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공연. 오늘(7월 1일) 예술의 전당에서 조지윈스턴의 콘서트를 보고왔다.
원래 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저번 주에 종강하고 집에 오니 갑자기 가족끼리 조지윈스턴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면서 나보고 예매(...)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워낙 늦게 예매한데다 온가족이 가기 때문에 비싼 좌석을 고를 수가 없어 B석인 3층 BOX석을 골라 2석씩 나누어 앉게 되었다.
가족들의 전체적인 평은, 유키구라모토가 동양화처럼 명상적이고 투명한 음악을 구사한다면 조지윈스턴은 서양화처럼 좀더 감정적이고 밀고 당기는 듯한 음악을 구사한다는 것. 뭐 나도 동의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가 클래식 기타와 하모니카도 수준급으로 분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타곡을 확실히 미국 민요 스타일이 묻어났고, 하모니카도 꽤나 수준급으로 잘 불었다. 물론 피아노는 말할 것도 없었고.
조지윈스턴이 입장하기 직전의 무대
전체적으로 여름을 주제로 한 곡들(이번에 내는 앨범이 그의 사계 시리즈 완성으로 여름을 주제로 한다고 함)로 구성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저음 울림을 강조하고 있었다. 캐논 변주곡도 연주했는데 역시 애드립과 함께 저음을 상당히 강하게, 그러나 깔끔하게 주고 있었다. 왼손으로 화음을 깔면서 오른손으로 멜로디와 저음부 근음을 강하게 터치하는 기교를 거의 완벽하게 처리했고, 눈을 감고 들었음에도 별다른 실수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있었다 하더라도 애드립인 것처럼 넘겼으리라.)
클래식 곡들과는 다르게, 재즈 스타일의 크로스오버 곡들인지라 박자가 매우 자유로웠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박자 대신, 기분 내키는 대로 음을 울려놓고 기다린다든가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한 실내악 앙상블 연습 때 어쿠스틱 기타 파트너 형이 했던 슬라이딩 주법도 피아노로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딱 두 개의 음을 그렇게 처리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궁금했다) 다만 옥의 티라면 페달을 밟고 음을 자유롭게 울리게 두면서 fade-out할 때 음정이 살짝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이것은 피아노의 문제였던 것 같은데, intermission 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잠시 손을 본 듯하다. (그때 바깥에 나갔다왔기 때문에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간만에 본 좋은 공연이었고, 이러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공연을 처음 가본 형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자기도 피아노로 몇몇 곡을 꼭 쳐보고 싶다고 한다) 가끔씩은 좀더 신경써서 이런 공연들도 챙겨서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