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 8
Daybreakin Things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유있게 준비한다고 하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화장실 신호(...) 때문에 다소 헐레벌떡 뛰어가야 했지만 어쨌든 면접은 무사히 보았다. 작년까지는 방 3개만 돌면 되었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방이 6개로 늘어나 압박이 좀 심하였다.;; 각 방마다 3~4명씩 지원자를 배정해놓고 한 방 끝나고 나오면 다음 방으로 릴레이처럼 쭉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4번방에서 시작했고, 아래는 그 순서대로 적어본 것이다.
오트프리트 교수님이 안 계셨기 때문인지 영어로 자기소개하거나 질의응답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 1~2분 내외의 간단한 자기소개만 요구하였다. 자대생이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주로 자기소개서에 있던 내용을 위주로 물어보셨고, NCSoft Winter of Code 참여한 것에 대해 물어보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처음이라 가장 긴장했지만 가장 널널(?)하게 면접본 방이었다. 문수복 교수님은 CCI:U 테스트베드 오픈행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미 나눠봤던 데다가 스팍스 지도교수님이기도 했고, 박종철 교수님은 지난 학기 자연언어처리특강 수업에서 이미 안면을 완전히 튼 상태였기 때문에 이 방은 사실상 인성면접이었다. (SE를 들었던 2007년 봄학기 성적이 왜 이렇게 낮은가라든지, KTH 과목에서 C를 받은 것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라든지 등등. 아 고놈의 SE..-_ -) 신인식 교수님은 특별히 기억나는 질문을 하진 않으셨던 것 같다.
간단히 자기소개하고 전공 질문이 이어졌다. parallel computation 쪽에 대한 것이었는데, 허재혁 교수님이 내가 hadoop 다뤄본 것에 대해서 알아보시곤 parallel computation 관련 질문을 하셨다. Parallel programming model 2가지(nothing-shared와 shared-memory)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셨는데, 긴장한 나머지 그냥 쉽게 대답하면 될 것을 MapReduce까지 섞는 바람에 좀 횡설수설했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끝난 듯.
여기는 학과장이신 최기선 교수님이 면접자들 얼굴 한번씩 보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추가된 방이라고 한다. 뭔가 물어보기보다는 그냥 얼굴 보고 이런 학생이 왔군~ 하는 분위기. '전산과를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변화시킬 건데 맘에 드나?' 이런 질문을 하셨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cloud computing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MPI와 MapReduce의 장단점 비교와 같은 비교적 예상했던 질문들이 나왔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말을 잘 정리해서 교수님이 원하는 답을 딱 하지 못해서(중간에 질문 의도를 잘못 이해했었다) 조금 버벅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cloud computing의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시길래 요즘 사장님이 한창 말씀하시던대로(...) 데이터 보안 문제라고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암호학 쪽으로 넘어가서(-_ -) private key와 public key를 이용한 암호화 통신에서 온라인 상태로 private key를 안전하게 전송하는 방법이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orz; (수업 시간에 배운 적도 없고, 딱히 관심 분야도 아닌데...-_-) 나중에 면접 끝나고 찾아보니 디피헬만 어쩌구 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일단 여기서는 급하게라도 대답을 해야 했으므로 양자암호(...) 같은 걸로 레이어링을 한번 더 하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그래도 SSL의 동작 방식이나 인터넷 뱅킹의 공인인증서 체계와 같이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나마 좀 다행이다.
가장 떨렸던 방인데 가장 싱겁게(?) 끝난 방. 사실 6번방 다음에 1번방부터 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기자가 너무 밀려서 2번방에 먼저 들어갔다 나온 것이다. (가장 많을 때 대기자가 11명인가 그랬다.) 한 사람당 30~40분 가까이 면접이 진행되었는데--들리는 얘기로는 확률통계·미적분부터 DB와 알고리즘 등 엄청 빡세게 '모르겠어요'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물어봤다고 하고, 나오는 사람들마다 다들 표정이 상당히 안 좋았다--내 바로 앞 사람 차례에서 학과사무실 직원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씀드리고 나오니까 갑자기 후딱후딱 끝나는 방이 되었다.;; 덕분에 질문은 정진완 교수님의 DB 정규화를 왜 하는가 하나만 나오고 신성용 교수님은 '그래, 앞으로 열심히 해' 말씀하시고 끝. -_-;;;
조성호 교수님이 2분 동안 자기소개하라고 하셔서 조금 길게 했는데(다른 방은 다 1분이었음), 중간에 갑자기 말을 자르시더니(...) 'KTH 교환학생 성적 C를 B0 정도로 해도 포함시키면 평점 좀 내려가겠지?' 이러면서 살살 약올리시더니(?) 그동안 나왔던 질문 중에 가장 대답 못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위에서 나왔던 private key 통신 문제 설명드리고 어떻게 대답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니까 '이 학생은 그거 관심분야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물어보셨을까' 한 마디 하시고는 대충 넘어갔다. 맹승렬 교수님도 뭔가 질문하셨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무사히 끝난 것 같다. 다 좋은데 비오고 엄청 습한 상태에서 정장 입고 돌아다니까 더워 죽을 뻔했다.
ps. 혹시 기출문제 검색하다가 이 글을 발견하신 분들은, 어차피 개인별로 자기소개서나 경력 등에 따라 매우 상이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단순히 기출문제로 참고하기보다는 관심분야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질문이 나오겠구나 하는 참고 자료 정도로 보기 바란다.
