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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과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본과는 내년에 정하지만 예비 학과 신청기간이 곧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12월 1일부터 시작하는 수강 신청에서도 어느 과를 갈 것인지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내년 봄학기 개강 후 수강 변경을 할 수는 있다)
일단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과는 전산과, 산업디자인과, 기계공학과, 바이오시스템학과 정도다. 이 리스트에서 기계과는 최근에 추가된 것으로, "기계공학"이라고 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기계"만 다루는 것이 아님을 알았고 특히 진로 분야가 넓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과설명회의 영향도 있었지만 훨씬 전부터 나름대로 파악한 결과다.)
1. 전산과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쪽에 지식이 '조금' 더 있다고 해서 단지 그 이유로 이 과로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또한 아직도 전산학이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전산학의 학문 분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실제 개발자로 활동할 것인지, 독자적인 기술로 창업을 할 것인지 등 아직 미래에 대해 불투명한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요구하는 곳이 굉장히 많다는 것, 그리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채용 설명회의 상당 부분이 전산학과 관련이 된다는 것을 보면 장래가 아주 불투명한 것도 아니다. 다만 실제 전문 직업인으로서 살게 되었을 때 얼마나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느냐(맨날 야근하고 밤샘하고 등등)는 것이 조금 걸린다. 그만한 처우를 받으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국내 현실로 봐서 꼭 그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2. 산업디자인과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의외로 꽤 어릴 때부터 산업디자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상당히 동경하는 과이기도 한데, 최근 들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내가 목표하는 것 중 하나인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점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다만 1학년 때 미리 들어두어야 하는 산디과 과목들을 하나도 안 들었기 때문에 조금 불리한 면이 있고 전공 자체가 상당히 빡세다.
3. 기계공학과
요즘은 학제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어서 인지과학, 전산학 일부, 물리학과 '전통적인' 기계공학, 나노테크놀로지 등을 폭넓게 다룬다. 인간과 기계 수업의 영향으로 굉장히 맘에 드는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는 것도 좀 영향이 있지만, 기계과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전산을 전공하면 기계를 다룰 수는 없지만, 기계공학을 전공하면 나중에 둘 다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나야 이미 지금 상태에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된 상태니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로봇에 대한 내 로망은 무시 못한다. -_-
4. 바이오시스템학과
전자·전산과 생물학 분야를 융합한 곳이다. 사실 처음에 상당히 관심있던 과였는데, 학부 때 너무 특화된 것을 전공하는 것보다 좀더 넓은 분야를 전공해서 조금씩 자기 길을 찾아 좁혀나가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래서 상당히 우선순위가 밀려났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바이오시스템학과로 갈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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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카이스트에 와서 목표로 두는 건, 5학년까지 남더라도 배우고 싶은 건 다 배우고 간다는 것이다. (아는 선배 중에는, 전산과와 항공우주공학을 복수 전공하는 경우도 있다 -_-) 산업디자인은 어떻게든 부전공을 할까 생각 중인데, 어쩌면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하고 다른 것을 부전공으로 할지도 모른다. -_- 좀 전까지만 해도 전산과 전공 + 산디과 부전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거꾸로 하거나 아니면 기계과 전공 + 산디과 부전공 혹은 기계과 전공 + 전산과 부전공(혹은 그 역)도 꽤 유력해졌다.
전공이 나의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대학원을 갈 때 전공보다도 어떤 과목들을 들었는가를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학교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잘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방향이 비교적 한 곳으로 좁혀져서 다행인데, 아직도 과를 결정하기에는 그 범위가 넓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