더 있는데, TTXML 스펙이야 어떻게든 맞춘다쳐도, 위지윅 에디터에서 오브젝트 등을 삽입하고 그에 대한 부가 속성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TTML도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지 큰 고민이다. 구글 텍스트큐브닷컴에서는 내부적으로 XML 형태의 치환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object 태그를 활용하든지, div 태그를 이용해서 컨텐츠 영역과 fallback 영역을 분리해놓고 RSS로 보거나 일반 글보기 상태로 보거나 하는 view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핸들러를 골라서 보여주는(그리고 그 핸들러는 플러그인으로도 정의될 수 있는) 방법인데 역시 문제는 표준화일 것이다.
스펙 자체가 표준화되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구글맵 플러그인과 다음맵 플러그인이 있다고 할 때 구글맵 플러그인으로 작성했던 포스트를 다음맵 플러그인만 사용하는 환경으로 옮겼을 때 똑같은 내용을 표현하는 지도를 단지 핸들러가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인지까지 고려하기 시작하면 더욱 골치아파진다. (글 자체의 속성으로 들어가는 지역 태그나 위경도 좌표 등은 호환시키가 어렵지 않겠지만 말이다.)
단순히 웹표준을 지키려고 하는 입장에서야 표준을 지키지 않는 웹브라우저를 비난하면 그만(?)이었지만 직접 표준을 만드는 입장이 되어보니 또다른 어려움들이 생긴다. 잘만 되면 대박이지만 잘 안 되면 흐지부지되고 그냥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표준이라서 참 많은 고민이 된다.
(어째 시작은 태터캠프였는데 끝은 표준화 얘기가 되어버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