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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20분, CS101 마지막 숙제 코딩이 끝났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10분만에 날아서 5시 반에 하는 궁동 성당 미사를 가야지하고 기숙사 문을 나선 순간, 아뿔싸! -_- 눈이 온 도로가 꽁꽁 얼어있었던 것이다. -_- 결국 미사에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성당까지 거리가 꽤 되는 데다 도로 표면이 미끌미끌해서 일부는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아무튼 늦게나마 미사를 보러 가서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옆에 앉으시길래 같이 미사를 보는데, 미사 순서를 하나도 모르시는 거였다. 그래서 예비 신자 분인가 하고 성가책도 같이 보고 그랬는데, 미사 끝나고 여쭤보니 유아 세례는 받았으나 지금까지 성당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당 사무실 가서 예비신자 교리 같은 거 알아보라고 말씀드리고 매일미사랑 주보에 대해서도 알려드렸다. (미사 예절 순서 같은 걸 하나도 모르셨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그 아주머니한테 고맙다는 말을 듣고서 성당을 나오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 전에도 성당에서 두어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Stewart 물리 수업을 듣는 분이었다. -_-;;; 그래서 조심스레 물어보니 나를 알아보았는지 맞다고 얘기하셨다. 마침 그분도 자전거를 안 타고 왔길래 같이 기숙사 앞까지 걸어오면서 얘기를 했는데, 산공과 03학번이라고 한다. 때가 기말고사 기간이니만큼 시험 이야기와 한 학기 동안 지낸 얘기를 주로 했는데 그분은 이번에 전공과목 6개 + 재수강으로 스튜어트 일반물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조합은 아무리 용기 있어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했다 -_-)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실내악 앙상블 얘기를 했는데 그분도 알고보니 음악 쪽에 꽤 관심이 많았고 피아노도 치시는 모양이었다. 1학년 때 합창 수업을 들었다가 망했다고 하시면서 실내악 앙상블 얘기를 자세히 하니까 피아노도 할 수 있는 거였냐며 자기도 꼭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근데 이미 예술학특강 3과목을 다 들어버렸다고 한다;;)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보고 Java 할 줄 알아서 좋겠다며 내년에 산공과 DS를 들으니 그때 모르는게 있으면 물어보겠다고 했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 또 간만에 눈길(...)을 걸으며 산책(?)도 하고, 새로운 신자분도 안내해드리고, 또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_-; 나름대로 말하자면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해야 될까. 확실히 기숙사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는 바깥 공기도 쐬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성당 다녀오는 게 좋긴 좋은 것 같다. (나름대로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