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태터캠프 5
Daybreakin Things
구글이 텍스트큐브닷컴과 TNC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나를 비롯해 TNF/Needlworks의 손길이 닿은 텍스트큐브가 구글 스케일로 아시아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블로그 제작 도구로 보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다시 재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어떤 기대가 컸었다. 초기에는 구글에서도 상당히 열정적으로 운영해서, 다른 구글 서비스들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을 극복하고 고객 서비스도 비교적 잘 했었다.
하지만 구글은 매우 실망스러운 공지글과 함께 텍스트큐브닷컴을 블로거닷컴으로 통합한다고 한다.
블로거닷컴은 블로그 시장 아주 초창기부터 있었던 서비스로 이 또한 구글이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이다. 북미나 유럽 등지에서는 제법 사용되는 편이지만, 트랙백이나 카테고리 등이 편리하게 지원되지 않고 댓글 UI의 불편함이나 스킨 자유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을 비롯하여 단순히 기능적 번역만 되어 있을 뿐 서비스 운영 주체가 구글 본사기 때문에 한국어 같은 비유럽 언어권 고객 지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은 블로거닷컴이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서 지지리도 인기 없던 이유이다.
설치형 텍스트큐브의 경우 아무래도 소수 개발자들의 취향을 따라가는 면이 많다보니 UI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그닥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태터툴즈에서 출발해 다음으로 넘어간 가입형 블로그인 티스토리나 구글이 인수한 가입형 서비스인 텍스트큐브닷컴은 이를 아주 잘 정제하여 사용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서비스들이다.
어쨌든 텍스트큐브닷컴이나 블로거닷컴 모두 구글이 운영하는 서비스들이고, 기업으로서 불필요한 비용 투자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인수 때부터 구글이 사실상 중복되는 서비스인 이 둘을 그냥 공존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텍스트큐브닷컴에서는 사용자들에게 구글이 텍스트큐브닷컴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강조해왔고 한동안은 서비스 업데이트도 충실히 진행하여 어느 정도 불안감을 잠재워놓았다. 이후 업데이트가 좀 뜸해졌으나 내가 전해듣기로는 구글에 인수된 서비스들이 모두 거쳐야 하는 악명높은(?) 플랫폼 통합 작업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게 마지막이었다.
이익을 좇아야 할 의무가 있는 기업이고, 어쨌든 운영 권한은 구글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그러한 통합 결정 자체를 내가 어떻게 반대할 수는 없다. (심적으로 반대하더라도 법적으로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나중에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의 불친절하고 일방적인 통보식 공지, 개발 인력 일부가 이미 블로거닷컴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힘으로써 얻은 사용자들의 배신감, 악명 높은 구글의 고객 지원이 모두 합쳐져 구글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구글코리아의 가장 좋은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손길이 닿기도 했던 소프트웨어일뿐만 아니라 그 이름과 상표의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텍스트큐브닷컴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블로그 도구의 어떤 한 이상향이 구글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고 세계 시장에서 워드프레스, 무버블타입, 텍스타일, 블로거닷컴 등과 제대로 된 진검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자본의 논리로 인해 그렇지 못함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나 블로거닷컴은 기술적으로나1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텍스트큐브닷컴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블로거닷컴과 통합하게 될 경우 텍스트큐브가 메인이 되었으면 했지만 규모의 논리에 의해 그 반대가 된 것이 아쉽다.
오픈소스 설치형 블로그로는 세계 최고의 툴이 된 워드프레스도 태터툴즈가 시작할 당시를 생각해보면 기술적으로나 UI 면에서 대동소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어권이라는 막대한 시장과 언어의 이점을 안고 가면서 급속도로 성장했고, 풍부한 개발자 pool과 이미 잘 정착된 오픈소스 문화 덕분에 태터툴즈의 후신 텍스트큐브는 한국과 아시아 일부에서만 알려진 도구로 남은 사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이는 실로 언어의 장벽이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줄 그나마의 희망이 구글이었는데...
설치형 텍스트큐브 개발팀의 경우도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할지는 사실 불투명하다. 기존 멤버가 주로 계속 진행하고 있을 뿐 새로운 신규 개발자 유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본업 따로 있는 개발자들이 사용자 지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웹개발자 숫자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장 규모도 작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냥 하던 멤버들이 계속 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10년 20년을 내다보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텍스트큐브라는 브랜드는 설치형 텍스트큐브만 가지게 되었으므로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이 이름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원래 목표했던 바를 이루어가는 것은 우리 TNF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이미 구글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도록 모두 수정된지 오래일 테므로 대용량 서비스 측면에서는 기술적으로 더 우수할 수 있겠지만 프론트엔드 부분은 (텍스트큐브닷컴 개발자들이 참여했다는 템플릿디자이너 빼면) 확실히 텍스트큐브닷컴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