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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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어제 ESCamp 끝나고 늦게 기숙사에 도착해서 블로그 글을 포스팅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MR 동기인 태경이 형의 전화였는데, 오늘 ICU에서 발명 동아리 연합회를 만드는 행사가 있으니 같이 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다지 바쁜 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가보자고 했고, MR 임원진 3명과 내가 오늘 그 행사에 갔다왔다.

ICU의 신생 동아리인 IIC(ICU Invention Club)의 주도로, 포항공대의 창작로봇 동아리인 Power On과 KAIST의 로봇 동아리인 MR의 연합을 만들고, 전발련(전국대학발명동아리연합회)의 가입을 추진하여 각 동아리가 가진 로봇 기술과 발명 아이디어를 연결해본다는 내용이었다. 시작은 IIC에서 먼저 제안했지만 공동주권을 가지고 운영한다고 했다. 매 학기 두 차례 모임을 갖고, 각 모임은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하기로 하였다. 전발련 가입과는 별도의 성격을 가지는 세 동아리의 연합회 이름은 ARI('아리')라고 짓게 되었다.

사실 Power On 측도, MR 측도 발명과 거리감이 있어 처음에는 전발련 가입에 살짝 부정적인 입장이기도 했던 것 갈다. (또 뭔가 연합회에 가입하면 이것저것 해야 하는 일도 생기니 그런 게 동아리 활동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고.) 하지만 발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잘 모르는 로봇 제작 기술을 발명과 접목시키면 보다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또 특허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부분을 잘 모르는 로봇 동아리들이 그 방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모두 수긍하였다.

사실 나는 다른 것보다도 포항공대 로봇동아리 Power On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MR의 경우 역사도 오래되고 많이 알려진 동아리기 때문에 외부 지원이 많아 비교적 비싼(-_-) 로봇들을 조작하거나 개발할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Power On의 경우는 한때 로봇축구를 좀 하다가 몇년 간의 공백기 후 정체성을 바꾼 쪽이었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현 회장 박철우군(동갑)의 개혁(?)으로 '만들고 싶은 로봇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동아리 활동 방향을 바꿨고, 갖은 삽질을 통해 다작(多作)하여 재미있는 것들을 골라내는 쪽으로 해왔다고 한다. 동아리 소개 시간에 보여준 로봇 작품들이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워보이는 건 없었지만 큐브 풀이 로봇이라든가, 자석을 이용해 자유롭게 돌아가는 공을 만들고 그 안에 기계 장치를 넣어 레이저를 발사하게 했다든가, 간단한 시한폭탄 장치 등 참신한 것들이 많았다.

MR도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 있던 로봇축구 주축 인력이 빠져나간 후로, 이렇다 할 작품들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MRG(미스터 거북이), 사나이(이족보행 로봇)라는 큰 프로젝트가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일부 동아리원들만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고, Power On과 같은 재미있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있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흥미·참여를 유발시키거나 지속적인 개발을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Power On과의 만남은 MR에게는 분위기 쇄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연합회를 통해 세 동아리 모두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Power On은 다양한 창작 로봇들을 출품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IIC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로봇 제작 기술들을 공유하고, MR는 분위기 쇄신과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얻는 방향으로 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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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SCamp를 통해 최고의 두뇌들이 모였다는 세 학교(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컴공/전산과 사람들이 모여서 친목 도모도 하고 인공지능 대회를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다른 학교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아무래도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뭔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넥슨의 후원으로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술과 안주 또한... =3=3)

앞으로도 ESCamp가 계속되었으면 좋겠고, 이번 행사도 즐거웠지만 몇 가지 바라는 점을 적어보겠다. 다음 번은 이번 여름에 서울대에서 개최한다고 하는데 담당한다는 학생분과도 잠깐 얘기했던 것이다.

  • 인공지능 대회 외에도 머리를 겨룰 수 있는 다른 종목 추가. 예를 들면 Codegolf 같은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알고리즘 코딩 스킬하고는 약간 다른 스킬이기 때문에 좀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가 갈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 대회 프레임웍 개선. 현재는 문서화도 잘 안 된 것 같고, 매번 다른 사람들이 같은 코드를 이용해 만들다보니 버그 발생 소지가 높은 것 같다. 또한 C++ 외의 Java, Python 등 다양한 언어로도 쉽게 짤 수 있도록 기반 코드를 제공하면 좋겠다.
  • 인공지능 대회때 사용하는 게임을 AI를 짜서 겨루는 것 외에도 사람이 직접 해서(!) 겨루는 것도 재밌을 것 갈다.
  •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는 프로그래밍 언어들(Python, PHP, lua 등)의 기초 세미나 및 짝프로그래밍을 통한 간단한 문제 풀이 시간. (상품도 있으면 좋을 듯?)
  • 각 학교 동아리나 과별/개인별 작품 전시. 복잡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토끼군의 code obfuscation을 통한 그림그리기부터 시작해서 Firefox 확장기능 등 비교적 자그마한 것들.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 뒷풀이로 술집만 가지 말고 다른 것도 했으면 좋겠다. 술집은 테이블 단위로 사람들이 잘게 나눠지기 때문에 좀더 넓은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첫째날 정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마지막날에 술집을 가는 것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KLDP 10주년 컨퍼런스에서 했던 것과 같은 BoF 섹션 마련. 사람들과 삽질 경험담을 공유한다거나 각종 기술적인 주제의 토론, 혹은 여자친구 이야기라든가... 술집에서 결국 모든 이야기가 전공으로 귀결되는 현상을 막아봤으면 한다. -_-; (미리 이야깃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큰 규모는 아니어도 ESCamp를 위한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이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번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면 더욱 좋고.

물론 이런 사항들이 하루아침에 다 반영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위의 내용들을 ESCamp에 제안하고 싶다. 뭔가 더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졸린 관계로(이틀 동안 6시간 정도밖에 못잤다) 생각나면 나중에 추가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