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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아주 화창한 하늘
오늘은 산에 가지 말고 도로 라이딩을 하기로 하고 탄천으로 출발. 이제 탄천쯤이야~ -_-; 한강까지 갈 심산으로 출발했으나 아버지께서 주중에 술을 많이 드신 탓인지 힘들어하셔서 분당을 벗어나는 기점이 되는 곳까지(왕복 35 km 정도) 갔다왔다. 어차피 월요일에 휴가를 가게 되면 또 실컷 탈 테니까.
반경 1 km 안에 1분에 번개가 서너 번씩은 치던 사나운 소나기가 지나간 뒤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탄천 주변에 나와 쉬고 있었다.
한가롭게 탄천에서 쉬고 운동하는 사람들
최근 급속히 개발되어 파크뷰, 판테온 등의 주상복합 건물이 늘어선 곳 사이로 오면서 하늘을 찍어봤는데 그렇게 색이 푸를 수가 없었다. 보통 도시에선 하늘 가장자리로 갈수록 뿌옇게 되어 예쁜 하늘색을 볼 기회가 적은데 공기에 먼지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투명했다.
풍덕천 다리 위에서 바라본 석양
그러다가 수지에 들어오니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아주 환상적이었다. 노란색과 청회색의 오묘한 그라데이션을 바탕으로 점점이 찍어놓은 듯한 밝은 구름 조각들. 마치 수채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 사이의 풍덕천 위 다리에서 해지는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이 사진은 바탕화면 용으로나 사진으로서나 손색이 없다. 나는 흔히 생각하는 가을 어느 날 저녁의 노을보다는 여름날의 노을을 더 좋아한다. 풍성하면서도 해가 길어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가 떴다! 어렸을 적엔 자주 봤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별로 보지 못했던, 하늘에 나타났더라도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무지개였다. 아주 선명하진 않았지만 해가 지는 그 반대 방향으로, 사람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없이 구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그림을 그려놓았던 것이다.
비오고 난 후에 짙어지는 그 초록빛과 사물들의 선명함은 요란하던 천둥 번개가 남기고 간 선물이다. 뉴스를 보니 오늘 시계 거리가 20 km (평소엔 10 km 내외)였다고 하니 어디 높은 빌딩이나 산 꼭대기라도 올라갔으면 아마 서해도 보였을 것이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맑은 날을 볼 수 있을까.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