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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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툴즈 오픈하우스 때부터 태터캠프는 스웨덴 있을 때 한번인가 빼고 계속 스태프로 참여했는데(Needlworks니까 당연히 스태프-_-) 이번 태터캠프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준비를 안 했으면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인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대전에서 사전미팅을 했으니 나한텐 부담이 덜했기도 하고(...) 행사 준비 관련해서 다음·구글과 협의하는 건 재필님이 주로 수고해주셨으니 내 입장에서만(?) 별로 한 일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ㅋㅋ

기존 태터캠프에서는 개발자트랙, 초보자트랙 등으로 세션을 나누거나 발표자 중심으로 세션을 나눴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BoF를 한 것은 처음이다. 얼마 전에 IBM DeveloperWorks 행사로 열린 개발자들의 수다에서 발표 세션 끝나고 BoF가 이어지면서 사람들과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맘에 들어 이번 태터캠프에도 그렇게 하자고 제의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여 서로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공유하는 것까지 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대신 후기들이 잘 정리하고 있으므로 괜찮을 듯. =3=3 사실은 발표자들을 일찍 모집해서 페차쿠차 형식을 써보려고 했지만 준비 기간이 부족하여 그건 다음으로(?!) 미루었다.

발표 내용은 어떻게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뽑아보았다.

  • 메타블로그 : 블로그 = 블로그 : 마이크로블로그
  • Bank vs. Banking & Blog vs. Blogging - 은행 자체는 합병되고 파생상품으로 형태가 바뀌어가지만 은행이 하는 근본적인 일에 대한 수요와 정의는 여전히 동일하다. 블로그도 그 형태는 변할지언정 블로깅이라는 행위의 본질은 계속될 것이다.
  • 사람들이 블로그를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정제되고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을 포함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 티스토리에서 지역태그 대충(?) 적어도 실제 장소와 잘 매치되게 하겠다1
  • 스킨 공개 구매 - 스킨디자이너 생태계 유지를 위한 투입
  • VA250 - 여러 채널을 통해 최적화된 광고 게재로, 블로그에 광고를 올리는 것 말고도 블로그를 광고할 수 있다.

뒷풀이에서 나왔던 얘기 중에 깔대기 이론(...)에 따른 연애 관련 이야기를 제외하고,

  • 태터캠프가 벌써 7회라니...
  • subversion 저장소를 mercurial로 이전할까요?
  • 2차로 갔던 세븐몽키즈 카페에 있던 윈도7(!)이 깔린 노트북이 감명깊었다(?) ;;;
  • 아이폰 빨리 나왔음 좋겠다 -> KT 사내 공지에 떴다는 떡밥(?)이 있더라 -> 근데 돈 없다 -> 나는 총알 장전 중

정도가 일단 기억이 난다. (더 적으려고 했던 게 있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글쓰다가 까먹었음 orz)

사실, BoF 주제가 워낙 없어서(...) 주제 목록의 절반은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 위치기반·모바일 서비스 쪽도 내가 제안한 주제였고 구글맵 플러그인을 만든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쪽에 참여했다.

특히 storyish.com이라는 서비스를 만드신 분이 내가 구글맵 플러그인을 통해 구현하려고 구상하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고 계셔서 재미있었다.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 관련 임베디드 개발하신다는 분한테는 웹브라우저 탑재하게 되면 꼭 Geolocation API 같은 공개 표준을 도입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다른 분들과는 모바일에 위치기반 서비스가 결합하면 어떤 것들이 가능해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통사들의 주도권 문제, 제도적 문제 등으로 아직 어려운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 2~3년 지나면 많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별도로 뒷풀이 때는 위치기반 서비스가 (텍스트큐브 입장에서) pain killer라기보다는 vitamin 같은 존재라서 핵심 주력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데리고 오신 부모님(!)이었다.;;; 부모님 두 분은 행사 끝까지 계셨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 학생은 끝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장차 프로그래머가 되어 구글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는 그 친구에게 진로 상담(...)을 부탁하셨다.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는데, 중학교 때는 학과공부에 소홀하지 않는 게 좋고 특히 영어와 수학에 대한 기초를 단단히 다져놓는게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IT 기업마다 인재를 뽑는 성향이 많이 다르며 구글은 면접 때 알고리즘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시대회 쪽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렸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하고 무엇이든지 억지로 시키려고 하지 않으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도 해드렸다.

