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이제 성적도 모두 떴고.. 늘 하던 대로 가을학기 결산 포스트. (가을학기의 모든 활동이 12월 30일에서야 끝났기 때문에 결국 해를 넘겨서야 쓰게 되었다. orz)
이번 학기 과목 중 나름 제일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가장 안 나온 안습의 과목. 내용은 상당히 수학적·이론적이다. Recursion과 Mathematical Induction을 바탕으로 하여 Chomsky hierarchy의 언어 구분을 따라 점점 확장해나가며 state machine으로도 불리는 automata를 이용해 표현·변환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다.
최광무 교수님의 학자티 풀풀 나는 포스와 함께 즐거운 수업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막판에 교수님이 주변 일(?)로 많이 정신없으셨는지 수업 진행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비록 상대적으로 쉬웠던 기말고사에서 이상하게 말리는 바람에 성적은 캐안습(재수강해야 될 듯 OTL)이 되었지만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뭔가 배웠다"라는 느낌, 즉, 소위 "남은 것이 많은" 과목이다.
역시 소문대로 전산과의 최고 관문 과목답게 프로젝트 로드가 빡센 과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봄학기 때 소프트웨어공학개론-_-으로 단단하게 단련되어서인지 생각보다 별로 빡세게 느껴지지 않았고, SP 자체도 워낙 빡세게 배운지라 수업 내용도 프로젝트도 그냥저냥 무난하게(?) 잘 넘길 수 있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몇 번씩 고비를 만나긴 했지만 친구들과의 토론으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같이 팀메이트를 한 룸메와 좀더 긴밀한 협업 프로그래밍을 하지 못했다는 것.
전산과에서 데이터구조와 시스템프로그래밍 사이의 상대적 로드는 물리과에서 고전역학과 수리물리 사이와 비슷하다. 스튜어트 교수님의 정통 영국식 영어와 함께 하는 즐거운(?) 안드로메다 관광 특급 열차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보통의 수리물리 수업은 엄청나게 빨리 진도를 나가면서 연습문제들을 죽어라 풀라고 시킨다는데, 이 교수님의 경우 수업은 주로 토론식으로 진행하면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 다음 문제 수는 적지만 매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숙제들을 내주시는 편이다. (가끔가다 쉬운 숙제가 나오면 가뭄에 단비가 온 것 같은 느낌-_- 그러나 어려운 숙제는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포기하거나 딜레이할 정도다.) 다만 수업 시간에는 주로 Dirac notation(일명 bra-ket notation)을 쓰지만 문제를 직접 풀려고 할 때는 Schrodinger notation이 (더 복잡하긴 해도) 더 편하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정말 무지막지한 symbol과 variable들과의 싸움이었다.
특히, 스튜어트 교수님은 중간고사 없이 오픈북 오픈타임 기말고사 한 방이라는 점이 유명한데, 스튜어트 교수님이 가르치신 일반물리II때보다 무려 2배 이상 긴 14시간 동안 시험장에 앉아있었다. (물론 중간에 피자와 야식을 시켜먹은 1시간 여 제외) 시험 문제는 A4 한 장에 다 들어가는 분량의 짤막한 3문제였지만 역시 이걸 한 문제라도 끝까지 제대로 푼 사람이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난이도였다. 다행히, 시험장에 들어가기 직전 들른 도서관에서 친구가 골라준 레퍼런스가 결정적인 도움이 되어 한 문제는 잘 풀었지만 나머지 중 한 문제는 대충 '이렇게 접근하면 될 것 같다'까지만 써놓고 다른 한 문제는 절반만 풀었다. (알고보니 전자는 perturbation theory에 관한 문제였는데, 나중에 해답 올라온 걸 봐도 뭔소린지... -_-) 성적은 같은 교수님한테 들은 일반물리II와 동일하게 나왔다;;
사실 수업 시간보다는 열심히 홈페이지 만들었던 것이 더 기억에 남은 과목(무려 Django와 Ajax를 이용한 개인별 발표 평가 시스템-_-); 보통의 전산물리 수업은 수치해석 기법을 직접 컴퓨터로 구현·실습해보는데, 워낙 특이하신 교수님인지라 엑셀과 VB6.0, VC++ 6.0, .NET Framework 등을 이용한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우리학교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왔던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의 영향인지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주로 주식시장의 이론적 모델링에 관한 내용을 다루어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는 점에서 꽤나 인상적인 수업이었다.
고인규 교수님이 원래는 이론물리학계의 샛별이셨다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갑자기 금융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시면서 지금은 컴퓨터를 주도구로 삼아 돈을 버는 일에 집중하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수업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다. 컴퓨터 폐인(...) 같아 보이는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개념 설명할 때 나오는 그 방대하고 정확한 물리적 지식과 물리, 전산, 금융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각종 레퍼런스들은 정말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나름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이고, 옛날에 구몬 학습지로 조금 배웠던 기억도 있고 해서 로드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어의 문제점은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_- 그래서 재수강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아쉬운 성적이 나왔다.
교수님이 학문적인 측면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신 것은 좋았으나, 수업 시간에 너무 이런저런 주변 설명이 많이 들어가고 아무런 예고 없이(?) 페이지를 마구 왔다갔다 하면서 설명하시는 바람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여러 기업의 CEO들을 초청하여 각자가 살아온 과정, 기업을 경영해온 과정 등을 들어보는 과목이다. 2주에 한 번씩만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는 과목이고, 그래서인지 수강생이 무진장 많다; 하지만 CEO 분들이 오셔서 하는 이야기가 결국 다 비슷비슷해서 별로 흥미롭지는 않았다. 안철수 씨 강연 정도가 인상에 남는다.
어쨌든 지난 봄학기 때 소프트웨어공학개론 한 과목 때문에 다른 과목 다 말아먹은 평점 타격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학기였다. 이제 다음 학기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KTH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거기는 또 어떤 험난한(?) 관문이 기다리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