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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험은 어제 봤으나 오늘 아침 9시까지 제출해야 할 프로그램이 있어서 거의 밤새다시피 한 지라 포스팅을 못했다.
어제는 날씨가 하루 종일 안개가 자욱했는데, 낮이 되어도 안개가 걷히지 않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슬비까지 촉촉하게(?) 내려주고, 도로는 젖어있고, 안개 때문에 시야는 100m가 넘어가지 않는 날이 하필이면 도로주행 시험보는 날이라니.
도로주행 시험은 4인용 트럭(1종이니까)을 운전하는데, 뒷좌석에 최소 한 사람의 다른 수험생이 타야 한다.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 학원에서는 1명이 시험을 보게 하고 2명을 뒷자리에 앉혀 돌아가면서 시험을 보게 하였다. (또한, 감독관을 하는 학원 선생님도 해당 수험생들을 한 번도 가르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나랑 같이 탄 사람은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이었다. 내가 마지막이었고 여자 분이 첫 번째였다. 그 여자 분은 전에 한 번 떨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보는 것이었는데,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인지 깜빡이도 켜야 할 때 안 켠다든가 꺼야 할 때 안 끈다든가 하는 실수를 자주 했고, 한 번은 4단 출발을 하려다 시동을 꺼먹을 뻔했다. (전에도 시동 꺼먹어서 떨어졌다고 함) 다행히 합격했다.
두 번째 남자 분은 내 비슷한 또래이거나 조금 위인 것 같았는데 아마 나처럼 처음 운전면허를 따는 모양이다. 긴장은 하면서도 그럭저럭 큰 실수 없이 잘 했다. 그러나 엉뚱한 데서 시동을 꺼먹는 바람에 조금 감점. 그래도 전반적으로 잘 했기 때문인지 합격했다.
두 사람이 하는 걸 지켜보고 있느라 오히려 더 긴장한 내 차례가 되었다. 다른 두 사람이 하도 브레이크를 콱콱 밟고 서길래 차가 감이 안 좋아서 그런가 했는데, 막상 운전해보니 역시 시험용이라 그런지 차 감은 좋았다. 가슴은 두근거려도(-_-) 평소 하던 대로 침착하게 했고, 다행히 차선 변경할 때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처음 출발하여 사거리 신호에 걸리기 전까지 그다지 속도를 낼 일이 없어 2단으로만 갔더니 감독관이 원래 수동 시험은 기어를 잘 바꾸는지를 보는 거라며 뭐라고 하길래 그 다음부터는 일부러 더 자주(...) 바꿨다. 처음에 그것만 조금 뭐라고 했었고 브레이크도 부드럽게 밟고 특별히 실수하지 않으니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간에 버스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기는 했었는데 그때도 내가 기어를 낮추고 바로 재출발하니까 별 말 하지 않았다)
기능 배울 때 중간에 다른 선생님이 이틀을 가르쳐주셨었는데, 그 분이 클러치와 브레이크 밟는 걸 확실하게 잘 가르쳐주셨고, 특히 도로주행 담당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해 주셔서 좋았다. (정인항 선생님이라고 이름도 까먹지 않을 것 같다) 아들이 버클리 의대에 유학하고 있을 정도이고, 옛날에 그리스어·헬라어 등을 공부하셨었다고 하니 확실히 공부를 열심히 했던 분이라 가르치는 것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주셨다.
어쨌든 이번 겨울 방학 최대의 목표 하나는 달성했고, 이제 토요일날 면허 받으면 운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내가 운전할 일이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보험 문제도 있고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