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ven Life 12
Daybreakin Things
오랜만에 써보는 근황 포스팅. (역시 시험기간이니까... ㅋㅋㅋ)
중간고사 시험은 금요일에 컴퓨터 윤리와 사회문제 하나밖에 없다. 60문제(!)쯤 낸다고 하시는데 PPT 빈칸 채우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살짝... 원래 오픈북이었다는데 이번엔 그런 얘기도 없다.
정작 알고리즘은 못 짜고 MS Robotics Developer Studio로 시뮬레이션 세팅하느라 일주일을 넘게 삽질했던 확률로보틱스 수업은 원래 중간고사가 있는데 안 보기로 했고(역시 특강의 위력), 분산처리특강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라는 뜻에서 중간고사를 안 보고 있지만 역시 그런다고 프로젝트를 미리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_-;
작곡 수업은 일찌감치 중간고사 대체로 바흐의 Prelude 1 in C Major를 기본 화성 구조로 출발해 멜로디와 반주를 만들어 붙인 후 이를 다시 편곡해서 발표하는 식으로 현재는 쉬는 상태.
두 곳의 회사(한 곳은 아주 큰 곳, 한 곳은 작은 곳?)에서 상당히 빠방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당분간 동아리 운영에 재정이나 기계 모자랄 걱정은 없을 듯. 후배들이 이런 좋은 환경에서 잘 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제발 아라 디자인 시안하고 맞추는 작업 좀...ㅠㅠ)
최근에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그분이 연극을 보자고 하셔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뒷편에 있는 알과핵 소극장에서 쉬어매드니스라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 내용은 대충 미용실을 배경으로, 미용실의 2층에 사는 어떤 반쯤 미친 유명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살해되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것이다. 특히 관객이 직접 배우들과 대화하며 추리하고 관객의 투표로 범인이 선택되면 그에 맞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 전혀 엉뚱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고, 모든 경우를 다 고려해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하니 조금만 어설퍼도 확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데 배우들이 이를 매우 잘 처리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태어나서 연극은 처음 본 건데,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물론 악을 쓰며 서로 소리치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연극 배우들 특유의 끼와 에너지 발산을 함께 흡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분과 11월 말에는 장기하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이것도 어떨지 기대된다.
사실 지금 나한테는 시험 하나 잘 보는 것보다 졸업요건을 채우는 게 급하므로, 시험이 하나밖에 없는 황금 시험기간을 맞이하여(...) 그간 회사 다니느라 못했던 봉사활동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있다;; 장소는 예전 룸메 녀석이 알려준 유성도서관. 주로 하는 일은 서가에 순서나 분류가 잘못 꽂혀있는 책들을 찾아 정리하는 것인데 사서 분들도 친절하시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중간중간 맘에 드는 책 있으면 뽑아서 막 말리다가 다시 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본 책으로는 세벌식 자판을 개발한 공병우 박사님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와 얼마 전 영화로 나왔었으나 평이 별로 안 좋아 원작이 궁금했던 '일본침몰', NHK에서 나온 다큐멘터리 책 시리즈를 번역한 것 중 현수교의 역사와 기술적 도전에 관한 것, NASA의 우주개발 역사에 관한 책, 폼페이를 발굴하는 과정과 폼페이를 통해 본 고대 로마의 건축 및 생활사를 그린 책 등이다. 각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쫙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주요 부분들은 다 챙겨보았다.
