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원래 이런 건 어렸을 때 과학에 관한 질문 하나 던지면서 잘 시작했던 건데, 요즘은 그 대상이 좀 바뀌었다. 미투데이에 계속 쓰려다가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여기에 적어봤다.;

  • 발단 :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의 강제 철거 뉴스.
  • 기본 전제 : 공식추모기간이 끝났으면 분향소는 철거하는 것이 맞다.
  • 그러나 강제철거했다는 것은 방법 상의 문제, 또한 자진철거 유도 및 공식 요청이 있었음에도 굳이 유지하려고 했다면 그것도 문제.
  • 조금 일반화해서 : 공공장소에 개인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 그냥 단순히 개인으로 보기 힘들고 국민적으로 추모 정서가 형성되어 있으니 시민들의 공공 공간을 조금 빌려쓰는 것은 괜찮다고 볼 수도 있음.
    • 그래도 공공 공간이니 반드시 공공의 목적으로만 써야 하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음.
    • 분향소가 노무현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었어도 이렇게 처리했을까? (물론 어지간한 경우에는 이런 장소에 분향소가 차려질 일은 없겠지만.)
  •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광장'이라는 걸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하고도 연결되는 것 같다. 정작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해 만들어놓은 광장들인데, 당시엔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무슨 목적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할까? 이른바 광장 문화라는 이름까지 붙은 유럽권에서는 광장을 어떻게 활용할까?
  • 의도 변질의 문제
    • 분향소를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과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단체나 정당이 있다면 문제겠지만, 그냥 몇몇 시민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 사람들이 어떤 단체나 정당 출신임을 일일이 검증해야 하나?
    •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정체를 일일이 감시하지 않는 사회에서, 공공성과 상황에 따른 행동의 적절함 여부 판단을 어떻게 해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까?
    •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단지 '의도 변질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어떤 행위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무죄추정의 원칙?)
    • 의도 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면, 가볍게 해석하면 그건 아직 우리가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는 말이지만, 심각하게 해석하면 아직 우리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준이 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은 인권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 될지도? (너무 심한 비약인가?)
  • 단어 정의의 문제
    • '선동'이라는 행위를 나쁜 것으로 본다면, 그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선동'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지지자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홍보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선동인가? 사람들 모인 곳에서 어떤 집단 행동을 유도하는 것만이 선동인가? 몇몇 언론의 왜곡 보도도 선동의 범주에 드는가?
    • 어찌됐건 우리나라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다들 이 기본 전제에는 동의하겠지만, 정부·단체·개인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되면 여당이나 정권의 힘에 눌러지기 쉽다. 그냥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일단은 여기까지.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이전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후 했던 생각들을 적었는데, 이번 추모 기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드는 생각들이 있어 다시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어머니께서 하신 이야기 중에 와닿았던 부분은, 언론과 대중들의 모습이 성서에 나오는 빌라도 앞의 대중들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막상 앞에 있을 때는 맘에 안 든다고, 쳐죽이라고 그렇게 난리를 치다가 정말 죽고 나니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모습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그런 분위기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고인이 잘 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살아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는 현대 사회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개개인의 생활이 바쁜 시대에 여러 시각을 공평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언론들에도 있다. 지금 노무현에 대한 추모 열기는 현재의 이명박 정부가 소통에 미숙하다는 단점이 노무현의 소탈했던 모습을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더욱 강화되는 느낌도 있지만,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그가 잘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때문인 면도 크다. 특히 IT 쪽으로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접근했던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나 스스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한 경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얼핏 청와대 업무시스템인 이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물론 노무현이 했던 정책들 중 실패한 것들도 있다. 집값 잡는다고 하다가 오히려 더욱 올려버린 점, 행정수도 공약 때문에 스스로 발목잡혔던 점, 빈부격차의 심화 등등. (이 부분에 대해선 보수언론들의 시각이라는 반론도 있으니 댓글 참조.) 그러나 그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정치 참여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대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 쉽게 묻혀진 것 같다. 지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을 사실은 노무현이 먼저 했던 것이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해야 하는데 그러한 공정한 시각보다는 사회 기득권층 대다수의 입맛에 맞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또한 노무현이 그러한 기득권적 배경을 별로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언론들이 더욱 그를 잡고 겁없이 흔들었고 그런 언론들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대다수의 국민들(나를 포함해서)은 노무현이 '대통령 답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의 측근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 자체는 분명히 잘못하였지만, 왜 노무현에게는 그 부담이 배로 전가되고 노무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많이 해쳐먹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나 비리 세력들은 어째서 멀쩡하게 살아있는지, 그러면서도 영결식에 멀쩡히 참석하는 모습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노무현이 역사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최소한 지금까지의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서라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고위 정치인들 내지는 권력자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던 인물이고, 또한 처음으로 가장 소박하고 소탈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측근 비리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한 정치인들 중에서는 가장 도덕성을 중요시하고 비리도 적은 편이었으며 스스로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더 높아지고 감시도 강화될 것이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인식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통령과 정부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학기에 한국문화사 수업을 통해 나라기록관 답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으로,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는 점, 나라기록관 사업을 시작하고 공공기록 관리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된 것이 노무현 집권 기간이었다는 점은 노무현이 그만큼 스스로 투명성과 역사의 평가에 대해 신경쓰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1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노무현을 우상화·영웅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도 사람이기에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정책 모두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추모 열기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운 가운데 어려운 환경 속에 성장하여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일종의 역할모델로서 노무현에 대한 심정적 동질감 때문에 약간은 더 심하게 나타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나쳐서 그의 잘못까지 무조건 덮어버리려는 정도까지 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예전에 광우병 촛불집회를 보며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의 이명박 정부를 보면 정보기술이 가져오는 근본적인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거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가 더욱 투명하게 유통될수록,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자유로워지고 그 비용이 0에 수렴할수록, 숨길 것이 많은 사람들이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겐 인터넷과 IT기술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억제할 수 없는 사회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 다시 노무현처럼 그런 면을 이해해주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것, 혹은 떠나야 했던 것은 비통한 일이지만, 노무현이 잘했던 것, 못했던 것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평가해주리라 생각한다. 과연 이명박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지금 잘 알려지지 않은 이명박이 잘한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또한 이명박 다음에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게 될지도 궁금하다.


