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저번 겨울 방학 후반부터 시작한 2006년 SPARCS 프로젝트인 OCO(Open Course-site Organizer)를 출품한 IT Festival이 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 열리고 끝났다. 아쉽게 상은 못 받았지만, 다른 학교의 IT 동아리들은 어떤 수준에서 어떤 아이디어로 개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 서울대 UPnL 작품도 나왔는데 거기서 stania 님도 볼 수 있었다;;)
초반 개발을 거의 내가 하고, 그 코드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이 작업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게 아쉬웠다.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을 잘 못하거나 그런 건 아니나 웹프로그래밍과 XML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단시간에 그걸 응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아주 잘 하는 건 아니었고, 삽질하면서 배우고 있다. -_-) 아무래도 소프트웨어인데다 웹프로그래밍이라 겉으로 뭔가 만들었다고 보여주지 못하는 게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못 받은 부분이 된 것 같다. 그리고 OCO 프로젝트의 의도인 "과목 정보 공개" 자체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보이시는 심사위원(교수)도 있었다. (물론 우리도 기획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고 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해주긴 했다)
최고상인 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은 인하대 로보트연구회의 Mementory 작품의 경우, 역시 기술적으로 아주 뛰어난 건 없었지만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그 아이디어와 취지가 좋았다. (그 작품을 봤을 때 딱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최고상을 받더라.) 온도, 압력, GPS, 소형카메라, 맥박수 등을 재는 센서가 달린 작은 기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USB 메모리에 그 정보를 일정 주기로 계속 기록하고 나중에 PC에서 읽어들여 personal memory 형태로 저장/관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외의 다른 동아리들은 주로 메신저, 보안 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는데 그다지 아이디어의 뛰어남 등은 보이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도 대동소이한 듯 싶었다. (개발 언어가 다르다거나 그런 차이랄까..) 내가 MR이기 때문에 더 유심히 지켜본 Mirage에서는 블루투스의 신호 강도를 이용해 전시장 등에서 특정 위치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그 부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거나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기술적인 시도는 좋았지만 아이디어는 이미 상용화까지 이루어진 부분이라 점수를 못 받은 것 같다.
뭐, 전시 내용은 괜찮았는데 주최 측에게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먼저, 첫째 날 경품 추첨에서 내가 넣은 표가 무려 PMP에 당첨이 되었는데, 당첨자 발표 당시 최소 1명씩은 부스를 지키고 있으라고 하는 말에 나와 몇몇이 남아 있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상품을 못 받았다. 그래서 동아리 선배들이 그쪽에 항의했으나 본인이 없었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르고 부스를 지키고 있다가 나중에 얘기해줘서 알았기 때문에 달리 대처할 수가 없었다. 이미 재추첨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품이 넘어간 후였다.)
사전에 본인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부스를 지키는 인원에 대한 별도의 안내·조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추첨 카드에는 연락처만 적게 되어 있었다) 이는 주최측의 잘못이다.
두 번째로, 골든벨 이벤트에서 예선 문제가 작년 출품 동아리의 작품이나 참가 인원수 등을 묻는, 사실 상 random한 인원을 뽑는 문제였다는 점과, 일부 문제에서 보다 정확한 검증을 거치지 않아 오답이 있었다는 점이다. 도우미 자원봉사자들이 네이버 백과사전(..)을 뒤져서 문제를 냈는데, 바로 XML과 XHTML을 구분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XML에 대해서 "인터넷 웹을 구성하는 HTML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인터넷 언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XML은 "인터넷 언어"가 아니다. W3C의 XML 표준문서 첫머리를 인용하면,
Extensible Markup Language (XML) is a simple, very flexible text format derived from SGML (ISO 8879). Originally designed to meet the challenges of large-scale electronic publishing, XML is also playing an increasingly important role in the exchange of a wide variety of data on the Web and elsewhere.
라고 하고 있다. 원래는 대형 전자 출판용으로 설계된 언어였으나, 사용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웹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XML의 문법 구조를 지키면서 HTML을 개선한 "차세대 인터넷 언어"는 XHTML이다. 역시 W3C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The Extensible HyperText Markup Language (XHTML™) is a family of current and future document types and modules that reproduce, subset, and extend HTML, reformulated in XML. XHTML Family document types are all XML-based, and ultimately are designed to work in conjunction with XML-based user agents. XHTML is the successor of HTML, and a series of specifications has been developed for XHTML.
이것은 명백히 네이버 백과사전의 오류이며,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주최측에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 (사실 도우미들이 XHTML에서 들어본 적이 있기라도 했다면 아마 쉽게 잘못을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 문제가 지나간 다음 나와 배터리(친구 nick)는 사회자를 불러서 정정을 요구했지만 행사 진행 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나와 그 친구는 이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고 관전하고 있었다) 그때 떨어진 사람 중에 XHTML을 답으로 적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1등상을 주든지, 나중에라도 원래 정답을 이야기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묵살(?)되었다.
그래도 "삼성"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인데, 앞으로는 좀 더 진행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3회 정도 되었으면 슬슬 공신력도 어느 정도 생길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다.
어쨌든, 대학교 IT 동아리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는 점은 좋다. 다음 번 IT Festival은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매끄러운 진행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