Icebreaking 때 대학원에 계신 몇몇 분들이 교수님 몰래 온 것이라며 정체를 숨기는(...) 경우를 보았는데, 나도 내년에 대학원 가게 되면 저래야 될까 싶다. -_-;;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정말 100% 자신의 시간을 연구에만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뭐 대학원 특성상 교수님에게 많은 부분이 달려있으니 교수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 종속성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쨌든 사람들이 꽤 많았음에도 끝까지 지루하지 않았던 이번 icebreaking은 역대 태터캠프 중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번 태터캠프는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다. BoF가 잘 될지 상당히 긴장했었는데(원래는 각 주제마다 좌장을 정해서 진행시키려고도 했는데 어정쩡해서 그냥 했다-_-) 대충 다들 만족하신 분위기라서 다행이다.;; 다음 태터캠프 때는 api.textcube.org도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 듯.


  1. 이거 내가 api.textcube.org에 넣을 요량으로 만들다가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 때문에 반쯤 포기한 부분인데 티스토리가 대신 구현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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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비록 업무시간이었지만 인터넷 동영상 중계를 통해 티맥스 윈도(Tmax Window) 발표회를 지켜보았다. 오피스와 스카우터 부분은 사내 세미나 때문에 못 봤지만 다른 분들 얘기를 통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무엇이 되었건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하는 도전에 대해선 박수를 보낸다. (더군다나 Microsoft Windows 호환이라니.) 전산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또한 모의 학습용이긴 하지만 운영체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실제 구현해본 사람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방대한 일인지 잘 알기에 도전 자체는 정말 힘든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오피스와 웹브라우저인 스카우터의 경우 각각 오픈오피스와 웹킷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구글에서 크롬을 내놓을 때도, 애플에서 사파리를 내놓을 때도 웹킷을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 왔고 오픈오피스 기반의 스타오피스와 같은 상용 프로그램들도 자신들이 그러한 오픈소스를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선 떳떳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티맥스의 경우 별도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런 사실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정도이다.

사실 TNF 활동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때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TNF를 마치 회사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인 대상의 시연 행사에서 오픈소스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어떤 분들은 텍스트큐브 프로젝트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인식을 고려했을 때 대단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직 오픈소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연행사는 그렇다치더라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없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한편 지금 현재 티맥스윈도 자체의 완성도가 낮은 부분은 충분히 이해된다. 사람들은 마소도 맨날 최적화하느라 난리인데 지금 이 정도 가지고 뭐해먹겠냐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윈도우 API를 깊이있게 써봤거나 직접 운영체제 커널 프로그래밍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감격할 만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그만큼이라도 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정말 눈물이 앞을 다 가린다. 만에 하나, 윈도우 API/OS 클론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Wine이나 ReactOS와 관련된 라이선스 분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하드웨어 드라이버 문제는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모양이고 동시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지만, 티맥스가 뚝심있게 밀고 나간다면 차차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다만, 윤석찬 님이 블로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힘든 개발 과정에서 연구원들 일부가 이혼을 당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오히려 너무나 떳떳하고 애국심이 넘친 훌륭한 행동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한다. 마치 예전에 황우석이 월화수목금금금을 이야기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연구자, 기술자들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과 가정을 돌보고 싶은 욕구가 없겠는가? 그리고 그런 욕구를 억누르고 어떤 한 프로젝트에 애국심으로 무한 헌신하는 것이 과연 지금과 같은 다양성과 개방의 시대에 국수주의적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물론 본인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다면 그 사실 자체는 문제 없지만, 그것을 떠나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아직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논란과 티맥스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순수하게 개발자의 호기심으로 한번쯤은 써보고 싶다. 하지만... 정말 국산기술로 OS 보유한다는 것 말고 굳이 엄청난 투자를 해가며 운영체제를 만든 비즈니스적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