서가를 정리하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것은,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분류한 것은 좋았는데 컴퓨터·전산학 관련 책들을 위한 분류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000 번호의 '총류'로 분류되어 있고, 이상하게도 데이터구조론과 데이터베이스론이라는 보기에도 지루하게 생긴(...) 두꺼운 책 2권만 전기공학 쪽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기술·공학과 자연과학의 분류가 따로 되어 있는데 전산학에 관한 것과 컴퓨터공학에 관한 것을 잘 나누었으면 좋겠다. 십진분류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분류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건, 컴퓨터 상의 정보는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태그를 붙여서 다중 카테고리 형식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도서관의 책은 물리적으로 한 지점에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단일 카테고리만 가능하다는 것. (물론 전자 검색은 태그 방식으로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물리적 제약 하에서 날로 다양해지는 책들의 내용을 어떻게 잘 분류해낼 것인가도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일 것 같다. (간혹 '인터넷 아트'라는 책이 건강정보 쪽에 분류되어있다든지 하는 실수 정도가 아니라...ㅋㅋ)
그래서 결론은 그 예전 룸메 녀석과 디스트릭트9이라는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 내일 볼까 했으나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모레나 주말로 미루어질 듯. 슬슬 프로젝트들을 시작해야 할 텐데... (먼산)
3년 전 E6600 듀얼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데스크탑을 구입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쓰고 대학원 갈 때 한번쯤 더 업글해야겠다는 잠정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것이 실현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i7 860 (2.8GHz) CPU와 해당하는 LGA1156 소켓 P55 칩셋 메인보드이고 무엇보다 가장 큰 지름은 256G SSD였다. 원래는 SSD를 60~80G 정도 짜리를 사서 운영체제와 프로그램만 올릴 생각이었는데, 학내 커뮤니티인 아라에 시가 80만원짜리 삼성 신제품 SSD를 5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있어 덥썩 물었다;;; (판매자 만나서 물어보니 경품으로 받았는데 쓸 일이 없단다-_-;
SSD 받아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사용시간 제로. +_+
)
CPU와 SSD를 크게 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카드와 하드디스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예전 껄 그대로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 데스크탑의 경우 메인보드에 내장그래픽이 없기 때문에 4만원 정도 하는 저가형 그래픽카드를 하나 사다 꽂아놓았고 잘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한 후 잠재워둔 상태. 이번 지름의 총합은 약 130만원 정도. 초등학교 때 펜티엄1 150MHz + RAM 32MB 짜리 삼성컴퓨터를 274만원 정도 주고 샀던 걸 기억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내가 쓰는 프로그램 중 가장 고사양을 요구하는 슈프림커맨더를 돌려보았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부드럽게 돌아갔다. 하지만 CPU를 다 못 쓰고 4개의 코어 중 2개에서만 50~60% 정도를 왔다갔다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슈프림커맨더가 멀티코어에 최적화되었다고는 하지만 i7의 모든 성능을 끌어낼 만큼 concurrency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시 parallel programming은 어렵다) i7 오버클럭에 GTX280을 붙여도 풀옵 풀해상도에서 40프레임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슈프림커맨더를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돌리듯 가지고 놀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
SSD의 성능이 특히 발군이었는데,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아이콘을 누른 마우스 버튼에서 손을 미처 떼기도 전에 로딩이 끝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MS Office, Visual Studio 등) 디스크에서 읽는 것보다 CPU를 더 많이 쓰는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역시 컴퓨터 성능의 병목지점은 바로 디스크 I/O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튼, 이런 쌔끈한 컴퓨터에 설치한 운영체제는 Windows 7. 아직 소매용으로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곧 Enterprise 라이선스가 나올 것이기도 하고 이미 정품과 동일한 이미지 자체는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에 한 후배를 통해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드는 방식으로 설치하였다. 윈도 자체 설치에 불과 20분도 안 걸렸다. (아직 인증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 중)
Vista 64bit 버전을 2년 가까이 써왔던 사람으로서, Windows 7 64bit 버전은 정말 놀라우리만큼 많은 최적화가 이루어졌음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컴퓨터 사양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업글 직전 5일 정도 이미 세븐을 기존 데스크탑에서 돌려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특히 3D 에어로 효과를 관장하는 Desktop Window Manager의 최적화가 많이 이루어져 UI 반응 속도도 빨라지고 DWM 자체가 소모하는 메모리나 CPU가 매우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심지어 게임을 실행할 때도 에어로가 꺼지지 않는다!)
속도나 성능 최적화 외에 기술적인 면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사람들은 Vista와 UI가 거의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Windows 7의 진정한 변화는 바로 UI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라이브러리'의 도입이다.
Vista에서 '내 문서' 폴더를 임의의 다른 디스크에 두려고 하다가 꼬이는 바람에 탐색기의 사이드바 즐겨찾기에 '내 문서' 폴더가 2개나 생겨서 없애지도 못하고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개념 자체를 바꿔서 시스템이 사용자 디렉토리에 제공하는 기본 디렉토리들은 그대로 두고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른 디렉토리를 해당 라이브러리에 추가하여 쓸 수 있게 하였다. 윈도 사용자 대부분이 운영체제/프로그램 설치용 파티션과 자신의 개인 데이터용 파티션을 구분해 사용하는 패턴을 드디어 UI에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API를 추가함으로써 작업표시줄의 아이콘에 진행상황을 초록색 배경색이 점점 차오르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든지 하는 세세하지만 user experience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개선 사항들이 있었다.
학교의 Windows 7 정식 라이선스가 제발 빨리 나오고 DreamSpark에도 제발 빨리 등록해주길 바라며, 세상은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