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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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동아리 중 하나의 정모 시간이 금요일 저녁이다. 그런데 나는 수업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있어서, 특별히 바쁜 일이 있거나 시험 기간이 아닌 경우에는 웬만하면 금요일에 집에 가는 편이다. 그래서 정모를 목요일로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동아리 홈페이지에 올렸었는데, 나 말고도 목요일을 정모 시간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 이유는 나와 다르겠지만..)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동아리원들이 정모 끝나고 모여서 편하게 놀 수 있는 요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말했다. 뭐 그렇다면 나도 그 이유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느 선배가 다신 댓글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너희들 집은 학교이고 기숙사고 동방이지 않나? 집에 간다는 생각부터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이제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미성년자도 많구나. 안습"이라는 것이다.

나는 왜 집이 학교나 동방이 되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학교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전원 기숙사제를 택해서 집이 가까운 사람들도 기숙사 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경우는 원룸을 얻어서 나가 살 수도 있고 집에서 다닐 수도 있다. 다만 학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기숙사에 사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에 기숙사를 택하는 것이다.)

내가 집에 가는 이유는, 내가 마마보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가족끼리 주말에 모여 서로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유대 관계를 다지는 것, 그리고 자전거 타기나 피아노 치기 등의 취미 생활을 학교에서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학교나 그 근처에서만 밥을 먹다보면 금방 질리고 질도 낮기 때문에 집에서 주는 밥과 다양한 과일 등을 먹어 영양 보충(-_-)을 하는 것이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친구 집에 자주 놀러갈 수 있듯이, 나는 부모님과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집에 자주 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내가 관심 있는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건축가이신 아버지와 하는 것이 좋다든가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집에 의존하는 건 아니다. 빨래 같은 정도는 거의 다 학교에서 해결한다. (집에는 여기서 세탁이 곤란한 외투, 손상되기 쉬운 의류 등을 가져가서 빨아온다) 피아노가 학교에도 있는데 왜 집에 가서 치냐고 묻는다면, 일단 내가 사는 신축 기숙사 근처에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수백m ~ 1km 이상 되는 거리를 가서야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점과 집에서 연습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 집의 피아노 소리가 더 좋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또한, 아버지를 통해 시작한 산악 자전거(MTB)도 집에서 타야 하는 것도 큰 이유다. 주중에는 맘먹고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주로 주말에 집에서 운동하는 편이다. (겨울에 별로 못했기 때문에 이제 날씨가 풀리면 다시 시작할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내 개인적인 모든 이유를 제쳐놓고라도, 어른이라고 해서 집에서 떠나 생활하면 집에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것이고, 집이란 생활 재충전의 장소 아닌가? (물론 기숙사에서 자는 것도 재충전이지만, 집에 가는 건 취미 생활 등을 통한 또다른 의미의 재충전이다, 그렇다고 내가 기숙사에 정을 붙이지 못한다거나 그런 건 또 아니다. 기숙사는 집에서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오히려 더 privacy를 보장받을 수도 있는 등 다른 이점이 있다.)

마치 집에 가는 것이 이상한 사람인 것마냥 취급하는 것 같아서 주절거려봤다.

덧. 만약 나보고 동아리와 집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집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100%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어느 때는 동아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집에 두는 가치가 나에겐 더 우선순위다. 그렇다고 내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필요하다면 집을 떠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다만 여건이 된다면 집에 자주 가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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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저녁 먹다가 YTN 뉴스에서 보기도 했고, 최근 카이스트 신문사 등에서 설문 조사를 벌이기도 하는 등 안팎으로 많이 시끄러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러플린이 관련된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사실 나조차도 shell 짜기 숙제, 동아리 활동 등으로 정신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교수들하고 사이가 안 좋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으니까.

지난 월요일에 스팍스 정모가 있었는데,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동아리방에 취재를 하러 왔었다. (그쪽에서는 몰랐던 모양인데 정모 시간과 정확히 맞아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해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총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일이 물어보고 촬영까지 해갔다. (이번 일요일인 4월 2일날 방송이라고 하는데, 워낙 많이 찍어가서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보긴 봐야지. -_-)

하여튼,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러플린이 제시했던 비전과 개혁의 방향은 바람직하나, 그가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 교수진들의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았고, 자기만의 의견을 지나치게 고집했다는 점(KAIST PR Website를 만들 때도, 신문사 홈페이지 개편할 때도 CSS를 쓰지 말라고 고집한 것같이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학교 정책까지 그렇게 관여했던 모양이다)이 문제다. 사실 나는 러플린 자체보다도, 러플린이 단지 노벨상을 받은 훌륭한 물리학자이며 스탠포드의 학과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 '간판'에 눈이 멀어서 데려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기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노벨상'이라는 것과 학교 경영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데도 매우 적절한 사람을 데려온 것인양 그랬던 분위기가 싫다는 것이다)

그가 말했던 학교 예산을 늘리고 보다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립화, 의학이나 법학 과정의 신설, 예술 등 교양 과목 확충, 영어 사용 확대 등은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어쨌든 교수들의 반대로 연임을 할 수는 없게 되었으니, 이러한 비전을 잘 추진할 수 있는, 보다 리더십 있고 융통성 있는 사람이 총장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