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회사에서 비록 업무시간이었지만 인터넷 동영상 중계를 통해 티맥스 윈도(Tmax Window) 발표회를 지켜보았다. 오피스와 스카우터 부분은 사내 세미나 때문에 못 봤지만 다른 분들 얘기를 통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무엇이 되었건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하는 도전에 대해선 박수를 보낸다. (더군다나 Microsoft Windows 호환이라니.) 전산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또한 모의 학습용이긴 하지만 운영체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실제 구현해본 사람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방대한 일인지 잘 알기에 도전 자체는 정말 힘든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오피스와 웹브라우저인 스카우터의 경우 각각 오픈오피스와 웹킷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구글에서 크롬을 내놓을 때도, 애플에서 사파리를 내놓을 때도 웹킷을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 왔고 오픈오피스 기반의 스타오피스와 같은 상용 프로그램들도 자신들이 그러한 오픈소스를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선 떳떳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티맥스의 경우 별도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런 사실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정도이다.
사실 TNF 활동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때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TNF를 마치 회사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인 대상의 시연 행사에서 오픈소스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어떤 분들은 텍스트큐브 프로젝트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인식을 고려했을 때 대단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직 오픈소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연행사는 그렇다치더라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없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한편 지금 현재 티맥스윈도 자체의 완성도가 낮은 부분은 충분히 이해된다. 사람들은 마소도 맨날 최적화하느라 난리인데 지금 이 정도 가지고 뭐해먹겠냐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윈도우 API를 깊이있게 써봤거나 직접 운영체제 커널 프로그래밍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감격할 만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그만큼이라도 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정말 눈물이 앞을 다 가린다. 만에 하나, 윈도우 API/OS 클론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Wine이나 ReactOS와 관련된 라이선스 분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하드웨어 드라이버 문제는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모양이고 동시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지만, 티맥스가 뚝심있게 밀고 나간다면 차차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다만, 윤석찬 님이 블로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힘든 개발 과정에서 연구원들 일부가 이혼을 당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오히려 너무나 떳떳하고 애국심이 넘친 훌륭한 행동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한다. 마치 예전에 황우석이 월화수목금금금을 이야기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연구자, 기술자들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과 가정을 돌보고 싶은 욕구가 없겠는가? 그리고 그런 욕구를 억누르고 어떤 한 프로젝트에 애국심으로 무한 헌신하는 것이 과연 지금과 같은 다양성과 개방의 시대에 국수주의적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물론 본인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다면 그 사실 자체는 문제 없지만, 그것을 떠나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아직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논란과 티맥스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순수하게 개발자의 호기심으로 한번쯤은 써보고 싶다. 하지만... 정말 국산기술로 OS 보유한다는 것 말고 굳이 엄청난 투자를 해가며 운영체제를 만든 비즈니스적 이유는 무엇일까?