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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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요즘 한창 시끄러운 게 황우석 교수에 관련된 사건들 때문이라는 건 다 잘 알 것이다. 일단 기록의 의미도 있고, 내가 느낀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두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우선, 꽤 전부터 나는 황우석 교수가 왜 좀더 나서서 투명하게 밝히려고 하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논문에 실린 사진이나 DNA Fingerprint 등이 이상하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인데 말이다. 나는 그 전에 PD수첩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취재하는 것 자체는 옳은 일이지만 좀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싶었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황우석 교수 역시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약 1주일 전부터 지울 수 없었다. 특히나 이번 기자회견을 보고 더 실망했다.

윤리 문제를 떠나, 일단 논문의 진실성이 도마에 올랐고 현재 문제의 본질은 그것인데도, 기자회견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는 막상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것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재검증을 받아들이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으나, 왜 논문에 사진이 중복되어 조작 논란이 생기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미즈메디 병원 측에 책임을 넘기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엄청난 지원을 받는 연구실에서 그토록 중요한 줄기세포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설령 그런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이미 사전에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

반면 노성일 씨는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나는 아직 그가 한 말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양자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논문의 integrity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황우석이 잘못했다라거나, 특별히 누군가 잘못했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아무것도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나, 사람들의 의식으로나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이 크게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예전부터 늘 느껴왔던 것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 눈에 보이는 것에만 너무 목매다는 경향이 있다. 웹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쓸데없이 크고 화려한 청사에 이르기까지. 또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왔던 교육 문제, 그리고 비전문적이고 능력이 부족한 정치·행정인들로 인해 이용당하는 과학기술계. 수단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사실 누가 잘못했든 간에 그 사람이 잘못하게 만들어간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가해지는 중압감이었을 것이다. 만약 논문에 실수가 있어서 다시 발표해야 하거나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이것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넷 상을 돌아다녀보니, 그래도 통찰력 있고 (내 기준에) 생각이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점을 지적했다. 이것을 기회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netj 선배의 글(아랫쪽에 생각을 정리한 부분)이었다. 당연히,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은 그에 정당한 대가를 치뤄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은 서로 대립된 주장을 펴고있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있다. 허나, 이 두사람은 얼마전 까지 같은 목표를 두고 열심히 일하던 벗이 아니었던가. 논란이 시작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