  1. 조선이 세습왕권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길게 왕조를 유지하고 버텨왔던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뛰어난 기록 문화와 역사에 대한 두려움, 권력 감시 체제를 이념적으로 강화하여 세운 국가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본격적인 기록물 관리는 노무현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고, 어차피 투표권도 없었지만 과학고에 들어갈 준비를 하느라 유세도 제대로 못 보고 어느날인가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사실만 인지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노란색을 자주 사용했던 노사모 정도. 취임하고 얼마 안 되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둥 이런 소리가 들리며 한동안 시끄럽다가 각종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집값이 무섭게 오르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반쯤 농담이지만, 우리집이 아마 강남에서 계속 살았으면 집값으로만 몇억은 그냥 벌었을 거다)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었다든지, 말 많고 요리조리 머리굴려가며 언론들과 싸움놀이한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변에서 많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중에 와서 보니 그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무대뽀로 밀어붙이는 삶을 살아왔던 점, 바보에서 시작해도 끝까지 밀어붙이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 소통을 중요시했던 점, 무엇보다 그 어떤 정치인도 섣불리 내걸지 못한 도덕성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는 점 등이 그러한 요소이다. 특히 자신의 소신과 고집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부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긍정적인 평가도 함께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대외적인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원하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노무현의 지역주의·권위주의 타파와 관련된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나는 아직 좌파, 우파, 진보, 보수 등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그런 개념들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말을 접하게 될 때면 더욱 혼란스럽다. 분명히 알고 있는 건 지역주의가 여전히 팽배해있다는 점이고, 김대중과 노무현이 김영삼과 이명박과 다른 계열의 정당에서 나와 그 시기를 현 정권 및 여권에서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고 있다는 정도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까지는 익숙해도 아직 그 전에 각 정당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각 정당이 가지고있는 비전, 소속 정치인들의 관심사나 성향도 잘 모른다. 역시 분명히 알고 있는 건 거의 언제나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정도에 이명박은 한나라당 계열, 노무현은 (언젠가 탈당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열린우리당 계열이라는 정도?

