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애자일 블로그에서 아주 중요하고, 또 재미있지만 심각한 글을 찾았다. 나는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그 일을 찾을 때 쓸 수 있는 질문들이다. 질문 자체에 대한 설명은 원글을 참고하기 바라며, 나는 내 경우에 비추어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이런 류의 일이라면 책 읽기, 피아노 치기 및 공연 관람하기, 그림 그리기, 내가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정도. 동아리 프로젝트 같은 거 가끔씩 만지다보면 스스로 말려버릴 때가..;;
대학에 와서 전산 전공을 하면서, 또 흔히들 말하는 '한국 IT 업계의 현실' 뭐 이런 것들 때문에 프로그래밍에 대해 회의를 가져보기도 힘들어해보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의 체계를 실체화하고 그것을 정보라는 형태로 가공하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원래부터 내가 게임을 할 때마다 꼭 맵에디터가 있는 게임만 했듯 실제 프로그램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내 맘대로 뭔가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맘에 들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은 기본적으로 좋아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림 그리기나 피아노 치기는 뭔가 하다가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 받을 때 하는 류의 일들이다. 둘 다 아주 프로페셔널한 레벨을 스스로 원하는 건 아니고 다만 내 스스로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정도만 하고 있다.
대학에 와서 추가된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람 만나기일 것이다. 아직은 내가 사람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을 파악해가는 것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지적 활동이다. 좋게 유지된 케이스도, 안 좋게 끝난 케이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글쎄, 프로그래밍의 경우는 대학의 전산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우열을 못 가리겠다. 하지만 내 스스로 판단하건대 중학교 때 별도 교육 없이 정보올림피아드에서 혼자 수상했던 점, 알고리즘 풀이 경험이 적음에도 구글 면접 때 차분하게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어렸을 때부터 경시대회 등으로 단련된 아이들과는 다르게 빨리 적응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볼 때 나는 알고리즘이나 이론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보다 사용자와 관련된 부분, 시스템적으로 바라보고 작업하는 부분에 강한 것 같다.
이 외에도 중학교 때 어떠한 선행학습이나 학원·과외 없이 1년 만에 시험 시스템에 적응하여 전교 1등을 해봤던 것이나 과학고 입시를 단 3개월 벼락치기로 통과했던 일 등은 '공부'라는 것에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때의 공부가 어떤 형태였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자료를 읽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다. 참고로 초등학교 때는 공부라는 건 전혀 신경써본 적 없고 하루에 4시간씩 컴퓨터 게임만 하고 지낸 적도 있다. 근데 그 '나만의 언어로'라는 부분이 대학에 와서는 간혹 문제가 되기도 해서,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들은 굉장히 낮은 성적을 받기도 한다. (아직까지 이게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NP 문제의 증명과 같은 걸 들 수 있겠다. 아, 알고리즘이랑 오토마타 언제 재수강하지-_-)
그림의 경우 어렸을 때 우연히(?) 강남구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입상한 것 말고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냥 나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어쩌다가 한 번씩 표현해보는 정도. 피아노는 어렸을 때 연습하라는 분량 다 안 하고 피아노 선생님 속여가면서(...) 한 것 치고는 진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사실 몇 년 먼저 배운 형이 치는 곡들을 따라서 쳐본 적도 있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피아노 선생님이 콩쿨에 나가보라는 제의도 하셨었다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지금은 그냥저냥 아마추어 수준으로 치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카이스트에는 나보다 잘 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 orz; (리스트의 초절기교 같은 거 치는 사람 보면 좀 좌절스럽다)
한편 작곡의 경우 제대로 공부하지도, 배우지도 않았지만 피아노를 쳐온 경험으로 중학교 2~3학년 때 조금 시도를 했었는데, 중고등학교 음악선생님들한테 큰 칭찬을 들었던 적이 있다.
'해먹고 산다'가 성립하려면 이 질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글쎄, 일단은 프로그래밍을 두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자체도 굉장히 넓은 능력을 커버하기 때문에--시스템 수준의 분석에서부터 어셈블리 native speaking까지--또한 내가 가진 다른 방면의 능력들--특히 예술적인 면--을 활용하고 싶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석사 이후 어떤 분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는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일해보고 싶다' 정도인데, 몇 년 전 생긴 문화기술대학원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그냥 전산 석사하고 이쪽 커리어를 쌓으면서 취미로 할까 하는 생각도 있고, 아니면 전산을 베이스로 생물정보학이나 로봇공학 쪽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아무튼 고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