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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끝내고 몇몇 레포트들을 남겨둔 채 잠시 휴지기를 가지고 있다. 그 사이에도 태터&프렌즈 포럼은 아주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이젠 사람들이 쏟아내는 각종 버그 보고와 php 코드 조각들을 다 쫓아가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노정석 님께서도 포럼 한 달 운영 후에 말씀하셨듯 이렇게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포럼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단순히 글이 많이 올라와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포럼에서 한 글을 보았다. 웹표준을 더 엄격하게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한 유저의 글을 보고 노정석 님이 포럼 의견을 묻고자 올린 글이었다. 거기에 많은 답글들이 달려있었는데, 웹표준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와닿았던 건 "이상이 구현되어 현실을 발전시키지만 현실은 그 자체로 생명이 있습니다"라는 inureyes 님의 말이었다. 작년에 회사 병특 다녀오신 한 선배랑 웹표준에 대해 논쟁해보기도 했었고, 나도 처음에는 철저한 이상주의자였다. html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다가 토끼군을 통해 갑자기 접하게 되면서 확 빠져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겪어보고 나니 이제는 그렇지 않다. 실제 웹페이지 제작도 여러 번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고, 또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보고 나니,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가능한 선에서 이상도 추구할 수 있어야 현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을 부정할 만큼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저 말 한 마디로 싹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 정도의 말이 나오려면 역시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
지지부진한 W3C의 CSS3 표준 제정 작업과는 달리 현실은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그 역동성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다. 제각기 옳은 근거를 가지고 나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들과 그것을 정리해주고 체계화시키는 사람들, 그 위에 서서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 이도 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사람들... 꼭 '웹'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 돌아가는 것도 가끔은 그 변화무쌍함 속에서 벗어나 그 자체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