혹시 이 블로그를 자주 보던 분들 중에 '이성'이라는 제목을 보고 理性을 생각했다면 이번엔 예상이 틀렸다. 이번 글의 주제는 異性--내가 남자인 고로 여성--이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잘 알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냥 알고 지내는 여성 친구들은 있었어도 '여자친구' 또는 '애인'이라 할 만한 사이의 관계를 가져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한 번 정도 그렇게 가까이 지내본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그땐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건 생각조차 못할 때였으니 넘어가자.
한때는 내 자신의 생활이 너무 바쁜 나머지, '내가 과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내가 정말 내 시간을 사랑하는 만큼 써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졸업할 때가 되어 당장의 학업보다 나 자신에 대해 좀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고,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만 경험해봤던 내가 더욱더 성숙하고 (평소 원하던 대로)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선 연애라는 복잡미묘한 인간관계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뭐, 말은 거창하게 했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나도 연애 좀 해보고 싶다'... 정도랄까? ㅋㅋㅋ
어떤 사람들은(특히 가까운 선배님들) 연애 꼭 해봐야 한다면서, 가만히 기다린다고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고 강력히 역설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어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대전의 카이스트, 그것도 전산과라는 환경에서 "평소에 자연스럽게" 이성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녀야 하는 노력은 좀 필요할 것 같다. 다만 내가 평소에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스타일을 받아주거나 나를 중화시켜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연애할 때 '상대방을 고치려들면 안 된다'라든지, '데이트 코스는 남자가 미리 잘 계획을 짜두는 것이 좋다'라든지, '이야기의 주제보다 재밌었다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든지 하는 연애 수칙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유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최고의 답변은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T_T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여자들한테 말 걸거나 함께 있는 것을 특별히 쑥스러워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뭐 이것도 내가 진짜 맘에 들어 고백하고 싶은 여성을 만난다면 어찌 될른지는...;
어디 좋은 여성분 없나요? ㅎㅎ
* * *
여기부턴 조금 다른 관점에서의 이성 이야기다.
아무래도 카이스트와 같은 환경에 있다보니, 남자들끼리만 식사 모임이나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안 사실은 내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너무?) 순수하게 살아왔다는 점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성 독자분들이 있다면 거슬리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쓰기 위한 것이니 양해해주기 바란다.)
아니, 야동(야한 동영상)을 안 보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었나? ...
어떤 후배는 농담(?)으로 '그래서 형이 슈퍼개발자가 된 거에요'라고도 하던데, 나는 남자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야동을 많이 보는 줄은 정말 몰랐다.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비슷하게 내가 별종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
사람이기에, 동물이기에 가지는 당연한 성욕. 이거 나도 없을 리 없다.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틀 때문에 표현을 잘 안해온 것도 있지만, 내 개인 일상사나 다른 고민하기에도 충분히 바빠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끌리는 마음이 생기고, 말 걸어본다거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고, 뭐 좀더 나간다면(...) 육체적으로 교감해보고 싶고... 남자라면 누구나 당연한 것 아닐까? 물론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에게 이를 표현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떤 친구는 '꿀벅지'라는 말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도, 여성 쪽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비슷한 느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여자가 아니기에 남자와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 다르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실제로 성관계를 갖기까지는 문화적 여건에 따라 굉장히 다른 과정을 거친다. 내가 스웨덴 있을 적에 일본 여학생과 연애 중이던 스웨덴 남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상대 여자가 맘에 들면 그날밤 바로 섹스해보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나한테 되려 반문하기도 했었다. "why not?"이란 말이 그때 각인되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좀더 서로를 잘 알게 된 다음에(혹은 신뢰하게 된 다음에) 성관계를 갖는 것 같고, 서양 문화권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언제나 예외는 있게 마련.)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서는 굉장히 다른 것 같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똑같은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성욕이라는 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러운 욕구라면, 왜 여러 문화에서 이를 금기시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가 사랑이지만, 왜 섹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가?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사춘기에 왜 우리는 섹스나 성에 대해서 바로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가? 왜 성은 '음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류의 쾌락임과 동시에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모든 생물의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을 왜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가? 뭐 이에 대한 반론은 무지하게 많을 것임을 나도 잘 알지만, 성이라는 주제를 자꾸 음지로 묻어두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굉장히 모범생 같은 삶을 살아왔다. 나는 정말 제대로 된 사회라면, 아무리 범생이(...)로 살았다고 해도 성에 대해서 알 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본인 스스로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성교육이라는 걸 하면서 성기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가르쳐준 적은 있지만, 콘돔 사용법이나 실제 섹스를 어떤 과정을 거쳐 하게 되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야동과 같은 비공식적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죄악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성욕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라는 걸 인정한다면 오히려 그 실체를 적극적으로 알게 해야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