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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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어차피 감상문을 레포트로 내야 하기도 하고-_-, 레포트가 아니더라도 연주회를 본 다음에는 항상 블로그에 감상문을 쓰기 때문에 글슬 남긴다.

실내악 앙상블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진보라 씨의 공연은 오후 8시를 좀 넘겨서 시작되었다. 10분 전쯤 도착해서 실내악 앙상블 출석체크-_-를 하고 교수님과 인사한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시작할 때쯤 되니 제법 많아졌다.

실내악 앙상블 교수님의 부탁으로 특별출연(?)하게 된 어은동 지역 초등학생들이 리코더 연습을 간단히 하고, 드디어 진보라가 나와서 인사했다. 동갑이라는 게 잘 믿겨지지 않았는데(그녀는 87년 11월생이고 나는 5월생이다), 아무튼 목소리도 이쁘고 외모도 아름다웠다.

곡 편성은 주로 편곡·자작곡들이었다. 그녀의 말로는 일상에서 보는 것들을 바탕으로 곡의 영감을 얻는다고 했고,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보고 쓴 『사막의 폭풍』, 카트리나로 피해를 당한 뉴올리언즈를 보고 썼다는 『You're my best friend, New Orleans』 등의 곡도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곡은 『KAIST, and THE White Piano Story』라는 곡이었는데, 미리 쓴 곡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직접 즉흥 연주를 하였다.

일단 그녀의 연주를 보면 그녀가 피아노 하나는 기똥차게 잘 다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음 하나하나가 틀리는 일 없이 거의 완벽했다. 재즈의 특성 때문인지 어떤 phrase별로 dynamic이 결정되기보다는, 음 하나하나의 dynamic이 모두 달랐고 그 대비도 아주 심했다. 특히 4박자 계열에서 1, 3박자에 강세가 들어가지 않고, 2, 4박자에 강세가 들어갔으며 이것이 뭔가 앞으로 당겨내는 듯한 느낌을 준 것 같다.

그러나, 즉흥 연주를 했던 곡이나 처음의 민요를 편곡한 것 말고는 감정 표현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웠다. 사실 나는 재즈를 별로 즐기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 이유가 확실히 적용되었다. 클래식 곡이든 뉴에이지 곡이든, 팝송이든 가요든 간에 대충 들으면 음 노트 하나하나가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막연하게라도 감이 잡히고, 이것이 모여 그 곡에 대한 감정을 이루어내는데, 재즈는 뭔가 화려한 테크닉으로 굉장히 많은 노트가 존재함에도 곡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이며, 내가 재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녀 나름대로는 아주 극명한 강약 조절과 깔끔하고도 화려한 즉흥 연주(애드립), 큰 동작의 퍼포먼스 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마음에 와닿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그런 맛은 별로 없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싸인을 받았다. (줄서서 받을 정도로 꽤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사진도 찍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 관계로(OTL) 그러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미모는 상당한 것 같다. 내가 동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더니 웃더라. -_-;;

덧/ 이 공연을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KAIST 노천극장 문화행사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개원한 문화기술(Cultural Technology)대학원의 공연기확과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번엔 처음이라 그런지 진행 상에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앞으로 열릴 공연도 기대할 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