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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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어제는 드디어 대학생활 첫 주를 마치고 대전에서 용인에 있는 집으로 올라왔다. 기차를 타고 왔는데 대전역까지는 택시를, 수원역에서는 버스를 탔다.

캠퍼스 내 태울관 옆의 경사진 도로에는 주말마다 지방의 집으로 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아는지 빈 택시들이 서너대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 쯤에 있는 택시를 타려고 하자 뒷차의 기사 아저씨가 앞차부터 타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나름대로 '순서'가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주 화창한 봄날씨 속에 시원스레 택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짐이 많아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무전기를 이용해 다른 기사분들과 대화하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입담이 참 따뜻했다. (전형적인 충청도 사투리였다)

"아, 거 사람이 똑똑할라믄 아주 똑똑하든가 안그럼 나 멍청하니- 하고 사는 게 제일이지, 뭐 그리 철두철미허게 살라 그러우?"

"거 남의 자식이냐? 다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지. 다 내 아들이고 딸이여-"

"편도선 부었다매- 병원 가서 약 지어먹고 좀 며칠 쉬야지. 이것도 품앗인데 그럼 안 힘들고 하겠수?"

기사 아저씨는 약간 나이가 드신 분이었는데 대화가 그날의 봄볕처럼 따뜻했다고나 할까. 택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가끔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세상이 다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위의 대화 내용으로만 봐서는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그때 mp3로 녹음해 둘 걸 그랬나 -_-), 정말로 인정많은, 또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분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택시기사 아저씨와 같은 분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좀더 따뜻해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