이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도, 얼핏 인터넷 뉴스를 돌아다니면서 박연차 회장과의 비리 혐의 문제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워낙 바쁜 학업 중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는지는 거의 모르던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정확히 종강 다음날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이 자신이 가장 내세웠던 도덕성에 상처가 생기고 주변인들이 자꾸 소환되자 자격지심 혹은 그 성질머리(?) 때문에 자살한 것이라고도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저인망 수사 등을 근거로 들며 보수 언론에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혐의 사실을 흘림으로써 사실상의 표적 수사를 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온라인 지인들의 여러 글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2005년인가 2006년 여름에 대통령과학장학생 신분으로 청와대에 불려가 노무현과 점심을 함께한 적이 있었다. 식사하기 전에 짤막한 연설을 하였는데, 참 말 앞뒤가 줏대없이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뭐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의 정책들 대부분은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욕하기만 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었고, 어찌됐건 당시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충분히 자격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자질이 나쁘다면 그건 그런 사람을 뽑은 국민들의 잘못과 그러한 사람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아주 똑똑하게 굴지는 못해도 나름대로의 고집있는, 소신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선 같은 사람으로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을 때 같은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애도를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는 책임도 큰 만큼 이번 수사에서 확실하게 결론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시일을 둔 뒤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이 무죄인지 유죄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역사의 심판을 반드시 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두환 같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유족들에겐 힘든 과정이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나도 아쉽고 슬프다.1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역시 국민들이 정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가 얼마나 잘 마련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다시금 깨달았다.2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정치적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제서야 나는 왜 사람들이 조중동을 보수언론으로 보는지, 한겨레 등을 좌파(혹은 진보)언론으로 보는지, 언론사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점차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3 투표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대통령을 잘못 뽑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역사와 현실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IT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소통이 한없이 자유로워지고 소통의 양이 무한대로 증폭되면서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과 변화들이 과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지금까지의 인류가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생각해 적용하고 있는 사회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갈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노무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괴롭고 슬프겠지만, 또한 누군가에게는, 아니, 대한민국에게는 사회적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쓸데없는 망상일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내가 만약 대통령 정도 되는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통령은 사실 자기 손으로 무엇을 직접 이루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말과 글을 통해 하나의 나라를, 또는 여러 나라를 움직일 수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말은 곧 자기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무언가 이루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과 수십명이 모인 학교 동아리조차 회칙 개정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 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입장들을 조율하여 움직이려면 얼마나 어려울까?

한편으론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러이러한 부분에 신경써서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농수산업의 과학화, IT 인력들의 창의성 발휘 환경 구축, 중공업의 고도화, 예술·문화계 진흥, 인문학 활성화와 자연과학과의 융합 연구,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경제 생태계 형성, 환경 감시 체제 강화, 친환경 산업 육성, 러시아·중국과의 외교관계 강화, 동남아와 남아메리카에 대한 해외원조 확대로 위상 강화, 공공도서관 전문화, 세금 운영의 투명성 확보, 각종 공공 통계 및 공공기관 정보를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하기, IT 기술을 활용한 국민들과의 소통 및 의견 취합--포탈사이트에 익명보장 정책제안 코너를 만들어 인기 상위 100개와 비인기 랜덤 100개를 뽑아 브리핑 받는다든지, 악성댓글 엑기스 뽑아먹기와 같은?--민영 의료서비스의 공공재화, 국가 기록 관리 강화 등등등 뭐 그동안 소소하게 느꼈던 것들을 계속 생각해서 쓰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로는 역시 대북 관계와 같은 것이 있겠다. (뭐, 보면 알겠지만 공돌이 아니랄까봐 좀 편향되어 있긴 하다. ㅋㅋ)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것을 실제 실행에 옮기는 실무자들이 이를 잘못 이해·해석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을 것이다. 이명박의 녹색 성장도 그 자체로는 매우 바람직한 구호이지만 뭔가 실제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 건설경기 활성화가 목적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또한 실무자들이 충분한 능력이 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들리는 말처럼 연구 제목에 '녹색'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돈 따오기 쉽다 하듯 세금을 눈먼 돈으로 쓰고 말 수도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도움이 필요할 터인데, 막상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명박은 그 문제를 낙하산 인사로 일부 풀고 있는 듯하다. 동시에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어 뭔가 이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컨택해올 텐데 그것들 중 실제 국정에 도움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가려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도, 이명박도 이런 어려움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 대통령은 똑똑하고 체력 강하고 주관이 철저한 그런 사람이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란 자리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왜 대통령을 하였을까?<br/> 이명박은 왜 대통령을 하였을까?

