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허걱, 블로그 1주년이 지났군요. -_-;; 작년 11월 20일 '경기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시안'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포스팅한 이래 벌써 1년하고도 4일이 지났습니다. 총 방문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네요. (물론 상당 수가 봇일 것 같지만..-_-)
결국 그때의 홈페이지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덕분에 Firefox와 웹표준, 접근성, User Interface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일깨워주었고, 그 영향으로 블로깅을 시작했으며, 블로깅을 통해 제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로부터 Q-Basic과 NoteWorthy Composer를 얻어 프로그래밍과 작곡을 시작한 것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듯이, 블로깅을 시작한 것도 훗날 되돌아보면 그에 필적할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제 시야가 넓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거기다 글을 논리 정연하게 쓰는 연습도 많이 되고 말이죠)
그 친구 이름이 류태룡이라는 아이였는데, 외국으로 유학(이민이었나) 간다면서 떠나간 게 그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한동안은 이메일로 연락이 됐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군요. 그때 Q-Basic을 시작한 것이 결국 저를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게 해 준 기회를 제공했고, 그에 따라 지금 카이스트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어제 수능을 치고 있었겠지요. -_-
마찬가지로, 블로깅을 통해 Web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된 것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잠재적으로 큰 가치와 기회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회사에 들어가든, 연구소에 있게 되든, 교수가 되든, 아니면 창업을 하게 되든, 이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딘가 도움이 되는 곳이 있겠죠.
어쨌든 블로그 첫 돌을 맞았습니다. (물론 이벤트 같은 건 없습니다. 퍽퍽) 다음 한 해 동안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떻게 살게 될 지 정말 궁금하고 또한 희망이 가득 차오르는군요.
그동안 연습 부족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오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공연이 얼마 안 남았으니 꼭 해야 된다면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연주를 시키셨다. -_-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연주하게 되어 긴장해서인지 중간에 좀 틀리기도 했으나 어쨌든 끝까지 맞아들어갔고,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하고 dynamic의 대비를 크게 했더니 아주 듣기 좋다고 하셨다.
물론 아직 진혁이 형이나 내가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고 교수님도 속으로는 더 많은 걸 바라고 계시겠지만, 어쨌든 실내악 앙상블 수업을 들은 이래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봤다. ㅠㅠ
지적받은 부분은 전체적으로 박자를 좀 더 빠르게 하고, forte는 훨씬 더 강하고 남자답게, 그리고 2악장 Romanza 도입부는 무겁지 않게 서정적으로, 3악장 Rondo는 그냥 가지는 대로 정신없이 달리되 dynamic 표현을 잘 해 줄 것, 전체적으로 스타카토의 bouncing을 조금 줄일 것 등등이었다.
다른 4-hands 팀들도 보니 꽤 완성이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특히 드뷔시는 교수님이 흠잡을 데 없다면서 조금 더 자기 감정 이입을 시켜주면 공연해도 되겠다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첫 오프닝 곡으로 선정되었다.
어쨌거나 이제 어려운 건, forte로 큰 소리를 내되 aggressive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연주할 Diabelli의 4-hands Sonata는 시대적으로 볼 때 모차르트 바로 직후의 고전으로, 소리가 예쁘게 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강약 대비를 크게 주려면 forte를 칠 때 위에서 내리찍지 않고 손가락에 몸의 무게를 실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빠르게 연주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_- (그래서 결론은 매일매일 하농 연습 orz)
어쨌든 하나하나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고, 덕분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또 공연 때까지도 그럴 것이다. 내년 봄학기 때도 청강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려놨고, System Programming 때문에 수업의 절반을 잘라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셨다.
아, 간만에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