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요즘 들어서 점점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사람들 사이의 다툼이라는 것이 실은 언어가 가진 불완전성과, 논리적 이해와 설득을 가려버리는 감정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사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나 순간 잘못 사용된 단어 하나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감정이 이성을 덮어버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옳은 논리의 말로 설명을 해도 먹히지 않게 된다. (심지어 듣는 사람이 그것이 옳다는 걸 알고 있어도 말이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는 일이겠지만, 우리 부모님도 가끔 사소한 것으로 크게 싸우시는 경우가 있다. 예전엔 막 끼어들어서 말려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형과 내가 대학생, 곧 어느 정도 성인이라고 인정 받을 만한 나이가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생겨났다. 실은 부모님을 위해서 하는 소리이나, 그러한 의도를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 있어 감정을 쉽게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예 그러한 종류의 말을 할 생각을 못했지만, 나름대로 컸다고 그런 소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듣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북하게, 건방지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논리적인 설명을 하면서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예절을 지키는 것의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어느 한 쪽이 더 잘나고 논리적이라고 해도, 사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상, 텔레파시를 쓸 수 있다면 모를까,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온전히 똑같이 받아들인 상태로 말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서로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감정의 불화가 싹트는 지점이 바로 여기서부터인 것이다. 가끔 말다툼 중에 그 시작의 본질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감정을 그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는 반응들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개개인의 차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결국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살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자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분들도 사람이고 불완전하기에 항상 이치에 합당한 행동만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천천히 깨닫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가정을 통해서 인간 관계를 단련하고 사회성을 키워나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족들이 다 열혈 기질이 있어서 한 번 싸우면 크게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내 개인적으로 우리집은 정말로 행복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고,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각자가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거나 잘 살펴보면 이런 집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분명히, 크고 작은 다툼은 나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이 끝날 때까지 가정에서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든 계속 반복될 것이다. 내가 이담에 결혼 생활을 할 때 아내나 자식과 똑같이 싸우지 말란 법이 어딨는가 말이다. 하지만 가정의 틀 안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미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어 온 가정 붕괴가 이런 점에서 사회에 끼치는 손해는 막심할 것이다.
어쨌든 완전한 인간 관계라는 것에 다가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쁨과 슬픔과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