초심으로 돌아가는 이 질문에 온전하게 답할 수 있어야 명분이 설 것이고, 대통령직을 훌륭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1. 참고로 나는 현재의 검찰 수사가 얼마나 심하게 진행되었는지, 혹은 사건의 진위가 어디까지 정확하게 밝혀졌는지 등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미 결론이 났다면 더 할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보는 정도다. 

  2. 아쉽게도 현 이명박 정부는 사회·기술·문화의 흐름으로 인한 소통의 방식과 개념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3. 아무래도 사람은 자기가 접하는 정보에 따라 그 편향이 달라진다. 요즘은 부모님과의 정치적 입장에서는 약간의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기도 하다. 나는 주로 인터넷과 온라인 지인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접하지만, 부모님은 동아일보와 TV 뉴스를 통해 주로 정보를 접한다. 보통 어떤 대원칙이나 논리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데, 어떤 특정한 사건을 두고 평가할 때는 미묘하게 말투나 분위기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지난 주에 OTL 프로젝트 런치하고--아직도 베타 딱지를 떼려면 할일은 산더미지만--네트워크 IP fragmentation 구현 프로젝트 끝내고 30장짜리 한국문화사 조별답사 레포트까지 끝냈더니 뇌가 드디어 파업을 해버렸다. 사실 당장 다음 주 화요일까지만 해도 OTL 프로젝트 테스트 플랜 작성과 NLP 프로젝트(!)가 있지만 일단 어제 오늘은 별다른 생각 없이 푹 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쉰다기보다는 그동안 못 돌아본 것들을 돌아보는 그런 시간? TV도 보기 힘든 이런 환경에선 결국 인터넷 서핑이 된다. 텍큐닷컴의 관심블로그들을 한번 돌아본다든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현재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당장 이번 여름방학은 거의 잡혀가다시피(?) 해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 "인턴 할 생각 있어요?"라는 질문에 "생각해보구요"라고 답해놨더니 어느날 덜컥 점심먹으러 오라고 해놓구선 업무소개까지 하고 있더라. (뭔가 열심히 듣다가 '어, 이건 회사 기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니 '인턴 하는 거 아녔어요?'란다.) 사실 아는 동아리 동기 형이 거기서 직원(학업과 함께)으로 일하고 있고 대표님도 다른 경로를 통해 안면을 익혀둔 사이긴 하다.;;;

어차피, 작년에 구글 인턴은 아쉽게 못하게 된 터였고--뭐, 언제든지 다시 지원하면 신청은 받아주겠다고는 했지만--특별한 경험이 될 만한 게 아니라면 대학원 면접까지 겹치는 상황에 복잡한 서울에서 인턴을 할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집이 용인 수지라 출퇴근이 좀 압박이다) 이곳을 고르려 하던 참이긴 했다. 마침 그 회사가 하는 분야도 관심있어 하던 것이고 그 회사에서 하게 될 일도 내가 잘 하는 일과 새로 배우는 일을 어느 정도 결합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는 중이다.

결국 당분간은 쭈욱 대전에 있게 될 것이다. 대전지역 인턴쉽이기 때문에 학교에 기숙사도 신청했고, 가을학기는 일단 한 학기 더 다녀야 하고, 7~8월 중 대학원 입시를 무사히 끝내면 적어도 향후 2년 동안은 대전에 더 있을 것 같다. 다음 번 휴식기는 아마 잠깐 다녀올 여름휴가 겸 가족여행과 학부 마지막 겨울방학이 될 듯. 이번엔 종강해봤자 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바쁠 것이다.

대전에 있으면 좋은 점이 어쨌든 동아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턴할 회사가 학교 안에 있기 때문에 출퇴근은 거의 5분밖에 걸리지 않을 테고, 출퇴근 경로의 중간에 동아리방이 있기 때문에 아마 후배들이 진행할 SP세미나나 휠세미나 같은 걸 저녁 시간에 들러 책 쓰는 작업도 하면서 적당히 코멘트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가을학기는 예전에 들어보려고 했다가 신청하지 못했던 작곡 수업을 마지막 교양으로 하고, 문수복 교수님의 분산처리 특강과 지도교수님이신 김기응 교수님의 전산로보틱스 수업을 듣게 될 것 같다. 다른 수업을 더 신청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아마도, 여름방학 때 인턴하면서 만들게 될 시스템을 문수복 교수님 수업에서 이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정확한 건 일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ㅋㅋ

사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일단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진학을 결정한 이상 어느 교수님 랩을 가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빡세거나 널널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관심분야는 죄다 빡세기로 소문난 교수님들...; 석사를 마치고 전문연구요원 형태로 병특을 하려고 생각 중인데 2년만에 석사 졸업이 가능할까 뭐 이런 소리가 나오는 판이라서 살짝 걱정된다;; (그나저나 전 룸메인 승범이는 이제 랩생활 시작했다는 것 같다.)

