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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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기말고사 기간에, 학교 게시판인 Ara에 누가 '말려보아요'란 제목으로 EVE-Online 홍보를 한 적이 있었다. 예전부터 꽤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고, 무엇보다 어렸을 적에 스케치북에 그리던 그림의 70% 이상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상상화였을 만큼 우주에 관한 걸 좋아했던 터라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게임이었다. 다행히 시험기간에 말리지 않고 무사히(?) 넘긴 후, 시험이 끝난 그제부터 14일 무료 계정을 얻어 해보는 중이다.

우선 이 게임이 뭔지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미래의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실시간 MMORPG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웹게임인 O-Game과 상당히 유사한지만(스킬 찍어두면 로그아웃해도 실시간으로 올라간다든가..), 3차원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실제 우주 전투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또 O-Game의 행성 중심적인 방식과 달리 함선 중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기가 속한 Corp이나 국가의 스테이션에 자기 아이템들을 맘대로 보관해둘 수 있고, 여러 우주선을 번갈아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아이슬란드의 CCP라는 곳이고, 런던에 전세계 통합 서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로그인할 때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만 빼면 게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게임 설명에 보면 56k 모뎀에서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함)

기본적으로 게임은 스테이션에서 시작하며, 하나의 항성계 내에서는 워프를, 다른 항성계들을 오갈 때는 점프게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멀리 있는 항성계에 갈 경우 waypoint를 설정해서 자동 항해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각 항성계별로 0.0~1.0 사이의 security level이라는 게 있어서, 숫자가 클수록 안전한 지역이고, 0.5 아래가 되면 상당히 위험한 지역이며, 0.0은 무법지대라고 해서 플레이어들끼리 무차별 공격이 허용된다. (security level이 높은 곳에서도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으나 이때는 해당 지역의 NPC 가드들이 공격해와 일반적으로 우주선이 폭파되고 스테이션 도킹에 제한을 받게 된다)

EVE-Online의 첫번째 장점은 시스템 요구 사양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스크린샷을 보면 꽤나 고사양일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우주 배경은 2D를 3D처럼 보이게 한 것 뿐이고, 우주선이나 행성 정도밖에 렌더링되는 게 없어 노트북에서도 아주 잘 돌아간다. (물론 3D 가속이 전혀 없는 내장그래픽의 경우는 조금 딸릴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DX10도 지원하도록 패치가 나온다하고, 개발사에서 부지런히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니 고사양 유저들은 나름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시스템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거의 자유경제로 움직이는 아이템 시장과 가격 변동 추적이 매우 상세하게 나온다는 점 덕분에 정말 시장경제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스킬을 찍어두면 일정 시간 후 자동으로 올라가는 방식이라서 내가 RPG류의 게임을 하며 가장 싫어했던 노가다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채광을 하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등의 일은 해줘야 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게임에 접속해 있는 동안 수동적으로 뭔가 해야 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지만 않으면 돈은 어느 정도씩 벌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게임에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게임성에 비해 우리나라에 보급이 안 된 주원인이기도 하다), 바로 해외 결제가 필요하다는 것. 외국 회사인데다 국내 법인이 없기 때문에 해외 신용카드 결제 말고는 방법이 없다. (1달 가격은 19$ 정도로 국내의 유료 온라인게임에 비해 꽤 싼 편이다. 물론 돈을 안 내도 계정은 유지되므로 게임을 할 수 있을 때만 하면 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야 보통 국제 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니 별 상관이 없으나 나같은 학생들에게는 무리가 있다. (뭐 이쪽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긴 한다. 하나은행 비바카드를 이용하거나, LG카드에서 우체국/우리은행 계좌로 체크카드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 등등...) 외국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튜토리얼이 제공되고, 한글 채팅도 지원하는 등 그쪽에서도 한국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한 것 같지만 역시 결제 시스템의 불리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뭔가 새로운 말림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또 노가다가 싫은 RPG 게임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이다. 아마 나도 앞으로 계속하게 될 듯싶다. (물론 학기 중에는 숙제와 플젝에 치여 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