2~3학년 시절 내내 신축에서 살았더니 확실히 학부 지역이 좋긴 좋은 것 같다. 기숙사 방에 세면대가 없다는 점만 빼면 모든 게 학부생 기준으로 맞춰져 있고, 무엇보다 다용도실 피아노와 시청각실 피아노를 이용할 수 있다는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 있다; 예전엔 수업 없으면 시청각실을 항상 잠궜었는데 건물 리모델링하면서 출입구 카드키 시스템이 적용되어서인지 저녁 시간에 가면 거의 열려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남은 학부생활인 2009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정신없이 프로젝트로 달린 봄학기는 과연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런지. (한국문화사 요약레포트 다 만점받은 게 일단 심적 위안이 되고 있으나...)

석사를 마치고, 병특을 하고 나면 무슨 일을 하는 게 좋을까?<br/> 다음 학기엔 대학원과 더불어 여기에 대한 걸 좀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ps. TTSKIN 문제의 경우, 결국 겐도님의 무한하고 영광된(?) 삽질로 구글 내부에서 쓰는기존 스킨 규격의 살짝 업글 버전과 기존 규격을 하나의 코드로 동시에 지원하는 걸로 결론났다. 즉,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 디자인 작업의 편의성을 생각했을 때 기존 형태가 그나마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제 바톤은 TTXML과 TTML, 댓글알리미 표준화로... (먼산)

ps2. 다음 학기에 CS101 학부조교를 신청할 생각인데, 이번 학기에 CS101을 재수강하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가 있어 과제를 좀 도와주면서 설명하다보니 전산이라는 게 사실은 수학적인 능력보다 국어 능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엊그제 있었던 동아리 임시총회의 회칙 개정과 제명안 관련된 문제로 또다시 동아리 메일링에서 시끄러운 논의가 있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번 일로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느낀 건, 어떤 잘못을 봤을 때 사람마다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나같은 경우는 '상당한' 정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까야 제맛'이라는 말처럼 바로바로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하면서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메일을 보고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데 어떤 사람들은 매우 발끈하거나 민감한 걸 보면 확실히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이런 논의 과정에서 항상 고려해야 하는 점은 순수하게 메일의 내용만으로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조금 심하게 서로 깐다는 느낌이 있으면 이미 과거의 편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봤을 때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대부분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감정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메일을 통해 논의를 하다보면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도 서로 꼬투리 잡고 감정표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전에 있었던 다른 배경 사건들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오해가 증폭되는 효과가 있다.

뭐, 이런저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미처 못보고 지나간 부분도 있구나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까야만 사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자세도 위험하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어야 전체 균형이 유지될 수 있겠지만...

역시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 관계가 어렵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지난 주 목요일 카이스트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의 책 읽는 밤 행사의 일환으로 한비야 초청 강연이 있었다. 작년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었는데 그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욱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딱 세줄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 머리 :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강대국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까지 포함하는 세계지도를 넣어라. 그리고 세상은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바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의 원리로 돌아가는 바퀴도 있는 두발자전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 가슴 :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지금 내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살자.
  • 손 : 머리와 가슴이 아무리 뜨거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추가로, 한비야씨가 지적한대로 우리나라가 가진 IT 기술력과 장비 등을 해외 원조에 투자하여 긴급구호 현장에서 세계 각지로 연락을 닿을 수 있게 하고 현장 상황을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같은 곳에 사용할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김창준씨가 시작한 IT 봉사 네트워크가 떠오르는데, 우리나라 IT 종사자들이 거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IT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말이 빨라서, 다른 사람 같으면 2~3시간 할 이야기를 농축해서 들은 듯했는데, 계속 프로젝트에 찌들어 살다가 이런 활기찬 사람의 말을 듣고 생각의 전환을 하니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